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노동자는 임신도 ‘순번제’로, 임신해도 22%는 야간노동

10일 ‘임신부의 날’...임신기간 근로시간단축제도는‘ 그림의 떡’

가임기 여성 간호사를 상대로 한 ‘임신순번제’가 공공, 민간 병원 등에서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임신순번제를 거부하거나 임의적으로 임신을 했을 경우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보건의료 사업장에서 임신부의 야간근로가 위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으며, 노동 강도와 근무환경 등으로 여성노동자들의 유, 사산 경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유지현, 보건의료노조)은 지난 3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 전국 62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1만 8,263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 신뢰도 구간 95% 수준에서 ±0.4)

조사 결과, 설문 응답자 중 21.9%가 법으로 금지 돼 있는 임신부의 야간근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수목적공공병원이 28.4%, 지방의료원이 27.6% 등으로 공공병원에서 임신부의 야간 근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의 일일 평균근로시간은 9.8시간이었다.

높은 노동강도와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임신한 노동자들이 유산 또는 사산하는 경우도 18.7%로 나타났다. 유, 사산 경험 역시 국립대병원자(24%)과 지방의료원(23.7%) 등 공공병원에서 특히 높았다. 난임, 불임 경험도 전체적으로 16.7%에 달했다.

특히 병원 간호부 내에서, 가임기 간호사들의 임신 순번을 정하는 ‘임신순번제’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간호사 중 임신순번제를 경험한 비율은 17.4%였고, 공공병원은 20.2%, 민간병원은 20.7%에 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러한 임신순번제의 경우, 주로 부서장의 지시하에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거부하거나 임의적으로 임신을 하게 될 경우, 근무표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직무스트레스 증가로 타 부서로 이동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사용률 또한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노동자들 중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은 14%에 그쳤으며, 민간병원은 12,6%로 특히 낮았다. 육아휴직 평균 기간은 9개월이었다. 심지어 출산 후 조기복귀를 경험한 노동자도 12.3%로 나타났다.

지난달 25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노동자의 근무시간을 1일 2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시행됐지만 실효성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노동자가 직접 사용자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기 어렵고, 신청한다 해도 동료에게 모든 노동량이 전가되는 까닭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보건의료기관의 모성보호실태를 전면 조사하고, 법위반 사항 개선, 모성보호를 위한 인력충원 등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아울러 ‘임신순번제’라는 웃지 못 할 비극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법률상 모성보호 조항이 보건의료 사업장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조는 10일, ‘제9회 임신부의 날’을 맞아 여성가족부 장관 면담 요청을 발송하고, 임신기간 근로시간단축제도가 보건의료사업장에서 정착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마련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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