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비정규직 여성 죽음에 쪼개기법 있었다

심상정, “초단기 쪼개기 계약 7번...비정규직 기간제법, 청춘의 미래 쪼개”

지난 9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일하다 정규직 전환을 이틀 앞두고 해고된 후 목숨을 끊은 25세 여성의 죽음 뒤에는 일명 쪼개기법과 지속적인 성추행이 얽혀있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이 여성은 중소기업중앙회 재직기간 동안 총 7번이나 초단기 쪼개기 계약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재직하는 동안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사장들과 간부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고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중기중앙회 간부에게 고발했지만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해고됐다.

이번 사건은 특히 일명 쪼개기법으로 명명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비정규직 해고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간제법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근로계약 반복갱신 시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년이 넘지 않으면 언제든지 쪼개기 계약으로 비정규직 해고를 쉽게 해놓은 법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0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인이 중소기업중앙회에 입사해서 2년 동안 일을 했지만, 근로 계약이 만료되기 4일 전에 해고가 됐다”며 “그 2년 동안, 3개월, 6개월, 2개월, 4개월, 2개월, 4개월, 2개월 이런 식으로 일곱 번 쪼개기 계약을 당했다”고 전했다.

심상정 의원은 “2년 동안 한 번에 계약해서 다닌 게 아니”라며 “SB-CEO스쿨(중소기업인 최고지도자 과정) 운영지원 업무보조를 맡아 수업이 끝나면 뒤풀이 자리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주나 중앙회 간부들로부터 성추행, 성희롱, 스토킹을 당했다”고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심 의원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상사에게 고했는데 그 이후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결국은 근로계약 만료 4일전에 예정돼있던 정규직 전환도 탈락하게 된다”며 “박사과정까지 공부한 젊은 여성인데, 7번이나 쪼개기 계약을 당하면서 얼마나 낭패감과 모멸감이 심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규직 전환을 위해 모든 걸 참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고 따돌림하고, 정규직전환도 탈락시켜버리니까 그 모멸감에 고인이 겪었을 고통은 자식을 둔 부모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심상정 의원은 “기간제법이라는 게 우리 젊은 청춘들의 긍지를 무너뜨리고 미래를 쪼개는 저승사자와 같은 법”이라며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계약기간이)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이런 취지인데 기업들이 이 법을 피해가는 방법으로 초단기 계약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전에는 1년 단위로 했는데 요즘에는 2달, 3달, 이렇게 초단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해서 언제든지 자를 준비를 한다”며 “2년만 채우면 정규직이 된다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빌미로 해서 고문을 계속하는 희망고문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중소기업중앙회에만 이런 일이 있겠느냐는 점에서 이번에 진실을 정확히 밝히고 기간제법 개선까지 제도개선도 해야 한다”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 임금 노동자의 44%가 1년 미만 계약직으로, 여성노동자 절반이 쪼개기 계약을 당하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또 “ 지난 해 전남 여수 국가 산업단지, 대림산업 공장 폭발사고 때 사상자 대부분이 1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이었다”며 “여성 노동자들과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직장에 나서는 우리 젊은이들의 앞을 기다리고 있는 게 초단기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이번 사건의 법적 대응에 관해선 “한 사람이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 성희롱을 했고 중소기업중앙회 담당 부장도 가해자였던 것이 확인이 됐다”며 “유가족이 오늘 고발할 예정이며, 고발장에는 직접 강제 추행한 4명의 CEO와 3명의 중소기업중앙회 간부들의 명단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중기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중기중앙회 비정규직 현황자료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1개월, 2개월, 3개월, 4개월 등 개월 단위로 갱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중앙회 직원은 총 452명으로 이 중 30%에 해당하는 137명의 비정규직이 이런 쪼개기 계약을 당한 것이다.

김제남 의원은 “중기중앙회가 아무런 원칙과 기준없이 내멋대로 사람을 쓰던 관행이 결국 안타까운 죽음까지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중기중앙회는 2008년 이후 국정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다시 국정감사 피감기관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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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촉새

    공공부문도 똑같은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