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약속한 김관용, 청도주민 체포 지시 정황 드러나

대책위 "이중적 행동, 할머니 위로하는 척 이미지만 이용"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과 한전의 적극 중재를 약속했던 김관용 도지사가 송전탑 반대 주민 체포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19일 오후 1시, '청도 송전탑 공사 중단과 지중화를 포함한 대책 논의'를 요구하며 경북도청에서 항의 농성 중이던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 등 10명이 퇴거불응 혐의로 체포돼 대구북부경찰서로 연행됐다. <뉴스민>은 이날 취재 중 대구북부경찰서 관계자의 책상 위에서 주민 체포에 도지사가 나선 정황이 담긴 내부문서를 확인했다.

이 문서는 경북도청 농성자 현황과 요구사항 등과 함께 “도청 측 퇴거 요청, 불응 시 오늘 (8.19) 오전 중(시간불상) 한전측(남부청․대경건설지사)에서 면담 제의, 면담 거부 또는 결과 불수용시 도지사의 지침을 받아 조치키로 결정”이라 기록돼 있었다.

이 문서를 가지고 있던 대구북부경찰서 관계자는 “도청이 퇴거요청 했다”고 말했지만, 김관용 도지사의 지시 여부와 관련해서는 “소관이 아니다”며 얼버무렸다.

확인된 사실대로라면 김관용 도지사는 18, 19일 양일간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는 '송전탑 갈등의 적극적인 중재'를 약속하면서도 경찰에 체포를 요청한 것이다.

이날 체포는 실제 “한전과 면담 결과 불수용시 도지사의 지침을 받아 조치키로 결정”이라고 작성된 내부문서 시나리오대로 이루어졌다. 오전 10시, 주민 및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대책위)와 한전은 경북도청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에는 공사 결정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성암 한전 남부건설처장이 참석했지만, 2시간의 협상에도 진척이 없었다. 주민과 대책위, 한전은 이날 오후 2시 협상을 재개키로 했으나, 12시께 한전은 김헌주 대책위 공동대표에게 전화로 협상결렬을 통보했다.

협상 결렬이 통보된 직후인 오전 12시께부터 경북도청 주위로 경찰병력이 증강배치 됐으며, 오후 1시 농성자들은 체포됐다.

  오전 10시 열린 한전과 주민 및 대책위의 협상


변홍철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김관용 도지사가 기만적이고 이중적인 행동을 했다. 지중화율이 전국 꼴등으로 지역민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를 중대한 민생 현안으로 생각했다면 이런 식의 조치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할머니를 위로하는 척 이미지에 이용만 하는 도지사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뉴스민>은 중재를 주도한 송경창 경북도 창조경제산업실장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연행자들은 조사 후 전원 석방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말

박중엽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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