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이라크·시리아 내전 개입, “비극적인 장기전될 것”

쿠르드 민병대, 이라크군, 시리아반군, 사우디 등 지역 세력에 대한 잘못된 선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와 이라크에 걸쳐 있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목적으로 이라크와 시리아 내전에 대한 전면적인 개입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비극적인 장기전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출처: 더애틀랜틱 화면캡처]

11일(현지시각) 미국 독립방송 <데모크라이시나우>의 중동 전문가 피터 갈브레이스 전 미국 상원 외교위원과 비제이 쁘라사드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 초청 인터뷰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의 개입은 IS를 약화시킬 수는 있더라도 격퇴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오히려 미국이 부추겨온 종파간의 갈등을 기반으로 중동 지역에서 패권 다툼을 벌여온 수니파 다수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다수의 이란 간 긴장이 완화될 수 있도록 중재하는 것이 현재 갈등을 해소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전문가들이 이 같이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이라크 새 정권에 대한 수니파의 낮은 신뢰도로 인해 ISIS에 대한 억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후 집권한 시아파 정권은 이라크를 시아파 국가로 정의하고 다른 이들을 배제하며 수니파의 분노를 불렀다. 최근 미국 대통령의 연설 전 급조된 이라크의 새 내각 또한 통합정부라고 자임하고는 있지만 수니파나 쿠르드는 실제적으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의 지역 세력에 대한 잘못된 선전

또한 미국의 이번 군사작전은 IS에 맞선 군사력 훈련과 지원 공습을 골자로 하지만 현지에서 전투를 벌일 협력 세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피터 갈브레이스는 미국은 3개 세력에 지원할 수 있을 것이지만 모두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첫 번째 세력으로 꼽히는 쿠르드 민병대 ‘쿠르드 페슈메르가’는 지난 8월 ISIS에 타격을 입은 뒤 미국의 지원 공습으로 영토를 재접수했지만 이들이 자신의 영토를 거의 되찾은 상황에서 이 영토를 넘어 나아가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두 번째 대상자는 ISIS의 공격에 산산이 흩어진 이라크군이지만 수니파 지역에서의 이라크군 재편성은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복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애초 이라크군의 훈련과 장비를 위해 수억 달러를 썼으나 이들에게 지원된 장비는 현재 ISIS 수중에 떨어진 상태이기도 하다.

셋째는 시리아 반군이다. 그러나 이들은 1년 이상 ISIS와 싸우고 있는 시리아 쿠르드군(YPG)을 제외하고 아사드를 물리칠 전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실제로 이들을 의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이다.

시리아 반군 협력도 불투명

시리아 반군의 협력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들 주장의 근거는 다층적이다.

우선, 시리아 북부에 있는 쿠르드 세력인 시리아쿠르드군은 미국이 테러단체로 간주해온 터키 쿠르드노동당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맞섰던 자유시리아군 등 온건 이슬람 반군도 현재는 사실 이름만 있는 빈껍데기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시리아 온건 반군 훈련에 대한 지원을 맡긴다는 입장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이슬람여단(Jaysh al-Islam)은 결코 온건한 조직이 아니며 오히려 이라크 사람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세력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극렬 조직이라는 점에서 협력이 제대로 작동될 지도 의문으로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에겐 IS 격퇴 보다도 자신의 최대 위협국인 이란이 지원하는 시리아 정권에 타격을 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시리아 정권과 갈등 관계에 있는 ISIS에 대한 대처를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회의를 키운다.

또한 시리아 야권이 의미있는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시리아 인구의 약 35%는 수니파 아랍인이 아닌 알라위, 기독교인, 드루즈파 등 다른 소수 종족과 쿠르드인이다. 일례로 알라위파는 집단학살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현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학살은 막을 것이라고 본다.

이라크/시리아 내전 개입, 비극적인 장기전될 것

이러한 상황에서 쁘라사드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국가가 지휘부, 통제기관과 공급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들은 그가 상상하는 방식으로 기능하는 그룹이 아니”라며 “이는 매우 다른 종류의, 훨씬 분열된 반란이고 지상군 없이 타겟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쁘라사드는 이 때문에 “오바마의 어제 연설은 매우 불투명하고 실제 전략보다 훨씬 더 수사적인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또 “오바마는 이슬람국가를 내몰고 다른 한편에서는 시리아 내부의 혼란을 촉진하고자 하지만 지상에서의 실제적인 전략이 없는 한 지원 공습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짚었다.

피터 갈브레이스도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이 이슬람국가를 약화시킬 수 있을 수는 있더라도 수니파를 이기는 단일한 이라크 정부를 세울 전망은 없다”고 지적했다.

갈브레이스는 또, “이라크 수니파 지역에서 ISIS를 근절하기 위한 파트너를 찾을 전망은 없다”며 “그래서 이 전쟁은 15년 동안 지속된 레바논 내전에서처럼 수년 동안 이어질 것이고 이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실제적인 비극”이자 “미국과 세계 정책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터 갈브레이스는 클린턴 정부 당시 크로아티아 미대사로 일했으며 1979년부터 1993년까지 미 상원 외교위 위원으로 이라크에 대한 특별보고를 했고 쿠르드족과 가까운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비제이 쁘라사드는 트리니티 칼리지의 교수로 ‘이라크전은 미국의 적과 이라크의 종말을 어떻게 추동했는가’ 등 중동 관계 다수의 서적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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