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강경파 못 넘은 반쪽짜리 세월호법 야당 극적 합의

가족대책위, 합의안 거부...새누리당 끝까지 특검 추천에 유가족 참여 제외 관철

30일 저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세월호 참사 167일 동안 수차례 굴곡을 겪어왔던 특별법은 타결 자체로 극적이지만, 유가족의 특별검사 추천과정 참여를 거부한 새누리당 강경파들의 선을 넘지 못한 반쪽짜리 법안이 됐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여야 타결안을 거부하기로 했다.

  30일 오전 여-야-가족대책위 3자 회동에서 이완구 원내대표와 전명선 가족대책위원장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양당은 우선 가장 쟁점이 됐던 특별검사 추천관련 문제를 두고 지난 8월 19일 2차 합의안을 기본 전제로 하면서, 여기에 추가로 ‘양당 합의하에 4인의 특별검사 후보군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제시한다’고 합의했다.

애초 2차 합의안은 7명의 특검후보추천위원 중 여당 몫 2명에 대해 야당과 유족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렇게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특검 후보를 추천할 때에도 야당의 동의를 받아 4명의 후보군을 제시하도록 해 일종의 2차 검증 과정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2차 합의안 자체가 특검후보추천위 구성부터 논란이 생길 소지가 많은데다, 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지리한 합의과정을 거치게 설계돼 신속한 수사 돌입여부나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후보 추천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지적이 나올 것을 대비해 양당은 특별검사후보군 선정에 있어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후보를 제외하기로 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협상 막판까지 쟁점이었던 유족의 특별검사후보군 추천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도 실효성 논란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30일 오전 여-야-유가족대책위 3자 회동 직후 여야가 협상에 들어가고 있다.

여당, 김재원 제시 유족 제외 마지노선 끝까지 관철

이렇게 반쪽짜리 안이 나온 데는 새누리당 강경파들이 새정치연합이 제시하고 유가족들이 압도적으로 찬성한 안을 끝까지 반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재원 원내 수석부대표는 30일 오전 여-야-유가족의 3자 협의와 양당 협상 결렬 후 열린 의총에서, 야당 제시안을 강경하게 거부하고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노선을 공개하기도 했다. 실제 최종 타결된 합의안은 이 의총에서 김재원 수석이 제시한 마지노선으로 타결됐다.

김재원 수석은 의총에서 “야당은 특검후보추천위에서 특검후보를 선정할 때 유가족과 여당 야당이 합의한 4명중에서 특검 후보 두 명을 선정하라는 안을 제시했는데, 이 안은 특검 후보추천위원회가 무력화되고 특검후보 추천위원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안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원 수석은 이어 “백번 양보해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한 4명 중에서 특검후보추천위가 두 명의 특검 후보를 선정해서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면 그 정도는 어떻게 법리상으로는 가능 할지 모른다”며 “유가족이 특검후보 선정에 직접 관여 한다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피해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예는 저는 찾아보지도 못했다”고 유가족 제외를 강력히 요구했다. 앞서 주호영 정책위의장, 권성동 의원 등 새누리당 강경파들은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도 유가족 총회에서 통과된 새정치연합 제시안을 강경하게 반대한 바 있다.

결국 야당은 여당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넘지 못하고 거꾸로 김재원 수석이 의총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유가족 제외 안으로 유가족을 설득하는 과정을 선택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한차례 본회의를 연기하면서 국회 등원을 압박한 데다, 여-야-유가족 3자 협의까지 한 상황에서 더 이상 등원을 거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의화 의장이 오후 2시 본회의를 예고한 상황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긴급 의총에서도 국회 등원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유가족을 배제해야한다는 새누리당 요구에 대해 문희상 위원장은, ‘유가족의 자존심과 아픈 마음에 대한 예우 등을 우리가 내려놓는다면 야당이 유가족의 의견을 충분히 대리로 반영할 구조는 됐기 때문에 이게 큰 결렬의 쟁점이 되겠느냐’는 취지로 말씀은 하신 적이 있다”고 전해 김재원 수석이 언급한 마지노선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협상안 거부, 장기전 대비할 듯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여야 합의안 발표 후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가족들은 완전히 배제한 채 거꾸로 여당이 더 특검의 중립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한다. 합의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에 따르면새정치연합은 여-야-유가족의 합의로 4명의 특검후보군을 선정하고, 특검 추천위원에서 2명을 최종 추천해서 청와대에 올리는 방식을 하한선으로 해서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야당은 유가족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시안의 범위를 넘어선 협상으로 타결 지었다는 것이다.

유가족 내부에선 박근혜 정부에서 진상규명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다음 정권까지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정당, “유가족 동의, 국민적 합의와 거리 먼 면피용 합의”

진보정당들도 합의안에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의원단은 합의안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원내대표의 협상 결과는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며 “기소권·수사권 보장은 제쳐두고라도, 특검추천과정에 유족 참여조차 보장하지 못한 이번 합의안에 유가족들이 동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유족들의 요구가 또다시 외면된 현실 앞에 참담하기 그지없다. 껍데기뿐인 '민생국회'를 핑계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외면하고 본회의 개의를 서두른 거대 양당의 행보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본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합의안이 나왔다. 유가족의 동의, 국민적 합의와는 거리가 먼 거대양당의 면피용 합의안“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합의안은 수사권, 기소권 보장과는 거리가 먼 상설특검의 변용에 지나지 않는다“며 ”유족의 동의가 보장되는 것은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중의 핵심인데, 이것이 빠진 합의안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양당은 합의안 발표 후 본회의를 열고 91개 법안 처리에 돌입했다. 양당은 세월호 특별법 국회 본회의 처리는 정부조직법과 일명 '유병언법'과 함께 10월말까지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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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심층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