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돼도 세월호 유족은 안돼

경찰 직권남용 논란...“기다리라고 해 아이들 다 죽었다” 항의

세월호 참사 유족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청와대 민원신청서 작성·접수조차 11일 경찰이 막았다. 특히 지난 4월 4일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청와대 민원실을 방문 면담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있어 경찰의 월권뿐 아니라 청와대의 민원인에 대한 이중성 논란도 인다.

청와대 외곽 경비 업무를 맡고 있던 서울지방경찰청 202경비단과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은 처음엔 유족에게 “민원 절차를 알아본다”고 했다가 “민원신청은 등기우편으로 넣으라”면서 유족의 민원신청을 막고 세월호 청와대 농성장으로 돌려보냈다. 민원실 위치를 묻던 유족은 청와대 정문으로부터 200미터 가량 떨어진 신무문 앞에서 40분가량 기다린 상황이었다.

참사 희생자 단원고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 씨와 권순범 군의 어머니 최지영 씨는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며 “세월호 유족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내일 다시 민원을 넣으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202경비단 측은 관련해 “민원을 넣는 것도 절차가 있기 때문에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이에 최지영 씨는 “우리 아이들은 기다리라고 해 절차 지키다 다 죽었다” 말했다.


청와대 민원비서관실이 등기우편물 집하장?
“우리 아이들이 기다리라고 해 기다리다 다 죽었다”


세월호 유족은 이날 오후 1시40분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시위를 한 뒤 2시45분쯤 신무문 앞에 도착했다. 제지하는 202경비단 측에 유족은 “청와대 민원실에 민원신청을 넣으러 간다”고 밝혔다. 유족 주변의 관광객들은 청와대를 배경으로 수시로 사진을 찍었지만, 유족은 같은 위치에서 사진 촬영하는 것도 제지당했다. 이남석 씨는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민원을 넣을 자격이 있다. 민원실을 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세월호 유족은 민원실에 가기는커녕 민원신청서조차 작성할 수 없었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유족에게 “청와대에는 민원실이 없고 우편함만 있다”고 했다가 “민원비서관실 주소를 친절히 가르쳐 줄 테니 우편으로 보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민원신청자에게 “집회를 하려는 것이냐”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유족은 “우리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유족이 민원 신청을 넣고 오겠다는 데 왜 안 되는가?” 라고 물었지만 결국 청와대 농성장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경찰관계자는 “청와대에는 면회실과 민원비서관실이 있다”며 “면회는 관련 부서에 사전 약속된 사람만 출입해 면회할 수 있고, 민원비서관실은 등기우편을 넣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민원은 우체국에 가서 등기우편을 넣거나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하면 된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경찰의 이런 행동에 대해 박주민 변호사는 “개인이 민원비서관실에 민원을 넣는 것을 막는 행위는 경찰이 직권을 남용해서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행동이며 불법 공무집행이다”면서 “집회나 시위를 하거나 폭력행위를 하는 것도 아닌 민원 신청이다. 과도한 대응이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종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각 종 조직은 집회·행사 이후 청와대에 항의서한, 면담요청 등을 전달하는데, 청와대 민원비서관실 직원이 나오기도 하고 영풍관에 접수하는 곳이 있다”면서 “심지어 지난 4월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청와대의 면회실을 방문하고 대통령 면담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새날 법률사무소 김상은 변호사도 “민원실의 주된 목적은 민원을 신청하는 곳이다. 청와대 민원비서관실이 우편물만 받는 곳이라면 민원실을 운영하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면서 “경찰의 행위는 청원 자체를 방해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세월호 유족이라는 이유로 민원실 접근조차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 민원비서관실이 등기우편물 집하장인가”라고 꼬집으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유족의 접근을 막기 위해 경찰이 궁색한 변명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이 민원 제출 방식으로 알린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국민권익위로 들어온 민원은 해당 행정부처로 전달한다”면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민원은 청와대로 편지를 써서 보내는” 방법을 권유했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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