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월호 ‘인천공항’, “경비보안 비정규직 목숨 값 100만원”

대테러, 폭발물, 승객보호, 소방업무 모두 비정규직...권한은 없고 ‘현장대기’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국민의 안전, 생명과 직결되는 핵심 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공공기관인 ‘인천공항’의 안전 업무조차 고용과 임금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있다. 대테러 상황실과 폭발물 반입 차단 업무 등을 수행하는 보안, 경비 노동자들을 비롯해 소방대원까지도 모두 2년짜리 계약직이다.

인천공항의 간접고용 사용 규모는 익히 유명하다. 지난해 기준, 정규직은 937명인 반면 비정규직은 5990명에 달한다. 전체 노동자 중 86.5%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셈이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중에는 경비보안과 보안검색, 소방대 등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업무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인천공항 소방대 노동자들의 경우, 2년마다 하청업체와 고용 계약을 체결하는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과업내용서 상에서 ‘항공기 사고와 화재를 포함한 각종 사고에 대한 진압 구조, 소방, 구급, 사전예방업무’ 등의 핵심업무를 담당하지만, 사실 이들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1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접고용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보안검색지회장은 “소방대원 208명은 모두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심지어 소방대장도 비정규직”이라며 “테러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현장 앞에서 대기하는 것뿐이다. 현장조치도 할 수 없다. 세월호와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인 소방대원들은 노후 장비를 교체하거나 사고 시 현장 조치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업무 배상 책임을 협력업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는 구조 때문이다. 산재가 발생했을 시, 공항공사가 하청업체의 평가 점수를 깎기 때문에 업체가 산재 처리를 거부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박대성 지회장은 “심지어 화재 진압 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질 경우 보상금은 1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특수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대테러 상황실 운영, 사고로부터 승객보호, 폭발물 반입 차단 업무 등 경비, 보안 노동자들도 모두 비정규직이다. 박대성 지회장은 “우리는 3년, 5년마다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새 업체와 계약을 할 수 있을까, 임금은 오를까 등의 걱정으로 승객안전이나 테러방지와 같은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특수경비 노동자들의 경우 열악한 비정규직 신분이지만, ‘경비업법’에 발이 묶여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공항 등 국가중요시설의 경비 업무는 ‘특수경비업’으로 구분돼 파업권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지회장은 “업체변경도 빈번하며, 전국적으로 난립하고 있는 보안업체들이 인천공항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무관리가 불량한 업체들이 다수 들어온다”며 “특수한 업무이기 때문에 노동권은 제약 받지만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하청업체 소속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무력화 시도도 빈번하다. 박 지회장은 “업체변경 과정에서 지부장 등을 표적 해고했고, 4개의 협력업체 중 노조가 있는 2곳은 인력을 줄여 계약했다”며 “또한 지난해 회사가 약속한 성과급 지급 역시 최저 ‘0원’부터 시작하도록 설계해 노조 갈라치기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항공사 조종사와 승무원을 비롯해 철도 유지보수 업무, 국립공원 재난구조대, 전세버스기사 등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에도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3년부터 외국인 조종사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왔으며, 철도의 선로를 보수하는 노동자 중 96%도 비정규직이다.

또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20개 국립공원에서 근무 중인 안전관리요원 147명(안전관리반 44명, 재난구조대 103명)명 중 운영업무직 7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비정규직 신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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