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세력은 과연 누구인가

다양한 세력 제휴...우크라이나 동부·러시아 민족주의적 사적 협력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구와 러시아 간 공세가 격화되는 가운데 베일에 가려진 동부 분리세력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융에벨트>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현 정치 상황에 대해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전쟁과 동유럽에서의 많은 정치적 격변들에서처럼 다양한 사회 및 민족 세력이 공동의 적에 맞서 제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민족주의자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공산당원도 결합해 있으며 극우조직에서 활동했던 인물도 있다. 일례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정치인이자 돈바스 인민군의 대표 파벨 구바레프는 극우단체의 회원이었다. 이러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반영하듯, 도네츠크인민공화국 헌법은 사회복지 국가임을 표방하는 한편, 전통주의적인 가정상과 정교회 신앙을 강조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총리 [출처]novorossia.su 화면캡처

정부 요직에 있는 인물을 살펴보면, 총리와 국방부 장관은 모두 도네츠크 출신이다. 최근 총리가 된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는 기업인이자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전투세력 중 하나인 민족주의운동 옵로트(Oplot) 사령관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월 16일 도네츠크 당국 점거에 참가했고 5월에는 군 요직을 맡았었다. 지난달 26일 그는 연방주의가 아닌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위한 입장을 분명한 바 있다. 국방부 장관이 된 블라디미르 코노노프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지만, <비비씨>에 따르면, 도네츠크에서는 유명한 군인으로 ‘차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출신과 러시아를 배경으로 주변국에서 들어온 이들도 있다.

<융에벨트>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옛 소련 국가 몰도바에서 독립을 선포한 친러시아 성향의 자치공화국 트란스니스트리아 안보장관을 지낸 블라디미르 안튜페예프는 지난 7월 말부터 안보 담당 부총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알렉산드르 보로다이 전 총리와 이고르 기르킨(예명, 스트렐코프/사수) 전 국방장관이 데려온 인물이다. 이고리 스미르노프 트란스니스트리아 초대 대통령이 국가를 건설하는 데 협력한 바 있으며 국가 건설 경험이 있는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인민공화국에 이미 공무원 1천 명을 투입하고 있다. 내무장관도 트란스니스트리아 출신의 인물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체제는 알렉산드르 보로다이 총리와 이고르 기르킨 국방장관 체제에서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와 블라디미르 코노노프 체제로 교체되면서 굳어졌다.

<융에벨트>는 이에 대해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현재 정치 지도자는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인 출신”이라며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영향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퇴임한 보로다이 또한 현재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 총리의 자문관을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러시아 관계: 민족주의와 사적 이익에 기초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와 러시아와의 관계는 민족주의적이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의 협력 관계에 기초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러시아 극우에 공격을 받은 적이 있는 러시아 언론인 올렉 카신(Oleg Kashin)은 <타게르-안차이거>에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리세력 사이의 관계에 대해 ‘민족주의적이며 사적인 협력관계’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정책이 크림 합병을 비롯한 동부 반란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올리가르히 콘스탄틴 말렉페예프와 그의 사람들이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말렉페예프는 애초 모스크바 출신 39세의 기업가로 정교회 신자이자 민족주의 애국자로서 러시아 차르 왕조 부활을 꿈꾸는 왕정복고주의자다. 스위스 일간지 <타게르-안차이거>에 따르면, 이런 그의 우상은 19세기 말 러시아를 지배했던 차르 알렉사드르 3세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지만 러시아 고위 관료들과는 가까운 관계에 있다고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에 따르면 말로페예프는 크림합병에 정치적 막후 조종자로서 역할을 했다. 그는 모스크바와 크림반도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푸틴과 악쇼노프 회동 때도 동행한 바 있다.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는 유럽의 극우 그리고 왕정주의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서유럽 귀족계급 대표들 그리고 프랑스 국민전선과 같은 극우와 비밀회동한 바 있다. 이 회의의 주요 참석자는 러시아의 ‘유라시아 운동’의 대표적인 이데올로그 알렉산드르 두긴이며 그는 이 자리에서 ‘신러시아’ 건설을 촉구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에서 퇴임한 알렉산드르 보로다이와 이고르 기르킨이 그를 위해 일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2명은 퇴임 전까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가장 영향력이 많은 우익 세력으로 꼽혔다. 모두 러시아 국적으로 체첸과 몰도바 전투에 복무했고 러시아 정보당국에서 일한 바 있으며 러시아 민족주의 세력과 연관돼 있다.

올렉산드르 보로다이는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현재 43세로 모스크바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1994년 제1차 체첸전쟁 기간 러시아 국영통신사 <리아 노보스티>의 군사 통신원으로서 일했던 인물이다. 1996년부터 그는 자프트라 신문사에서, 2001년부터는 위기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컨설팅사를 운영했다. 이후 2002년에는 35세의 나이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부책임자로 지명된 바 있고 러시아 주요 투자펀드에서도 일했었다. 그는 또 2011년 12월에는 애국주의 온라인방송사 <데이>를 공동 창립했는데 이 방송에는 반유대주의 선동으로 일시 구금된 적이 있는 러시아 언론인 콘스탄틴 두셴노프가 정기 출연한 바 있다. 그는 VRD에서 총리로 취임하기 전에는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공화국 수반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했고 크림합병에 관한 전략을 맡았었다.

이고르 기르킨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반란군의 군사사령관으로서 돈바스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 민족주의자로 다수의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3월까지 러시아 FSB에서 일했고 크림합병 전 국내 국군기무사령부와 같은 러시아 정보총국(GRU)에서, 이어 크림합병 전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공화국 수반의 보안 자문 역할을 했으며 이후 동부 반군에 가담해 총사령관의 역할을 했다.

<융에벨트>는 이 2명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무장 충돌 전까지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를 위해 안보 분야에서 공식적으로 일했다고 지적한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고위 정치인들은 여전히 이 2명이 말로페예프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세력 간 갈등

그러나 우크라이나 동부 세력 내부 갈등도 제기되고 있다.

보로다이와 기르킨이 퇴임 전 데려온 블라디미르 안튜페예프 안보 담당 부총리는 안보 담당 부총리가 되면서 소수 현지 출신의 분리주의자로 국방장관이었던 알렉산드르 호다코프스키를 밀어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융에벨트>는 호다코프스키와 기르킨 사이에는 오랫동안 긴장이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호다코프스키는 지난 7월말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반군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해 반군 세력을 위기에 빠트린 바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융에벨트>는 이에 대해 기르킨이 우크라이나 올리가르히 리나트 아흐메토프와도 협력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덧붙여 설명했다. 이 올리가르히는 도네츠크 출신으로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였으나 동부 분리에 대해서는 반대해왔었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공화국은 최근 ‘신러시아’라는 뜻의 ‘노보로시야(Novorossiya)’를 결성했으나 그 통합 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져 있지 않다. 노보로시야에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외에 오데사 등 6개 지역도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