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마존의 여전사’ 시우바 사회당 후보, 우파가 원한다

중도 브라질사회당, 토니 블레어식 제3의 길 제안

브라질 대선 2달을 앞두고 야권 마리나 시우바 브라질사회당(PSB) 후보가 유력 경쟁자로 부상하며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재선을 위협하고 있다.

마리나 시우바 브라질사회당 후보는 애초 부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지만 지난 13일 대통령 후보자였던 에두아르두 캄푸스가 비행기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됐다. 캄푸스 사후 당내에선 대체 후보를 놓고 논란이 일었으나 8월 중순 예상득표율 여론조사 결과, 호세프가 36%, 시우바가 21% 그리고 네비스가 20%로 나왔고 2차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호세프와 시우바가 대결하면 시우바가 승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후보 자리를 굳혔다.

노동자당 호세프에 맞선 ‘아마존의 여전사’

[출처: 타츠 화면캡처]

시우바 후보가 이렇게 급부상한 이유는 주로 그의 개인적 이력과 여권에 대한 폭넓은 실망에 있다.

우선 브라질 아마존에서 태어나 가난하지만 꿋꿋하게 자라난 시우바의 개인적인 이력이 유권자에게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는 1958년 브라질 북서부 아크리에서 고무를 채취했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이 때부터 노동을 해야 했으며 10명의 남매 중 2명은 열대병으로 사망했고 그녀도 말라리아와 간염을 앓았다. 지병 때문에 16세에 도시로 나가 가정부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공부했고 수녀원이 운영하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해방 신학을 접하면서 군사독재 퇴진 운동에 참여하는 한편, 열대우림 보호 활동을 하며 본격적인 환경운동을 벌였다. 시우바는 동시에 브라질 최대 규모의 노동조합인 중앙노동자연맹(CUT)에서 활동하며, 1985년 노동자당(PT)에 입당했고, 이때 룰라 전 대통령을 만나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펼쳤다. 시우바는 36세에 최연소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됐고, 2002년에는 재선에 성공했다. 또한 룰라 전 대통령 1기에는 환경장관이 되면서 경제보다는 환경을 우선하는 각종 정책을 추진해 ‘아마존의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그러나 시우바가 급부상한 결정적인 이유는 집권여당인 노동자당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이다. 그는 2008년 농산물 유전자 조작을 허용하는 룰라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사임하고 이후 노동자당과도 결별했는데 이러한 그의 정치적 이력이 현재 집권 노동자당에 대한 반대심리를 모아가고 있다. 그는 2010년에도 이미 녹색당(PV) 후보로 출마하여 약 20%란 의미 있는 득표율을 보인 바 있다.

현재 시우바를 지지하는 이들은 특히 지난해 6월 버스비 인상에 반대하며 확산됐던 대중 시위에 참가한 이들이다.

중도 브라질사회당, 토니 블레어식 제3의 길 제안

그러나 시우바가 과연 노동자당 보다 더욱 좌파적으로, 월드컵 대신 교육과 의료 등 사회복지를 지원하라는 거리의 목소리를 자신의 정책으로 관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지난해 노동자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한 브라질 사회당부터 친기업적인 정당이기 때문이다. 당명만 사회당일 뿐 노사 합의주의에 기초한 사회민주주의적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사망한 캄푸스 후보는 당내에서도 우파에 속하는 친기업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이번 대선 정책 방향으로 ‘제3의 길’을 제시했고 지난 20년 동안 대선을 놓고 경쟁을 벌여온 좌파 노동자당과 우파 사회민주당 사이에서 영국 토니 블레어식의 노선을 걷고자 했다. 이러한 정당에서 새로운 친기업적 노선은 이제 베토 알부께르께 부대통령 후보가 대표한다. 상원의원인 그는 캄푸스의 신뢰를 받은 인물인 한편, 여러 주에서 우파 정당들과 연합을 추진했었다.

