5만명 ‘세월호 범국민대회’, 청와대 행진...경찰 대치

유족들 “끝까지 함께 해 달라”...경찰, 종각서 살수차 발포 경고하며 해산 종용

전국에서 약 5만여 명의 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시민들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며 청와대 방향으로 도심 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종각역 부근에 경찰병력을 배치해 행진을 가로막았으며 물대포 발포 경고를 이어가며 시위대와 충돌했다.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는 종각역과 안국역 인근에서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사진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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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여 시민 종각역 사거리 도로 점거...경찰 살수차 동원 ‘해산’ 명령, 충돌

15일 오후 3시, 서울시청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5만 여 시민들은 오후 5시 40분 경 부터 도심 행진을 시작했다.

유족들은 ‘청와대가 응답하라’,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에 앞장섰다. 유족과 시민들은 서울시청광장에서 을지로1가 방면으로 행진하며, ‘특별법 수사권, 기소권 보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 ‘대통령은 약속에 대한 책임을 져라’는 구호를 외쳤다.

  사진 김용욱 기자

경찰은 오후 6시 30분 경, 을지로3가역에서 종로방면 사거리 도로에서 행진을 막아섰으며, 집회 참가자들은 도로를 점거하고 연좌를 시작했다. 고 유예은 양의 어머니는 “저희가 싸워야 할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끝을 보겠다. 10년, 100년이고 물고 늘어지겠다”며 “처음에 (집회현장의) 많은 깃발들을 보며 우리가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다. 하지만 이들도 세월호를 탄 피해자들이었다. 끝까지 함께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7시 경, 유족들은 단식농성이 진행 중인 광화문 광장 농성장으로 이동했다. 주최 측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합법행진은 종료됐지만, 특별한 집회에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종각역으로 모여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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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2천 여 명의 행진 참가자들은 오후 7시 경, 종각역 사거리에 집결했으며, 도로를 점거하고 연좌에 돌입했다. 경찰은 종각역-광화문 방향 도로에 경찰버스와 살수차를 배치해 발포 경고를 하며 해산을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로 향하려는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밤 9시 40분 경 부터 종각역 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중이던 일부 시민들이 안국역 인근으로 이동했다. 약 2백 여 명의 시민들은 안국역 삼거리에 집결해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 할 예정이었으나, 경찰 병력이 시위대의 이동을 막아서면서 또 다시 충돌이 일었다. 경찰 병력에 가로막힌 시위대는 밤 11시 30분 경, 청계광장에 모여 마무리집회를 개최한다.

서울시청광장 5만여 집결 ‘범국민대회’
세월호 유족들 “끝까지 함께 해 달라” 호소


이에 앞서 오후 3시, 서울시청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약 5만 명이 참여했으며, 전국 각 지역에서 100여대의 세월호 버스를 탄 시민들이 서울로 집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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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들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1천만 서명운동 △특별법 제정시까지 광화문 광장 농성장 사수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상적 활동 실천 등을 호소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책임자 처벌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1천만 서명을 시급히 완료하기 위해 가족대책위는 온 힘을 다하겠다. 그리고 제안드린다.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며 “이와 함께 광화문 광장을 함께 지켜주실 것을 호소드린다. 우리들의 베이스 캠프이고 우리 가족의 또 다른 집이다. 시민과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어울어지는 만남의 광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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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그는 “마지막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지역과 일터에서, 학교에서 다양한 행동을 해 달라”며 “국민들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또 우직하게 지금에 왔던 길을 가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로 33일 째 단식농성 중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는 구급차를 타고 서울시청 광장에 도착해 무대 위로 올랐다. 김 씨는 “정부는 경제를 운운하며 세월호 참사를 묻으려 한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바탕이 없이 어떻게 경제를 세울 수 있나. 정부는 참사 책임을 피하기 위해 경제를 운운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비겁한 행동을 멈춰야 한다”며 “위선적이고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에 맞서 끝까지 하겠다. 부패, 무능한 정부 권력이 아무리 특별법 제정을 방해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유민이와 같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광화문 광장에 있겠다. 국민들도 저를 믿고 끝까지 함께 해 달라. 저는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광화문 광장에서 죽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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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도 “여야당 할 것 없이 이제 세월호 얘기 그만 하고 경제 좀 살리자고 한다. 세월호 문제는 과거 문제고, 먹고사는 문제는 미래 문제라고 한다. 십 수 년 동안 들어왔던 얘기다. 이렇게 비용을 줄이고 위험을 감수하고, 안전하지 않아도 죽도록 일만 하는 세상에서 살아왔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며 “우리를 분열시키는 간교한 말에 속지 않겠다. 우리는 절대로 세월호를 잊을 수 없고 과거에 머물수도 없다. 세월호 가족과 함께 미래로 가겠다”고 밝혔다.

해외 학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남태현 솔즈베리 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에 근거한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민영화, 대규모 위기상황 대응 체계를 만들지 않은 정부,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이익집단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강력한 수사권, 기소권 없이 권력집단에 맞서 구조적 문제를 밝혀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남태현 교수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정책의 패러다임을 기업 중심에서 사람의 생명, 안전, 삶의 질 중심으로 바꾸는 첫 걸음”이라며 “정부여당과 새정치연합은 가족들의 요구를 받아 철저한 진상규명에 필수조건인 수사권, 기소권을 포함한 새로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해외 학자들도 새월호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는 날까지 유족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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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집회에는 단식 11일 째인 가수 김장훈 씨의 공연도 이어졌다. 김 씨는 “이 싸움이 6개월, 1년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다음 정권까지 갈 수도 있다. 때문에 해 낼 수 있다는 긍정과 희망, 자신감을 갖고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하자”며 “이런 사람들이 5천 만 명이 생긴다면 대한민국은 분명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수 이승환 씨도 무대위에 올라 “한 점 의혹 없이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한 점 의혹이 있어도 괜찮으니 무엇보다 빨리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15일,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학생 38명은 대전 월트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에 참석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남을 가졌다. 생존학생들은 교황에게 손수 쓴 편지와 선물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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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내사랑 내곁에,
    죽을힘을 다해 부를때 대중은 감동하는 것 같다
    종각에서 제대로 맞짱을 못뜨고
    우리 모두 좀 늙은것 같에,마음이 늙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