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비난 보도 심각, “진보언론도 받아쓰기”

[공무원연금④] 사회안전망 구축은 뒷전, ‘연금’ 삭감으로 하향평준화

‘공무원 연금’을 둘러싼 언론사들의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보수일간지를 비롯해 경제지, 방송사, 심지어 진보 성향의 주간지까지 공무원 연금 액수와 적자 구조를 연일 비판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3월부터 8월 말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경향신문 등 일간지와 주요 경제지 등은 수십여 건에 달하는 공무원연금 관련 기사 및 사설을 내보냈다. 모두 공무원 연금을 ‘특혜’로 규정하고, 공무원 연금 적자 재정에 수십조 원의 세금이 투입됐다는 내용들이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는 ‘공직사회 개혁’의 본보기로 공무원 연금에 칼을 대야 한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됐던 ‘관피아’ 등의 사회 구조적 문제는 결국 하위직 공무원을 겨냥한 ‘책임 떠넘기기’로 점철됐다.

공무원노조는 언론사들이 사실 관계를 확대 해석하거나 왜곡하고, 정부 입장만을 편협하게 보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공무원 연금의 성격이나 실제 공무원들의 보수 및 신분상의 제약, 공적 연금에 대한 이해가 배제된 마녀사냥식 보도행태라는 지적이다.

[출처: 5월 30일자 <중앙일보> '반성문 대신 연금 생존권 외친 공무원들']

언론들의 ‘공무원연금’ 비난 보도 이어져
조중동 및 경제지 비롯해 경향, KBS까지


공무원노조 소속 간부 등은 지난 1일, 주간경향 본사 항의방문에 나섰다. 노조는 이날 주간경향 편집장을 만나 본지 기사가 현행 공무원연금법이 아닌 과거 법을 비교 적용해 내용상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며 항의했다.

주간경향은 지난 30일, ‘26년 2개월 근무한 공무원은 월 220만 원, 국민연금가입자는 월 84만 원’이라는 제목과 ‘공무원연금 칼 대야 하는 이유’라는 부제목을 단 기사를 내보냈다. 공무원 퇴직자와 일반 직장인을 놓고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액수를 비교해 놓은 내용이다. 하지만 노조는 해당 공무원 퇴직자의 연금을 현행 공무원연금법이 아닌 개정 전 법을 적용했다며 반발했다.

주간경향은 해당 기사를 통해 “공무원이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 후하게 설계돼 있다”며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든지, 아니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무원연금을 줄이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4월 9일, ‘나랏빚 1117조, 1인당 국가채무 1000만 원 육박’ 기사를 시작으로 같은 달 14일, ‘공무원, 군인연금 적자 메우려고 국민 세금 5년간 14조 원이나 투입’기사와, 8월 21일 ‘공무원연금 깎는 대신 퇴직수당 인상안 대두...합산액 큰 변화 없어’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13일에도 KBS를 항의 방문하고 왜곡, 편파 보도에 항의한 바 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비롯해 서울신문, 한국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등 보수 일간지와 경제지 등도 공무원 연금 개혁을 위한 채찍질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8월 20일자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벌벌 떠는 여, 공무원 표만 무서운가’를 통해 “지금부터 2016년 4월의 총선까지 20개월은 굵직한 선거가 없다. 마음먹은 개혁 작업을 하기에 ‘골든 타임’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민들 사이에 공직 사회 개조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공무원연금의 시급한 개혁을 요구했다.

한국일보도 8월 5일, ‘혈세로 연 2조 메우며...공무원연금 월 평균 2017만 원 펑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고, 서울신문은 6월 30일자 사설에서 ‘공무원 특혜 포기 없는 개혁은 공염불’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취재일기’를 통해 ‘반성문 대신 연금 생존권 외친 공무원들’이라는 취재 후기를, 한국경제는 ‘공무원 연금의 민낯을 공개하라’는 선임기자 칼럼에 이어 ‘대기업보다 센 공무원 월급’이라는 기사 등을 내보냈다.

사회안전망 구축은 뒷전, ‘연금’ 삭감으로 ‘하향평준화’ 시키겠다고?

공무원연금 관련 기사들은 ‘지난해 1117조가 넘는 국가 부채’가 발생했고, 지난 5년(2009~2013년)간 정부가 공무원 및 군인연금 적자 재정 보전 금액이 13조 9천억 원에 달한다는 식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퇴직 공무원 및 군인에게 지급한 연금은 51조 8천억 원이며, 이들이 납입한 보험료는 37조 9천억 원이어서 부족한 금액을 정부 재정으로 메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대다수의 언론들은 지난 5년간 국민 1인이 28만 원 씩 공무원, 군인연금 적자 재정을 부담해 왔다는 통계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재정이 부실화된 원인을 지적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가 공무원 연금의 기금을 운용해 재정 부실화를 초래했다는 노조 측 주장도 보도되지 않는다. 실제로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10만 여 명의 퇴직금 4조 7,169억 원을 정부 예산에서 지급해야 했고, 이를 공무원연금에서 운용한 바 있다.

이밖에도 사망조위금과 재해부조금 2조 2,565억 원 등 총 6조 9,734억 원을 다른 용도로 전용해, 공무원연금의 재정안정성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정용천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정부가 공무원연금 기금을 운용하고 이를 채워놓지 않아 재정 부실화가 발생했다. 주식시장이 바닥을 칠 때 공무원연금으로 이를 땜빵하는 등 부실운영의 사례들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공적연금 투입 재정이 너무 낮은 수준이어서 적자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OECD국가들의 평균 공적연금 지출률은 8.4%지만, 한국의 경우 0.9%에 불과하다. 공적연금은 필연적으로 적자 구조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적자 구조를 ‘위기 상황’처럼 부풀려 결과적으로 사적연금을 확대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함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상황이며, 향후 국민연금 개악으로 노후소득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그간의 언론 보도는 하위직 공무원의 낮은 임금과 각종 제약, 공무원 연금의 성격 등을 고려하지 않아 왔다. 정부에 공적연금 확대 등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요구하기보다는, 안정적 일자리를 하향평준화해 격차를 조정하겠다는 방식이다.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진보언론이라 하더라도 연금을 잘 모르고, 정부 내용을 받아쓰기하는 식이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용천 대변인 역시 “노동시장 유연화로 비정규직이 확산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고, 평범한 직장이었던 공무원들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언론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인 안정적인 일자리 확충과 노후 보장 등을 요구하기보다는 공무원과 공무원연금을 깎아내리는 방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정부가 사회안전망 구축은 고사하고, 그나마 안정적인 일자리조차 하향평준화 시키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노후를 팽개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태그

공무원연금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구태화

    지난 정부에서 정부나팔수 찌라시에 불과한 신문, 지금은 변신하여 자칭 진보신문이라고? 편파오보나 하지말지.

  • 백승진

    참... 답답한 세상이다...

  • 양득춘

    광고에 목이 마른 언론지에 돈을 들여 광고를 내어라. 그리하여 국민이 알게 하라. 교사의 연금 불입액이 총 3.3배나 많다는 점도 홍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데 이 내용은 어느 언론에도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