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기초법 개악' 위해 "세월호 정국 끝내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세월호와 민생 분리"…기초법 처리 촉구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농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여당의 거부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와 여당이 세월호법과는 별개로 민생법안 조속 처리를 위한 국회 가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세월호 정국' 때문에 '세모녀 사건' 재발을 방지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개정 등이 늦춰지고 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발표한 '민생안정-경제활성화 입법 촉구 호소문'을 통해 "어렵게 만들어낸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정책들이 실시간으로 입법화되어도 모자랄 판인데도, 국회만 가면 하세월"이라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야당을 공격했다.

최 부총리는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 정치권 협의를 통해 해결하되, 그와 무관한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들은 우선 분리해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라면서, 가장 시급한 법안으로 기초법 개정안을 꼽았다.

현재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이 대표발의 해 국회에 계류 중인 여당의 기초법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에서 통합적으로 지급하던 급여를 '맞춤형 개별 급여'로 나눠 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소관 부처로 이전하고, 급여 범위와 수준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계측한 최저생계비가 아닌 소관 부처 장관이 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 부총리는 “기초법이 조속히 개정되면 급여별로 요건을 달리 만들어 처한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라면서 "법 통과가 지체될 경우 이미 편성된 2300억 원의 예산집행이 불가능하고 (법 개정을 통해 추가로 지원받게 될) 40만 명의 국민들이 언제 송파 세모녀와 같은 비극적인 처지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라고 법안 통과를 압박했다.

이틀 뒤인 28일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가세해 "추석 전이라도 법이 통과돼 복지사각지대에 고통 받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들이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추석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정부와 여당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외면하기 위해 부당한 여론몰이이며, 특히 현 기초법 개정안은 개악안이라고 반박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28일 논평을 내고 "정부·여당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이 먼저라는 야당 때문에 민생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양 여론몰이에 돌입했다"라며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민생을 볼모로 한 야당 협박이며 나아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또 실제 최 부총리가 기초법과 함께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으로 제시한 상당수의 법안들이 "여야 간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거나 아직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아 당장 처리가 힘든 법안"이라며 "지금 민생을 위해 정부·여당이 해야 할 일은 야당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에 맞는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드는데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새정치민주연합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의 기초법 개정안이 "'민생 법안'이라는 허울을 쓴 개악(改惡)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의 기초법 개정안은 기초생활보장을 받을 수 있는 자격 기준을 행정부 임의대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라면서 “원안대로 통과되면 앞으로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얼마든지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축소해 나갈 수 있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 “정부·여당의 기초법 개정안은 빈곤정책의 핵심 과제인 사각지대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라면서 “비수급 빈곤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와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담겨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복지시민단체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도 29일 성명을 내고, 정부 여당의 개정안은 ‘세 모녀 사건’의 핵심 원인이었던 추정소득, 재산의 소득환산제, 부양의무제 등 ‘3대 독소조항’ 해결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현행 기초법의 문제는 급여체계가 아니라 수급자 선정 요건에 있다”라면서 “정부 안대로 통과된다 해도 세 모녀는 계속 비수급 빈곤층에 방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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