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원정공 주간연속 2교대 도입과 현장투쟁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준) 공동기획 연속토론(3)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준)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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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원 정공 교대제 전환의 의의

1974년에 설립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두원정공은 기계식 연료분사장치 주력 생산하며,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기계식 연료분사장치의 80% 가량을 두원정공으로부터 공급받으며, 나머지 20% 정도만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는 현재 사양부품 중 하나로, 국내에는 이 장치를 필요로 하는 차종이 거의 없다. 현대자동차는 유럽 및 북미 제외 지역과 전자식 연료분사장치를 사용하기 힘든 열대 및 극지방에 수출하는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 이 부품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일부 중장비 차량 생산과 이미 판매한 차량의 AS를 위해서도 이 부품을 구입하고 있다.

따라서 두원정공은 현재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감소할 수밖에 없는 수요로 인해 업체의 전망마저도 불투명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볼 수 있다. 아래 표를 보면 실제로 두원정공이 2000년대 초반까지는 높은 당기 순이익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왔음을 알 수 있다. 면접조사에 응한 노동자들 역시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물량이 넘쳐나 하루 3~4시간의 잔업과 철야작업도 빈번히 했으나, 이후로는 서서히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회고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기본적으로 기계식 연료분사장치 기술이 높아져가는 글로벌 환경규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생겨난 문제로 분석될 수 있다.

그러나 두원정공에 먼저 찾아온 위기는 환경규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1997년 한국 경제위기로 인한 것이었다. 아래 표에 나타나듯, 1997년까지 호황을 누리던 두원정공은 경제위기를 맞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대로 급락하는 등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된다. 물론 매출액과 이익은 1999년에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성장하는 등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다른 많은 사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를 기회로 두원정공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여 관철시켰다. 당시 한국노총 소속이던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임금동결과 상여금 반납 등의 내용이 포함된 양보교섭안을 모두 수용하였으며, 이러한 흐름을 타고 두원정공은 2001년 말까지 총 40%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절반에 가까운 동료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난 작업장에서, 남은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강화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원정공의 이른바 ‘민주집행부’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선되었다. 민주노총 가입을 내걸고 2001년 선거에서 당선된 두원정공 노동조합 집행부와 이후 민주집행부는 강도 높은 임․단협 투쟁(2002년)과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2003년), 보쉬(Bosch)로의 매각 저지(2005)1) 및 신규 물량 확보 투쟁(2006) 등을 전개하며 무너지고 쪼개진 현장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지난 구조조정의 트라우마 속에서 물량을 사이에 두고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변모한 노동자들에게 연대의식을 다시 일깨우는 데 집중했다. 노동조합의 헌신적이고 강력한 리더십 하에서 현장은 차츰 복원되어 나가기 시작했으며, 투쟁들의 승리 속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동의와 신뢰는 견고해졌다. 물론 두원정공은 ‘물량이 곧 고용’이라며 ‘물량이 줄었으므로 고용조정은 불가피하고, 고용조정을 해야 회사가 살 수 있다’는 담론을 유포하며 노동자들의 단결을 깨고 구조조정을 완성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의 강경한 대응에 맞부딪혀 번번이 좌초되고 말았다.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를 생산하는 두원정공의 예고된 운명을 잘 알고 있는 노동조합은 회사의 물량 이데올로기에 대해 ‘물량이 없다면 천천히 쉬면서 일하자!’는 응답으로 맞섰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로의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2007년에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토대 마련 작업을 시작으로 하여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주간연속2교대제 연구팀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끊임없는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해결해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결국 2010년 10월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동시 도입을 성공시켰다. 아래 표는 노사합의 내용이다.

2010년 제도개선 합의서 내용

1. 회사는 2010년 9월 21일(10월 급여부터) 새로운 근무제도인 월급제를 실시한다.

1) 월급제는 시간외 수당 30시간을 적용 지급한다.
전 조합원에 적용한다. (관리직 조합원 포함)
교대근무자(2조)는 교대근무수당으로 심야근로 3시간 30분의 50%를 지급한다.*
2) 근무형태는 8+8을 직도입한다.
3) 근태(지각, 조퇴 등) 관련 사항은 현행대로 한다.
4) 노사는 인원 이동 관련 성실한 협의를 통해 원활한 생산이 되도록 노력한다.
5) 특별부서(열처리, 보일러, 변전실)는 해당부서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6) 월급제 시행 전후 중대한 문제 발생시 노사 협의하여 방안을 강구한다.
7) 기타 기본급, 통상임금 산정 및 근무시간 등 세부적인 사항은 첨부1**을 따른다.

2. 월급제에 적합한 단일 호봉제를 2011년 10월부터 실시한다.

1) 월급제 실시에 맞추어서 2010년 10월 1일부터 단일호봉제 완성을 위한 노·사 공동연구팀을 구성 운영한다.

* 이전에는 오후 10시부터 4시 20분까지 야간근무였는데, 밤 12시부터 12시 50분까지의 식사시간은 무급이었으므로, 12시 50분부터 4시 20분까지의 3시간 30분 중 50%에 대한 임금보전을 요구한 것.
** 첨부1은 임금계산공식 및 근무표 등.

※ 자료출처: 노조 자료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전 두원정공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시스템은 여느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와 마찬가지로 ‘10+10 교대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주말 특근이 덧붙여져,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0시간을 상회하게 나타났다. 아래 표는 OECD 최장시간 노동을 기록하는 한국 연평균 노동시간을 거뜬히 초과하는 두원정공 노동시간 추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된 이후, 잔업이 사라지고 ‘8+8 주간연속2교대제’가 실시되는 동시에 노동조합에 의해 특근이 통제되어 총 노동시간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2013년 설문조사에서 조합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46.95시간으로 나타났다. 아래 표는 근무형태 변경 이후의 근무시간표이다.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는 도입 논의 초기에 조합원들의 저항을 많이 받았다. 임금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고, 20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동안 적응해온 교대제 시스템이 바뀌면 생체리듬이 깨져 더 힘이 들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한편 임금감소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를 꿰뚫고 있던 두원정공 사측은 잔업 및 특근을 노사 합의 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직전인 9월 20일까지 최대한 운영하다 21일부로 전면 중단해 실제로 임금이 감소한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켜 노조에 대한 불만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물량이 줄어드는 조건에서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월급제를 도입하여 기본급을 확충하는 것이 고용안정 및 임금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조합원들을 설득해나갔다. 동시에 일시적으로 특근에 대한 통제를 풀어 수당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줌으로써 조합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이와 관련한 노동조합의 문제의식은 아래 제시한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현재는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 3년째로, 제도가 많이 안정화되어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노동시간 및 임금 시스템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대체로 많이 가라앉았으며, 오히려 현장에서 새 제도 도입 이후 삶이 더 만족스러워졌다는 반응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사례는, 노동조합이 오랜 준비를 통해 큰 타협과 양보 없이 원칙에 입각해 근무형태를 변경시키는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1997년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을 계기로 노동운동 내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동시에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었으나, 정작 그 원칙으로 상정된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 이른바 3무원칙에 철저히 입각하여 교대제 변경을 이뤄낸 사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3무원칙에서 제기된 노동시간, 노동강도, 임금이 사실상 새로운 근무형태 설계의 핵심 쟁점이며, 따라서 그만큼 노사간의 치열한 각축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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