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망자 유족 재수사 촉구

경찰, 현장·개인 정황상 자살...유족 “사고가능성 관심 안 가져”

지난 4월 현대중공업에서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숨진 고 정범식 씨(43)의 유족들이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울산동부경찰서는 지난 5월 정씨가 자살한 것으로 내사 종결했다.

정씨는 지난 4월 26일 오전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13번 셀장에서 블라스팅 작업을 하던 중 작업용 송기마스크에 공기를 공급하는 호스에 목이 감긴 채 동료에게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작업 동료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정씨가 사고 직전 원래 본인 작업 현장을 벗어나 뛰어다니는 모습이 서너 차례 목격됐다.

또 동료들은 쉬는 시간에 정씨가 작업용 리모컨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동료들은 정씨가 작업 중에 본인 작업 현장을 벗어난 것은 리모컨을 수리하기 위해 다른 기계 장치를 확인하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서 함께 일한 A씨는 “리모컨 고장은 작업 특성상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며 “현장에서 작동이 안 되서 현장 밖에 있는 본 스위치를 확인하러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정씨는 작업 능률이 좋아서 이날도 다른 작업자들보다 더 많은 작업량을 마친 상태였다”며 “리모컨을 수리하는 중 어떤 이유로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경찰이 자살로 내사 종결한 것에 의문을 표시했다.

  고 정범식 씨의 부인 김희정 씨가 20일 동부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상원 기자 [출처: 울산저널]

김정규 울산동부경찰서 수사과장은 “목격자가 없어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 경우 사고 현장 정황과 사망자의 사회, 경제적 정황 등에서 사망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자살로 판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의 유족들은 경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일 오전 유족들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등과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은 사고 가능성, 사고원인을 조사하기보다 가족관계, 채무관계 등 개인적 상황 조사에 더욱 열중했다”며 “사고가능성을 제기하는 입장을 적극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사고 당일 사체 검안을 하기도 전에 언론에 자살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한 시간 후 현장에 도착해 40분 가량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검안은 저녁 7시경에 이뤄졌다. 하지만 언론에는 검안 이전부터 정씨의 자살 가능성이 보도됐다.

유족들은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고인이 죽음은 유서도 없고 자살의 정황도 없음에도 시신이 발견되자마자 자살로 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정확한 진상규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경찰은 작업을 같이했던 동료의 진술을 존중하고 가족의 의견도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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