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성추행에 노출되는 골프장 캐디, 증거 없으면 해고?

“골프장 명예 훼손된다고 경찰 고발 원치 않아...노동자로 인정 못받아”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일상적 성추행에 노출돼 있는 캐디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골프장 캐디를 상대로 한 내장객들의 성추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캐디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있어 피해자가 오히려 해고를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희태 전 의장은 지난 11일,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여성 캐디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는 라운딩 도중 사무실에 ‘박 전 의장의 신체 접촉이 심하다’는 무전 연락을 했고 캐디 교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번 툭 찌른 것 뿐 만지지는 않았다”며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였다”고 해명해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하지만 일선 캐디들은 라운딩 도중 사무실에 캐디 교체를 요청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 박 전 의장의 성추행은 알려진 것 보다 심각한 성추행이 존재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31년간 골프장 캐디 일을 해 온 김경숙 전국여성노조 88컨트리클럽분회 전 분회장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캐디 교체 요청은) 극히 드문 일이다. 보통 성희롱을 당해도 참고 피하고, 관리자한테 보고해도 ‘웬만하면 네가 참고 피해서 잘해라’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경기보조원은 굉장히 심각한 성추행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박희태 전 의장이 말대로 그냥 가슴을 툭 쳤다, 이정도 가지고는 대부분 골프장이 캐디를 교체해주지 않는다”며 “골프장들이 내장객을 경찰에 고소하거나 고발하는 걸 원하지않는다. 골프장의 명예가 훼손된다며 골프장에서 있었던 일이 사회에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골프장 캐디 노동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상적인 성추행 위험에 노출 돼 있는 노동환경의 개선을 요구해 왔다. 김경숙 전 분회장은 “성희롱은 비일비재하다. 내장객이 저한테 ‘나하고 딱 6개월만 살면 아파트 한 채 사줄게’ 그 때 수치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네 이름이 뭐니’ 그러면서 가슴에 달고 있는 명찰을 잡으면서 가슴을 꾹 누른다”며 “가만히 서 있으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쑥 집어넣고, 엉덩이 만지고, 골프카 운전하는데 허벅지를 위아래로 쓰다듬고, 한번은 하도 그래서 골프카에서 내려 리모컨으로 골프카를 작동시켜 보낸 적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 자문위원으로 캐디들을 상대로 한 상담 업무를 하고 있는 김 전 분회장은 상담을 통해서도 심각한 성희롱 사건들이 접수된다고 밝혔다. 김 전 분회장은 “며칠 전에도 굉장히 심한 성희롱 상담이 들어왔다. 대학 등록금을 벌려고 이 일을 시작한 21세 학생인데, 내장객이 경기 도중 술을 먹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야, 너 이리와봐, 너 남자하고 자면서도 그렇게 무뚝뚝하게 가만히 서 있을래? 비명지르고 그렇게 해야지 남자가 기분이 좋지.(라고 말했다). 그 캐디가 다음날 출근했는데 오히려 관리자가 너 어떻게 했기에 내장객이 난리치고 갔느냐고 경기보조원을 몰아세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발생해도, 신고조차 제대로 할 수 없으며 증거가 없으면 피해자들이 해고되기 일쑤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 돼 있으며 고용불안에도 시달린다. 김 전 분회장은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자영업자도, 개인 사업자도 아니다. 회사는 개인사업자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사업자 등록이나 자율소득종사자로 등록돼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회사의 업무지시를 받고, 근무용품도 회사가 지급한다”며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다보니 해고가 돼도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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