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상고 포기, 삼성 백혈병 산재 인정

법원 항소심 판결 상고 포기해...7년간 산재인정 싸움 결실

근로복지공단이 삼성 백혈병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한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고를 포기했다. 이로써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골수성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고 황유미 씨와 고 이숙영 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 인정 싸움을 벌여온 지 7년 만의 성과다.

근로복지공단은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에 대한 상고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까지 상고에 나서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11년 서울행정법원은 고 황유미, 고 이숙영 씨의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 판결에서도 원심과 동일한 근로복지공단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이 열린지 약 3년 만의 판결이었다.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은 12일 입장서를 통해 “근로복지공단이 상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고 황유미, 고 이숙영 님에 대해 산재인정 판결을 한데다가 2심의 경우 1심보다 엄격한 증거에 입각해 산재인정을 내린 만큼 또 다시 불복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7년을 이어온 문제를 대법원에 까지 가져갈 경우 제기될 사회적 비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등법원은 8월 21일 항소심 판결에서 ‘질병과 업무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는 의학적, 자연과학적 증거 뿐 아니라 제반사정도 고려해 추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황유미, 이숙영은 업무수행과 백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1심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던 고 황민웅 씨를 비롯한 송창호, 김옥이 씨 등 3인에 대해서는 원심과 동일하게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 피해자 3인은 지난 4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와 관련해 반올림은 “업무상 질병 인정 소송에서 유해물질 취급과 노출에 대한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는 최근 대법원 판례의 경향을 고려한다면 대법원에서는 산재가 인정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7년간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 인정 싸움을 이어온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켰다’며 산재 인정 소식을 반겼다. 그는 11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근로복지공단에서 상고를 포기한 것은 법적인 책임이 상당히 반도체공장에 있다는 것을 법적으로 증명을 해준 것”이라며 “유미한테 약속을 키졌다는 것에 대한 뿌듯한 감동이 있는데, 한편으로 유미 생각이 나서 상당이 마음이 우울하다”고 밝혔다.

6차에 걸친 삼성과의 교섭에서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된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황상기 씨는 “(삼성이) 계속 피해자 가족들을 이간질 시키고 있다”며 “법원에서 삼성 반도체 공장 업무 때문에 병에 걸렸다고 얘기를 한 만큼, 삼성은 재발방지에 충실해야 하고 병에 걸린 노동자들에게 보상할 책임이 생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올림 역시 “삼성이 변했다는 세간의 시선들이 있지만, 이제까지 교섭장에서 보여준 삼성의 태도는 그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제라도 삼성은 잘못을 인정하고, 많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보상하며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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