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근로자영자’라는 기형적 고용형태에 내몰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일부 개통기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대부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대기업 눈치 보기에 급급한 기만적 근로감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9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27개사에 대한 수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희망연대노조는 지난 4월 고용노동부에 두 개 사에 대한 특별감독을 요청했으며, 고용노동부는 5월 19일부터 수시근로감독을 진행해 왔다. 조사 대상은 전국 90여 개의 SK브로드밴드 협력사 중 14개, 전국 70여개의 LG유플러스 협력사 중 13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수시감독 결과를 통해 대상 업체 25개사 중 19개 업체에 소속된 개통기사 중 일부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19개 업체에 소속돼 있는 개통기사는 489명이며, 이중 근로자성이 인정된 노동자는 332명이다.

인터넷 신규 개통이나 설치를 주 업무로 하는 개통기사들은 협력업체에 소속돼 노동을 제공해 왔지만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들은 AS기사들과는 달리 기본급 없이 건당수수료로 임금을 받고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해 ‘근로자영자’라는 기형적 고용관계에 놓여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수시감독에서 사업주의 지휘감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근로자성을 판단했으며, 노사 양측에 향후 조속한 보수 및 근무체계 정비를 요청했다.

고용노동부의 수시감독 결과에 대해 노동계는 비판하고 나섰다. 지방 노동청마다 노동자성 인정 여부가 다르고,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대다수의 업체는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까닭이다. 실제로 경기지청은 SK브로드밴드 개통기사 21명의 노동자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노조는 경기지청이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업체를 상대로 근로감독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개통기사들에 대한 사실 확인도 진행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또한 희망연대노조가 사전에 고용노동부 측에 노조 설립 현황을 통보했음에도, 부산청과 대구청은 노조 미조직 센터만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시행해 노동자성을 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희망연대노조는 이날 입장을 발표하고 “노동자성이 모두 부정된 부산청의 경우 SKB 2군데, LGU 2군데 모두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미조직 사업장으로 사용자측의 일방적인 입장만 조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타 다른 지방고용노동청에서의 결과에서도 노조가 설립된 곳은 대부분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노조가 없는 곳은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는 미노조 설립지역의 경우 사용자측의 입장만 듣고, 적극적으로 개통기사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결과다. 해당 지청의 근로감독관들이 불성실한 조사로 직무태만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가 개통업무 전체를 외주화 한 2개 업체를 근로감독에서 제외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조는 “전체 외주로 판단이 제외된 경우는 소사장제 체제로 개통기사들을 운용하는 곳으로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의 운용형태지만 이에 대한 조사를 외면해 직무를 유기했다”며 “특히 전원 소사장제로 외주화된 개통기사들의 경우 탄압으로 조합원이 탈퇴하거나 없는 경우로 이들에 대한 조사는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조사 대상 27개 협력업체 대다수에서 기초고용질서 위반 사례도 다수 적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위반하거나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업체는 23곳에 달했다. 16개 업체에서 서면 근로계약을 작성하지 않았고, 3개 업체에서는 기재사항 누락 사례가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