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 노조와 단협 해지, ‘정상화’ 후폭풍

공기업 정상화 협박 통해 관철?...미래부 ‘독려 수단’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노조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에 반발하는 가운데 각 기관이 노조와의 단체협약까지 일방 해지해 갈등이 불거진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연구노조, 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등은 미래창조과학부가 9월까지 정상화 계획 이행을 목표로 일방적으로 노조와 단체협약 해지, 복지 축소 등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노조를 탄압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등은 지난 25일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기관 노조가 속한 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는 “기관과 단체협상이 이제 마무리 상태에 있고, 이들 기관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율관리기관’에 포함돼 있어 정상화 이행 시기가 12월 말임에도 서둘러 단체협약을 해지했다”며 “아마도 정부가 발표한 10월 10일 ‘정상화 데이’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연구노조도 “미래부의 압박에 이기지 못한 일부 출연연 사용자들은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거나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개정하는 등 종사자들의 뜻에 반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9월까지 정상화 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시 미래부가 각 기관에 불이익 준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묻지마식 정상화 계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4년 인건비 동결 △능률제고성과급 지급 중지 △경상운영비와 간접비 삭감 △2014년 기관평가 미흡 처리 △신규인력 채용 축소 등이다.

김명규 공공연구노조 국가핵융합연구소지부장은 “미래부는 9월 30일을 기점으로 가짜 정상화 계획을 밀어붙인다”면서 “심지어 기관장의 재임 여부와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며 출연연 사용자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래부 측은 노조가 확인한 불이익 내용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공기업 정상화 계획을 강하게 추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상화 계획을 이행하지 않을시 (불이익 조치가) 있다는 건 맞지만 압박이라기보다 독려 수단”이라며 “정부에서 정상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기재부 산하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은 100% 정상화 계획을 이행했지만 미래부 산하 기관은 30%만 이행해 실적이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단체협약은 노사합의 사항이라 산하 기관장들이 움직이고 있는데, 기관장들도 압박받는 상황이라 (기관별) 단협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노조와의 갈등은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

정부의 정상화 계획에 따라 노사가 자율 체결한 단협까지 일방 해지돼 노조는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공연구노조는 29일 오전 11시 대전시 대덕테크비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관별 아침 선전전, 항의 농성 등을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미래부의 과학기술계 출연연 자율성을 무시하는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면서 “미래부가 가짜 정상화 추진과 출연연 사용자에 대한 협박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미래부 해체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출연연은 98년 경제위기 이후 정년을 단축하고 다른 공공기관보다 먼저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했으며, 대학생자녀 학자금 지원 중단 등 주요 복지제도를 이미 폐지했다. 다른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보다도 평균임금이 낮은 현실”이라며 “상황이 이러한데도 그나마 남아 있는 복지제도에서 직원 1인당 10∼20만원을 축소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초과학을 책임지고 있는 연구원들의 자긍심을 짓밟고 출연연에게 온갖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성우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아니라 정상적인 것조차 비정상으로 만들고 있다”며 “정부의 일련의 조치는 연구현장을 살리기는커녕 고사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도 오늘 한국에너지연구원 앞 집회를 시작으로 30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앞 집회 등 항의 집회를 이어간다. 노조는 29일 성명을 내고 “미래부가 정상화 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온갖 협박으로 연구 현장의 올바른 정상화를 가로막는다면, 10월 10일 정상화 데이에 연구 현장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는 연구 현장 정상화 투쟁 결의 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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