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통신기업 SK브로드밴드 1천 비정규직, 첫 파업 돌입

“외주업체가 교섭 해태해, 원청인 SK브로드밴드가 나와야”

SK브로드밴드 서비스센터 외주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1천 여 명이 사상 첫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 외주업체 사장단의 불성실 교섭을 규탄하며, 비정상적인 다단계 하도급 고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출처: 희망연대노조]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6일 오전 8시를 기해 1차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에는 37개 서비스센터 39개 지회 소속 조합원 1천 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지난 5일 중노위에 1차 쟁의조정 신청을 제기한 뒤, 중노위 제안에 따라 노사 집중 교섭을 벌여왔다. 하지만 노사 이견 차이로 진전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중노위는 지난 2일 조정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에 소속된 1천 5백여 명 중 이번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10개 지회도 현재 중노위 조정절차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라,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파업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1단계로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경고파업에 돌입한 뒤,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시 파업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3월 30일 노조를 결성하고 사측에 교섭을 요구해 왔다. 이후 노조와 협력업체 사장단은 10여 차례의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사측이 도급 기사들의 노동자성 문제를 제기하며 교섭을 해태해 갈등이 증폭됐다. 이에 노조는 4월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구했고,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27개사에 대한 수시감독 결과를 발표해 일부 개통기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고용노동부의 발표 후, 노사는 중노위의 제안에 따라 집중교섭에 돌입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노조 관계자는 “경총이나 사측 대표들은 노동부 발표 후, TF팀을 구성해 협력업체 개통기사들에 대한 직고용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직고용은 하겠지만 지난체불임금은 줄 수 없다고 했다”며 “노조는 TF팀 구성에 참여하기로 하고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협력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전된 안을 가지고 나오지 않아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노조는 △비정상적 임금체계 정상화 △업무 실비 지급 △노동조합 활동 인정 △적정 업무 △업체 변경 시 조합원 고용 보장 △재하도급 금지 및 모든 노동자 정규직 간주 등을 임단협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출처: 희망연대노조]

또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4개월 간 지연되면서, 현장에서는 개통기사들에 대한 4대 보험 일방해지, 일감 뺏기, 노조 간부 탄압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이어져 왔다. 그 과정에서 계약 해지 명목으로 30여 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기도 했다. 심지어 협력사들은 최근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서비스센터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며 쟁의행위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이 같은 협력업체의 노조 탄압이 원청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SK브로드밴드 원청이 직접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탄압 뿐 아니라 다단계 하도급 문제 등은 원청이 나서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원청이 다단계 하도급 근절 약속 및 부당노동행위 중단, 기사들에 대한 고용승계 보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조는 “협력업체들은 노조인정 및 비정규직 노동자 생존권 및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 진정성 있는 태도로 교섭에 나서야 하며, 원청 또한 그동안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으로 운영해 온 고용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만약 이러한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천 5백여 명의 조합원들은 향후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쟁의조정 신청도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통신대기업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비정규직의 대규모 파업이 전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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