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세월호 유족 모욕등 강력 단속, 초라한 성적

1천명 동원 모니터링 2명 실형...정치인 처벌은 없어

전국 사이버 수사요원 1,038명을 동원해 세월호 참사 관련 ‘유언비어, 유족 모욕’등 대대적 단속을 경찰은 밝혔지만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청은 세월호 참사 발생 다음날부터 개인 사찰, 인권 침해 논란까지 일으키며 내사 착수, 삭제 요청 등 대대적 단속을 벌이는 한편 사법처리 입장을 밝혀왔다. 4월 17일부터 5월 7일까지 20일간 총 18여 차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세월호 참사 관련 유언비어와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경찰은 유언비어 유포 행위에 대해 ‘가족 등에게 상처를 주고, 허위 신고 등으로 수색·구조작업에 지장 초래’, ‘유가족에게 큰 상처를 주고, 국민의 공분을 사게 하는 괴담’으로 규정했다. 5월 6일까지 8일간 악성 유언비어 사범 총 39명을 검거(구속 2명)하고, 118건에 대해 내사 중이라고 5월 7일 밝혔다. 이후 내사 사건에 대해 “계속 (내사가) 진행 중이지만 따로 보도자료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9월 2일까지 온라인쪽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2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경찰은 김모 씨가 민간잠수부로 가장해 해경이 구조를 막았다는 내용의 글을 SNS를 통해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4월 25일 구속, 법원이 6월 3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성적 모욕하는 게시물을 올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 정모 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8월 29일 징역 1년이 선고됐다.

경찰은 오프라인 쪽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홍가혜 씨를 구속한 바 있다. 홍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 해경의 수중구조 활동을 비판하는 방송 인터뷰를 해 해경청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과잉 처벌’ 논란이 일고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홍가혜 씨가 언급한 민간잠수사 투입 제한, 해경의 부족한 지원 등은 가족들도 공감하는 부분이었고 사실로 밝혀진 부분도 많다”며 불구속 재판 요청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홍씨는 3개월 만인 8월 1일 보석 석방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가족·실종자 가족 등 관련 유언비어를 계속 유포했다면 구속 영장을 청구했겠지만, 대다수가 일회성 댓글 형식이고 10대 학생이 다수”였다며 “유언비어 유포 혐의에 대해 다른 건과 다르게 경찰이 입건해 송치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강력히 처벌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반면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약해 보인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타인의 거짓 글을 SNS에 올려 물의를 빚은 권은희 현 새누리당 대변인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경찰은 8월 13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 성서경찰서 관계자는 “권은희 의원이 한 차례 조사받는 등 전체 조사 끝에 대구지검 서구지청 지휘 하에 이루어진 일”이라며 “비방할 목적은 아니었다고 최종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시체장사’에 비유한 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의 진정사건에 대해 경찰은 8월 초 ‘내사 종결’ 했다. 안양 동안경찰서 관계자는 “혐의 없음이 명백하다”며 “지만원 씨가 올린 내용을 보면 사회 분위기도 있고 해서 언론에서 왜곡 보도한 게 있다. 유족이 시체 장사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의 유족 비방용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검찰은 “일반 고소·고발 사건에 준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관계자는 “맞고소가 이루어져 한 쪽 고발인은 조사했고 다른 쪽은 곧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어느 쪽을 조사했는지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 정철순 변호사가 “희생자 유족들이 많은 보상금을 요구하거나 희생자를 의사자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는데도 심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유포해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7월 30일 검찰 고발하자, 심 의원은 같은 혐의로 맞고소 했다.

한편, 심 의원의 유언비어 유포에 대해 경찰이 먼저 나서 내사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경찰 관계자는 “유언비어에 대해 피해자 의사가 없더라도 거부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내사할 수 있다”면서도 “피해자 의사가 중요하다”고 다른 말을 했다. 세월호 참사 초기에 피해자들이 ‘경황이 없을 것’이라며 별도의 신고와 고소·고발이 없이 무차별 모니터링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모습과 대조된다.

'정부 비판에는 강경, 유족 비난에는 정반대 태도'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유언비어는 최초에 만들어 유포시킨 사람이 중요하고,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사회적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유포시키는 경우”라면서 “이들이 유포하면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라 높은 수위로 확대재생산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유 대변인은 “경찰이 유언비어 유포 행위를 100% 차단하긴 쉽지 않겠지만, 최초 작성 유포자나 영향력을 가지고 확대재생산하는 사람들에 대해 충분히 수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수사 의지를 보이고 결과를 빨리 내야 반대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은 국회의원이나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람에 대해선 관대하고 오히려 철없이, 장난으로, 충동적으로 한 시민에 대해선 열심히 수사하는 것 같다”며 “경찰의 이런 모습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에 대해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는 글을 올리고 유족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한다던 권 의원은 진도 팽목항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은화 학생의 어머니께 찾아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이 이 글에서 공개한 사진의 주인공은 아직 10명의 실종자 명단에 있는 안산 단원고 2학년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인 것으로 언론 보도된 바 있다.

또한 경찰 측의 유언비어 유포 행위 대응은 5월 7일 이후부터 사뭇 다르다. 5월 8일부터 9월 1일까지 넉 달 동안 유언비어 관련 경찰청 보도자료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망 관련 악의적 허위사실 엄정 대응’을 포함해 단 두건에 불과하다. 이조차 국정원과 정부, 국과수 등 수사기관을 비판한 내용이 담긴 ‘유언비어’이며, 유가족 관련 건은 없다.

경찰은 7, 8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유가족에게 큰 상처’를 준 유언비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대학 특례입학, 의사상자 지정, 배·보상 요구 등과 같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여야가 발의한 법안이 유가족이 요구한 것으로 왜곡돼 유가족 비방용 무차별 유포됐다. 이 같은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경찰이 별도 조치한 건 없다.

그 이유에 대해 경찰 측은 ‘국민적 애도 시기’, ‘이슈에 따라’ 등 시기 문제를 들었다. 또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현재 안산 단원경찰서에 유가족 명예훼손·모욕죄 사건에 대해 고소·고발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유족이 경황이 없어 자체 수사한 것”이라며 “명예훼손·모욕죄 성격상 수사기관이 먼저 움직인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사건 성격상 국민적 애도 감정이 있어 피해자들을 매도하는 글을 통상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10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않는 등 아직 국민적 애도 시기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경찰청 관계자도 “5월 이후 유언비어는 종식됐다고 보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며 “유언비어가 극심했던 시기엔 홍보용으로 냈지만 지금은 잠잠하니까 낼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1천여 명씩이나 수사요원을 동원해 국민을 상대로 무차별 모니터링 해서 2명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숫자가 적다는 것도 문제이고, 표현의 자유 기본권 침해, 인권 침해까지 자행한 보여주기식 대응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의 유언비어 대응 내용에 대해서도 그는 “정부기관에 대한 비판성 글에 대해선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내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홍가혜 씨는 바로 구속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면서도 최근 근거 없는 마타도어로 유족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선 정반대의 태도를 취했다”면서 “편파적이다”고 비판했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경찰과 검찰은 처음부터 유족의 아픔을 헤아리지 않았다. 가족이 화가 나는 유언비어에 대해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 의지도 약했다”며 “수사요원 1천명을 동원했어도 형식적 모양새만 갖추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진욱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다른 때는 굉장히 발 빠르게 움직이던 경찰이 이런 문제에 이중적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측은 8월 27일부터 세월호 관련 유언비어, 악성댓글 제보센터 운영하며 세월호 유족 비방 허위사실을 악의적으로 유포한 26명을 검찰 고발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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