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자 34명, “23일, 외로운 45m굴뚝 농성장으로 모여달라”

차광호 해고자 굴뚝 고공농성 90일 맞는 23일, 전국 16곳 ‘희망버스’ 출발

비정규직 투쟁과 정리해고, 노조파괴 등에 맞서 고공농성을 진행했던 고공농성자 34명이 스타케미칼 희망버스 참가를 호소하고 나섰다.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 씨가 벌써 84일째 45미터 굴뚝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태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사회단체 등은 지난 12일부터 스타케미칼 투쟁 연대를 위한 희망버스를 조직하고 있다. 19일 오전에는 유성기업과 철도, 한진중공업, 현대자동차, 쌍용차, 기륭전자 등 고공농성을 경험했던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서 희망버스 참여 호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먼저 높은 곳에 올랐던 우리들이 앞장서겠다”며 “한진중공업으로, 쌍용차로, 현대차로, 유성기업으로 달려왔던 마음을 담아 8월 23일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구미로 모이자”고 호소했다.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2012년과 올해, 굴다리 농성과 광고탑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아직도 섬뜩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혼자 있는 고공농성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알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마음을 갖게 된다. 23일 수많은 동지들이 모여 차광호 동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키고, 그가 동지들 곁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희망과 승리를 안겨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민영화와 노조탄압에 맞서 철탑 농성을 진행했던 이영익 전 철도노조 위원장도 “절박한 심정으로 목숨을 걸고 고공농성을 진행하는 동지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은 연대와 공감, 사랑이다. 이를 통해 동지들을 살려낼 수 있다”며 “23일 희망버스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 주셔서 무참하게 짓밟히는 인간의 존엄과 사회의 양심이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뜨거운 연대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차광호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는 지난 5월 27일 새벽 3시 경, 분할매각 중단과 공장가동을 요구하며 45m 굴뚝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구미의 원사 생산업체 스타케미칼이 지난 1월 공장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한 탓이다.

금속노조 소속이었던 노조 집행부는 회사와 공장폐업에 합의한 뒤 위로금을 받고 권고사직을 받아들였다. 권고사직에 응하지 않은 조합원 28명은 전원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스타케미칼 해복투’를 결성해 분할매각 저지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투쟁을 벌여왔다. 현재 11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상급단체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차광호 대표가 농성을 벌이는 굴뚝은 스타케미칼 공장 부지 내 있다. 굴뚝 농성장 밑에는 사측관리자와 경찰이 포진하고 있어 밥과 물을 제외한 물품 반입이 쉽지 않다. 핸드폰 배터리 교체조차 힘들어 외부와의 소통도 종종 단절된다.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대부분 고공농성에 돌입할 때 1명을 배치하지 않는다. 2~3인으로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혼자 고공에 올라간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핸드폰이 두절되고 의사들의 진료조차 받지 못하는 차광호 동지는 더욱 걱정스럽다. 상상하는 것 이상의 고립감과 책임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어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수많은 사업장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민영화에 맞서 한발 한발 하늘로 올랐던 나의 모습이 바로 45m 공장 굴뚝에 오른 차광호 스타케미칼 노동자의 모습”이라며 “45m 상공에 매달려 절규하고 있는 스타케미칼 노동자를 만나기 위해, 자본의 탐욕에 노동자의 삶이 침몰할 수 없다는 절규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구미로, 스타케미칼로 향하는 희망버스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희망버스는 오는 23일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남, 대전, 충북, 전남, 광주, 전북,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경주 등 16개 지역에서 운행된다. 오후 2시 구미 금오산 복개천에 집결해 구미역으로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후 2시 30분에는 ‘스타케미칼 분할매각 저지, 고용승계 쟁취, 민주노조 사수 결의대회’를 진행하며, 오후 4시에는 스타케미칼 굴뚝 농성장에서 마무리 집회를 연다.

'스타케미칼 희망버스' 호소 고공농성자

한진중공업(김진숙, 박성호, 정홍형), 쌍용차(한상균, 복기성, 문기주, 서맹섭), 현대차 비정규직(천의봉, 최병승), 유성기업(홍종인, 이정훈), 코오롱(김만수, 전기철), 기륭전자(이미영, 오석순, 윤종희, 최은미, 김소연, 유흥희), 철도(이영익, 유치상, 김갑수, 황상길, 하현아), 버스(남상훈, 박상길, 김인철, 정홍근), 택시(김재주), 한국GM(권순만, 황호인, 박현상), 코스콤(정인열), 대구 건설 투쟁(배진호) 이상 3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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