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참세상 김용욱 기자 |
▲ 일베와 수컷닷컴 회원 가운데선, 세월호 참사 국민단식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몸자보를 붙이고 초코바를 먹는 퍼포먼스로 유족·시민 등 단식농성자들을 조롱했다. 그는 단식 참여자들이 "국민을 속이고 초코바를 먹으며 단식을 했다"고 주장했다. |
일베와 수컷닷컴 회원 등 30여명은 오후 3시쯤 세종대왕상 앞에서 “세월호 유족과 시민 등의 단식이 거짓이며 광화문광장을 시민에게 돌려 달라”며 초코바 ‘자유시간’을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했다. 어버이연합과 대한민국구국채널 등 7개 보수단체는 오후 4시 광화문 사거리 가운데서 ‘광화문 광장 불법 천막 해체’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슷한 시각 자유대학생연합 회원들은 광화문우체국 건물 쪽에서 세월호 특별법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일베·자유청년연합 회원 등 80여명은 오후 6시 동아일보 건물 앞에서 치킨과 피자 등을 먹으며 ‘젊은 애국보수 청년들을 위한 축제’를 열었다.
이곳에 모인 보수 단체 회원 수는 모두 합해 지난 6일 행사 때보다 3분의1 가량 줄었고, 행사의 목적과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베 회원들은 지난 6일에도 세종대왕상 앞에서 피자, 치킨 등을 먹으며 ‘폭식투쟁’을 해 유족을 조롱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를 본 시민들은 “억지를 부리는 것 같다”, “세월호 유족을 조롱하지 말고 스스로의 삶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비판하거나 “한국사회가 타인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고 타인의 기쁨에 함께 기뻐하는 공감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우려했다.
▲ 사진/ 김용욱 기자 |
자유시간 퍼포먼스, ‘가짜 단식’, ‘광화문 돌려 달라’
‘폭식투쟁’ 피자 몇 십 판 구매하니 경제 활성화?
보수세력의 단식농성 조롱은 초코바 퍼포먼스부터 시작됐다. 일베와 수컷닷컴 회원 등은 초코바 4000여개를 준비해 “맘껏 드시라”며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초코바는 30분이 안 돼 동이 났다. 후원을 받아 자유시간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 검풍 씨는 이번 행사는 일베 회원들에게 의견을 모아 자발적으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행사 목적에 대해선 “광화문 광장은 시민이 와서 도시락과 자유시간 등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인데 (세월호 단식농성장으로)불법 점령됐다”면서 “숨어서 단식을 하지 말고 자유시간도 같이 나눠먹으면서 다 같이 먹고 살자는 의미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행사 목적에 대해선 “세월호 사고의 아픔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데도 사람들은 공감한다”며 “세월호 사건 여파로 민생 경제가 피폐해졌다. 지난 주 피자 이벤트 때 내가 피자 몇 십 판을 매장에서 구매하니까 사장님도 좋아하셨고 경제 활성화도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른 회원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50일을 단식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국민을 속이며 초코바를 먹으면서 단식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한 회원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동조단식 몸자보를 붙이고 초코바를 계속 먹으며 유족·시민 등 단식농성자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일베숫컷종정’이라고 밝힌 성호스님은 세월호 단식농성장에 “유족에 대해 가슴 아파하지 않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빨갱이도 가슴 아파할 것”이라며 “하지만 광화문 광장은 빨갱이, 불순 반동세력이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세월호 단식농성장에 “유족은 한 명도 없다”고 잘못된 정보를 전하기도 했다.
오후 6시 동아일보 건물 앞 ‘젊은 애국보수 청년들을 위한 축제’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이어졌다. 이들은 태극기를 들고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자유대학생연합 주최의 행사라고 밝힌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단식농성장에) 유족들은 거의 안 보이고 조용히 집에 있다. 데모꾼, 시위꾼, 민노총 등만 있다”며 “광화문광장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이곳에서 성호스님은 “빨갱이를 죽이자”고 외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대통령은 김정은과 같은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한데, 종북단체는 박근혜 레이디각하가 엄청난 권력을 가진 것처럼 수사권·기소권을 달라고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며 “혁명이 시작됐다. 진정한 애국 젊은이들이 일어섰다”고 선동했다.
몇몇 인사들의 발언이 끝난 이후 이들은 치킨과 피자, 음료 ‘맥콜’을 나눠먹으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치맥(치킨과 맥콜)시위’를 두 시간 가량 진행했다.
▲ 사진/ 김용욱 기자 |
“가족 목숨 잃어도 피자·치킨 먹고 축제 할 수 있을까”
주변 시민들은 이들의 퍼포먼스에 대해 불편해 하거나 비판했다. 보수단체의 연이은 퍼포먼스에 대해 ‘공감 능력 부재’를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30대 시민 A씨는 “세월호 사건은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일베 퍼포먼스는 비극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 같다. 일베 회원들이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는 어른이라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40대 시민 박모 씨는 “일베의 등장과 공공연한 끔찍한 행동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의 바닥을 또 드러낸 것”이라며 “극우든 보수든 상관없이 이들의 행동은 인간의 존엄함이 무너진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치맥시위’를 근처에서 바라보던 30대 시민 B씨는 “오늘 모인 보수단체들은 억지주장을 부리는 것 같다. 가짜 단식을 한다는 것도 거짓말 같다”며 “저쪽(단식농성장)은 조용히 단식하고 있는데 이런 퍼포먼스는 좀 유치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자식이나 가족이 세월호와 같은 참사로 목숨을 잃었어도 여기 나와 피자 먹고 치킨을 먹을 수 있겠는가”라며 “입장을 바꿔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중미 작가는 “일베 회원은 사이버 상에서 자기들끼리 끈끈한 커뮤니티 형성하며 사회로부터의 소외감을 해소한다고 보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감능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학교나 가정에서부터 이런 능력이 길러지지 않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김 작가는 “유족의 아픔에 공감하지만 가짜 단식을 알린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유족의 슬픔에 대한 공감은 처음부터 없는 것”이라며 “세월호 사건의 원인과 정부, 정부조직의 행태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판단을 하려면 생각해야 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도덕이나 양심에 따라야 하는 데 그런 과정 자체가 힘들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혜진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세월호 유족과 국민 대다수는 광화문광장에서 특별법 제정을 소원하고 있다”며 “광화문광장은 모든 시민의 것이기 때문에 일베 회원들도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보수단체 회원들은 돈보다 진실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우리 사회가 안전해지기를 바라는 그 마음들에 대해 귀 기울이고 스스로 성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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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