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추석에 버스타고 고향가고 싶다”

대구경북 장애인 100여명 모여 장애인 시외 이동권 보장 요구


"버스로 2시간 30분이면 귀향할 수 있는데 이번 추석에도 환승까지 해가며 기차를 타야 해요. 기차를 타면 4시간이나 걸려요. 나도 버스타고 고향에 가보고 싶어요"(임선하 씨)

임선하 씨는 고향이 광주지만 추석에 광주행 직통버스를 탈 수 없다. 버스를 타면 2시간 30분이 걸리는 귀향길을 기차를 타고 4시간에 걸쳐 가야한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중증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다른 중증장애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2일 오후 장애인지역공동체 등 14개 대구경북 장애인단체는 대구시 동구 신천동 한진고속터미널 앞에서 시외버스 및 고속버스의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모인 100여명의 장애인들은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 개정된 지 10여년이 되어감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의 권리는 여전히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며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시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개정과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이동권)를 가진다.

노금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센터 소장은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은 장애인들이 모든 교통시설에 안전하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계획이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경북 저상버스는 10% 내외이고, 장애인콜택시 역시 법정 대수를 지키지 않고 있다. 장애인들은 시내 접근성조차 보장받지 못 하고 있고, 시외 접근성은 더 열악하다”며 장애인 이동권 상황을 지적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오후 2시 30분, 휠체어를 탄 장애인 50명은 직접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표를 예매하고 기다렸다. 시외버스는 리프트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탑승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구나 버스 방지턱 때문에 버스 입구까지도 접근하지 못했다.


  버스 방지턱에 걸려 휠체어가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로 출발 예정이던 동양고속의 한 버스 기사는 “장애인들도 국민이고 여행도 다니고 가고 싶은 곳도 다니면 좋겠지만, 지금 고속버스 자체가 버스 통로도 좁고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시설이 안 돼있다”고 말했다.

표를 예매하고 기다리던 장애인들은 결국 아무도 버스를 타지 못했다. 이들은 "장애인도 버스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 버스 타게 해달라"고 외쳤다.


한편, 오후 2시 30분 기자회견장 인근 카페에서 박명애 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를 비롯한 4명의 장애인단체 대표단은 중앙고속 등 6개(천일, 한진, 삼화, 경북, 동양) 고속버스 관계자, 대구시 대중교통과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다. 대표단은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보장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장애인단체 대표단과 고속버스 관계자, 대구시 대중교통과 관계는 고속버스 본사와 국토해양부, 시외버스 인허가를 담당하는 경북도청에 관련사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낼 것과, 지속적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를 마련할 것을 합의했다.

이경중 대구시 대중교통과 복합환승센터 계장은 “지금까지 장애인 이동권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국토부와 경북도에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김규현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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