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박근혜 만난 다음날 여당과 정책연대 부활

보수여당과 4년여 만에 정책협의회 정례화...김무성, “북유럽 코포라티즘 처럼 만들자”

2일, 3년 6개월여 만에 새누리당과 한국노총 정책연대가 사실상 부활했다. 전날 오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노사정 대표자 55인 초청 간담회를 진행한지 하루만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임원, 회원조합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중단됐던 당 정책위원회와 노총 간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는 한국노총과 정례적으로 만나 각종 산적한 노동 현안 해결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이 공약한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국정과제 최우선순위로 중단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며 “9월내로 당 정책위와 노총 간 정책 협의회를 열고 하반기에 입법이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동만 위원장은 하반기 주요 현안으로 △‘노동시간단축’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 입법화 △노동기본권 문제 해결 △초헌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공부문 대책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제시했다. 또한 금융노조 등 각 산별 대표자들도 산별 현안 해결을 김무성 대표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요청에 김무성 대표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한국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최근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한 용기 있는 결단에 감사드리며,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은 만큼 중단되었던 당과 노총의 정책협의회를 다시 시작하자”고 답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김무성 대표는 한국노총에 북유럽식 사회적 코포라티즘을 함께 만들어야한다며 적극적인 대화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자리엔 여당에서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최봉홍 의원과 나성린, 권선동, 김학용, 박대출 의원이 함께했다.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는 나성린 의원은 여러 현안 요구에 대해 검토 정도와 논의 범위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하는 성의를 보였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애초엔 김무성 당대표 취임이후 노동계를 만나 가벼운 티타임 정도의 짧은 행사로 계획됐지만, 전체 산별이 다 참석해 각자 자기 요구안을 읽는 큰 행사가 됐다”며 “그동안 노총이 목말라 왔던 이슈가 많은데 정부 압박을 위해선 새누리당을 통해서 하는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아마 주말 사이 한국노총 측 요청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정례화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과 민주노총 등에선 한국노총의 이러한 행보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국노총이 2011년 여당과 정책연대를 파기한 핵심이유가 이명박 정부 당시 복수노조 문제와 타임오프 등 반노동정책 때문이었다. 이 같은 반노동정책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계속 이어져오는데다 더욱 노골적인 탄압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노총도 올 초 철도파업 당시 민주노총에 공권력이 투입되자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면서 박근혜 정부 반노동정책에 항의한 바 있다.

이런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현안 문제 해결만 바라보고 노사정위 복귀->박근혜 대통령과 노사정 간담회->정책연대 부활 수순까지 밟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섣불리 여당의 손을 잡았다가 또 보수 여당의 들러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노총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정책협의회 정례화가 정치방침을 통해 배타적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방식까지는 아니지만, 1일 박근혜 대통령 만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근혜 정부의 최근 행보를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새누리당과 손을 잡은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