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소통광장’에 글 썼다고 교사 구속시키나...교사들 반발

세월호 참사 ‘교사선언’ 나섰던 53명 교사들 “우리도 구속시켜라”

경찰이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박근혜 정권 퇴진’ 선언문을 게시한 교사 및 전교조 지도부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 선언에 참여한 현직 교사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시국선언과 조퇴투쟁으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과 이영주 수석부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5월 13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박근혜 정권 퇴진 교사선언’ 글을 게재했던 이민숙 교사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경찰은 이민숙 교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우려’ 등을 제시했다.

교사선언에 나섰던 현직 교사들은 2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실명을 밝힌 53명의 교사들은 입장을 통해 “이민숙 선생님의 교육적 실천이 올바르고 정당함에도 오히려 구속 영장 청구 사유가 된다면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영선 경인고 교사는 “5월 13일 교사선언에 참여한 후, 교육부가 감사원을 보내 본인 확인을 했다. 이후 반 학생들에게 ‘징계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학생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고 징계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며 “이민숙 선생님이 구속영장 청구된 상황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나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유족을 만나주지도 않으며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리고 있다”며 “우리의 행동은 정당했다. 이민숙 교사에 대한 구속조치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숙 교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교사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부당한 대응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 교사는 학교에서 직접 수업을 하고 있는 현직 교사로서 ‘도주’의 우려가 없고, 이미 경찰 수사로 관련 자료들을 압수당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경찰이 과도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에 올라온 박근혜 퇴진 교사선언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또한 53인의 교사들은 “교사선언이 게제된 곳은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의 ‘자유게시판’으로 국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곳”이라며 “이를 두고 구속 수사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우리는 유가족은 물론 온 국민과 함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에 앞장 설 것이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책임질 것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며 △이민숙 선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즉각 철회 △교사선언에 참가한 교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및 징계시도 즉각 중단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는 3일 오전 10시, 이민숙 교사와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이영주 수석부위원장 등 3인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날 밤께 구속 여부를 결정짓는다.

이민숙 교사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입장 발표 참여 교사들

김영섭(남춘천여중), 김효문(우석중), 남정화(삼화초), 권혁소(고성중), 송정민(소양초), 손영갑(소양고), 강석도(삼일초), 양서영(부천여중), 박세희(남한고), 이해평(원당중), 정애경(경기모바일고), 김사라(원종고), 이미애(장자초), 강미자(안양해솔학교), 김진(부곡중), 최덕현(중흥고), 안재형(소하고), 이길순(동양초), 권혁이(운산고), 김미경(영산중), 양태인(마산동중), 박용규(밀양중), 안동수(한밭고), 김덕윤(유성생명과학고), 오완근(경덕공고), 지혜복(한강중), 이인범(경희고), 이철호(배문중), 조영선(경인고), 김소희(신림초), 김영승(세화여중), 박범성(염광고), 송지선(석관고), 김용섭(영신간호비즈니스고), 조용식(무룡고), 신선식(순천여중), 권혜경(해남중), 강복현(두원초), 정영미(순천제일고), 고재성(진도실고), 조창익(해남제일중), 강성종(광양중), 강윤희(백암초), 송호영(양지초), 윤정희(북면초), 채윤실(죽산초), 이윤미(이리백제초), 양두희(장수초), 김지선(용정초), 오세연(새샘초), 이향원(월랑초), 박옥주(청량초) 이상 5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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