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청와대’ 앞 세월호 유가족 답변 기다려

“이제 바보처럼 기다리지 않겠다, 대통령은 답변하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답변을 촉구하는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가족들은 오후 7시 이곳에서 단식 40일째 병원으로 후송된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에 대한 대책 마련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서한을 전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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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가족 중 2명만 청와대 민원실에 기자회견문 서한을 전달하도록 들여보냈으며 나머지 가족들이 동행하는 것은 막았다. 이후 청와대 측은 책임자가 아니라 ‘말단 실무자’가 유족 요구를 담은 서한을 전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차례 면담 요청에도 답변이 없다고 유족들은 쌓인 분노를 터트리며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가족들은 오후 9시 현재 효자동 사거리에서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채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서한을 전한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먼저 민원실 안에 우편함이 여러 개 있어 검색하고 봉인해 서한을 전달했다”며 “청와대 측에서 서한을 받으러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구두로 유족의 요구를 밝힌다고 하자 그때야 민원 비서실 행정관이 나와 ‘잘 들었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우리는 어떠한 답변이라도 오늘 중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답변을 받기 전까지 이 자리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함께 서한을 전한 단원고 학생 고 오영석 군의 어머니 권미현 씨는 “이제 바보처럼 기다리고만 있지 않겠다”며 “청와대는 오늘 안으로 어떠한 답변이라도 가져와라. 나는 여기 청와대 앞에 남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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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이 제정이 유민 아빠 살리는 길”
청와대 우편함에 서한 전하고 ‘말단 직원’에게 요구 설명
연좌하고 자유발언하며 “무슨 답변이라도 달라”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2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전달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김영오 씨가 후송된 서울시동부병원을 찾았던 유족들은 이후 회의를 열고 재차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을 듣기 위해 청와대로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

가족대책위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유민 아빠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만의 결단으로 유민 아빠를 살릴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의 답변을 촉구했다.

2학년 7반 고 오영석 군의 어머니 권미현 씨는 “저희에겐 아들 하나였습니다. 가기 전까지도 해맑게 잘 갔다 오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하고 떠났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살아있기를, 살려주기만을 애타게 절규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애들처럼, 지금 전 바보처럼 여기까지 왔습니다”며 “저희는 자식은 못 구했지만, 많은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여기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고 대한민국에서 애들이랑 같이 숨 쉬다가 좋은 나라 한번 만들어보고 그렇게 하고 가고 싶습니다”고 전했다.

권미현 씨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유민 아빠 잃고 싶지 않습니다. 애들 영정 사진으로도 충분합니다. 무엇 때문에 참았냐면, 이런 아픔들을 더 이상 많은 다른 가정에 주고 싶지 않아서 저희 애들 보내고도 표현 한번 제대로 못해봤습니다”며 “여러분들의 힘도 필요하고 대통령이 약속 지켰으면 좋겠습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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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4반 고 최성호 군 아버지 최경덕 씨는 “아이들이 떠난 저희 집사람을 위로하면서 그렇게 조용히 유가족처럼 살고 싶다. 그런데 저희는 유가족처럼 살 수 없다”며 “유가족 가슴에 대못 박아서 한이 되게 만든 사람들, 왜 저희를 이렇게 극한으로 내모는지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씨는 “약속을 지키십시오. 대통령이 한 약속,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이 한 약속은 지키십시오. 대통령이 안 지키는데 누가 지키겠습니까”라며 “대통령이 답을 해야 합니다. 자식이 부모께 한 약속을 꼭 지키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김영오 씨가 장기간의 단식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병원으로 후송되고 나서도 계속 단식을 이어가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청와대의 높은 문은 열리지 않았고, 경찰병력만 가족들을 에워쌓았다. 가족들은 “경찰병력을 빼라”, “교통용 CCTV카메라는 집회 채증용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돌려라” 등 수차례 항의했다. 가족대책위는 현재 자유발언을 하며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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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님께 촉구합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단식 40일째 병원에 실려 간 유민 아빠 소식을 들으셨습니까? 모를 리가 없으실 것입니다. 온 국민이 살려야 한다고 걱정했던 유민 아빠가 매일같이 찾아갔던 곳이 청와대니까요.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 말씀이 없으시군요. 대통령의 침묵이 유민 아빠를 죽어가게 한 이유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십니까.

유민 아빠 주치의가 그랬습니다. 유민 아빠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요. 단식을 같이 시작했던 우리 가족들이 이미 한참 전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고, 이제 유민 아빠 한 사람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유민 아빠한테 같이 살아서 싸우자고 가족들이 한참을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유민 아빠는 여전히 특별법 제정 소식을 들어야 미음이라도 먹겠다고 합니다. 가족들 마음이 미어터집니다. 유민 아빠를 살려야 하는데, 유민 아빠가 단식을 그만두지 못하는 마음을 누구보다도 우리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가족 모두 4월 16일 이후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억울함에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왜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죽어가야 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으니 밥 한 술 마음 편하게 넘겨보지 못했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지, 왜 국회와 정부는 가족들의 마음을 이토록 모르는지, 억울합니다. 왜 우리는 참사 희생자의 부모가 되어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호소를 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입니까? 참사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던 대통령님은 귀를 막고 가만히 있다가 교황님 앞에서 한 번 웃으시면 그만인데, 우리는 왜 아직까지 길에서 자고 밥을 굶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배신감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구조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팽목항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도대체 누가 최선을 다해 구조를 했습니까. 그 말을 믿고 잠시라도 안도했던 우리가,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을 청와대로 부른 대통령님은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발을 빼려는 것 말고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새누리당이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가족의 뜻을 반영한 특별법 제정에 머뭇거리는 것만 우리 눈에 보입니다. 전원이 구조될 것처럼 떠들던 거짓말에 속은 배신감,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것처럼 호언하던 거짓말에 속은 배신감, 우리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목소리 작고 힘없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를 부축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살아왔습니다. 단식을 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 역시 우리와 함께 하는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님은 죽어가는 우리를 한 번도 살렸던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끝내 우리를 죽어가게 두시려는가 봅니다.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우리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 앞에 진실과 안전을 약속하기 전에는 이를 악물고 살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힘으로도 유민 아빠를 설득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님만이 유민 아빠를 살릴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침묵으로 우리를 죽이지 마십시오. 귀를 열고 우리 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어떤 것인지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그런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말씀해주십시오. 그것만이 유민 아빠를 살리는 방법입니다. 대통령님의 대답을 기다리겠습니다.

2014. 8. 22.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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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너무 달라요

    정말로 박근혜 아니 닭그네 이년은 참말로 답이 없는 망할년의 노처녀네요? 이런년은 국제사회에서 개망신을 당해봐야 그 맛을 알죠! 대한민국정부는 해도해도 너무하네요? 무고한 탈북화교민을 간첩으로 모는것도 모자라서 대한민국에 입국한 일부 탈북자들을 강제로 조사하고 고문하고 가혹행위를 해댔으니 이게 말이라도 되냐고요?

  • 너무너무 달라요

    닭그네 이년 당장 대통령직에서 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