이러한 사회당 내 일부는 시우바를 못 미더워 하고 있지만 사실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브라질 리우그란데두술대학 정치학자 로드리고 곤잘레스는 <타츠>에 “4년 전 시우바는 몇 가지 선거 정책만을 내놓은 환경 후보였다. 오늘 그의 정치적 입장은 여전히 많은 부분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친기업적인 사회당의 주요 입장을 자신의 정책으로 수용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라고 지적한다.

외교부 중남미 자원인프라협력센터 최근 브리핑에 따르면, 시우바 후보 스스로도 자신에 대한 기업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중앙은행의 독립성 존중, 변동환율제와 인플레 안정, 그리고 정부 재정 건전성을 확립하겠다고 언급했고 농업에 대한 통제도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것이라며 강조하고 있다.

시우바, 브라질 우파가 원해

그러나 시우바 후보에 대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브라질 내 우파 스스로가 그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환경이나 원주민의 권리는 무시하며 빠른 성장의 길을 택했다. <타츠>는 “이 때문에 많은 사회운동으로부터의 지지를 잃었지만 기업이 그에게 감사해 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기업이 성장하고 은행이 점점 더 많은 이윤을 취해왔지만 경제단체, 우익 정당들과 주류언론은 보다 자유로운 시장주의를 추구하며 호세프의 재임을 막고자 한다. 그리고 그의 재임을 막는 데 시우바가 적임자라고 보는 것이다. 브라질 금융계는 호세프가 재선할 경우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며 고객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중도우파인 사회민주당(PSDB)은 이미 대선 결선이 진행될 경우 시우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Bovespa) 지수는 시우바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자 18개월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치솟는 등 낙관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시우바 후보에 대한 예상득표율 여론조사부터 우파의 선동이라는 지적도 있다. <타츠>는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의심없이 선거운동에 대한 모든 보수언론의 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한다. 설문조사를 시행한 이들의 목표는 시우바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사회당에 대해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노동당 정치인들은 캄푸스의 장례식 전 진행된 조사 결과에 대해 극적인 사건이 가져다준 보너스라고 본다.

환경주의자라는 점 외에 시우바 후보의 개인적인 성향도 보수에 가깝다. 약 10년 전 복음주의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임신중단에 반대하는 운동에 참가했고 동성애는 성적 정체성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시우바가 런닝메이트를 하려고 했던 캄푸스 후보는 그가 룰라 정권 시 반대했던 유전자조작 정책을 입안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호세프, 사회정책 제안하면서 지지층 결집 호소

결국 이러한 시우바의 부상으로 가장 난처해 진 것은 노동자당이다.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 후 13년 동안 빈곤퇴치 정책인 ‘포미제로(Fome Zero)’ 등을 통해 극단적인 사회 불평등을 일소하는 데 큰 성과를 보였다. 실업률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며 외환보유고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2003년 집권 당시 보다 10배 이상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전체 2억 인구 중 여전히 1100만 명 이상이 빈민 상태에 있으며, 노동자당 내에서는 부패스캔들이 증가해 왔다. 특히 호세프 아래 노동자당은 기득권층과의 타협 아래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복지예산을 개발 예산으로 전환하고 신자유주의적 도시개발을 허용하며 사회적 저항에 대한 탄압을 가속하며 신뢰를 잃어 왔다.

이러한 노동자당에서 이탈한 이들이 시우바 후보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는 한편, 브라질 우파는 이 기회를 붙잡고 있다. 노동자당의 호세프는 이러한 상황에서 대선 주요 공약으로 사회정책을 제안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외치고 있다. 결국 다시 브라질 민중이 호세프에게 기회를 줄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브라질 대선은 오는 10월 5일 진행되며 브라질 트로츠키주의 브라질조직당과 공산당을 비롯해 모두 11개 정당이 후보를 냈으나 세 정당 외에는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선 투표일에는 27명의 주지사, 연방상원의원 81명 중 3분의 1, 연방하원의원 513명 전원, 각 주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함께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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