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정리해고자 내친 판결로 또 누가 잘못될까 잠 못자”

법원, ‘근로자지위 가처분’ 기각...‘해고 무효’와 배치

6년간이나 복직을 기다리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 김선동 씨가 14일 기자회견에서 울먹였다. 정리해고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보전 및 임금지급가처분 소송에서 수원지법 평택지원이 노동자쪽 요구를 기각하자 그는 여러 가지 고민에 밤을 샜다. 김씨는 “쌍용차 노동자 25명이 사망했다. 어제 판결을 듣고 어느 동료가 생활고에 시달릴까, 어느 가족이 또 잘못되는 건 아닐까, 어느 아이들이 아버지를 잃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고는 살인이다”고 했다.

금속노조 김득중 쌍용차지부장도 이날 판결문을 찢어버리면서 정리해고자들의 고통을 호소했다. 정리해고자의 생계와 벌금 지원 등이 60억 원이 넘는다고 쌍용차지부는 밝혔다. 김 지부장은 “진실을 밝혀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6년의 시간을 버텼다. 우리는 자동차 공구를 손에 쥐는 대신 25명의 영정사진을 들어야했다. 26번째 영정사진을 들지 않길 바라며 하루하루 긴장 속에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가 경영상의 긴박함을 주장하는 허위 보고서를 만들어 마치 동물 살 처분하듯 3천명의 노동자를 쫓아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 미디어충청]

쌍용차지부는 이날 오후 평택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택지원은 해고자의 눈물보다 모순과 오류투성이로 자본 편에 서 정치판결을 내렸다”고 강하게 제기했다. 또한 “본안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가 2년가량 심리해 내린 판단을 불과 5개월여 만에 심리해 배척하는 기이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1민사부(부장 유상재)는 13일 서울고법이 지난 2월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를 선고해 노동자쪽 손을 들어준 것과 정반대의 판결을 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고법 판결을 이행해 정리해고자들이 생계를 해결하고 쌍용차 노동자라는 것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한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채무자(쌍용차)의 유동성 위기가 부존재 또는 일시적이었다거나 생산성 및 효율성에 대한 진단 오류 등으로 인해 이 사건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없이 행해진 것이라는 점, 채무자가 정리해고에 앞서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와 관련해서도 “2008년 12월 근로자들에게 임금 약 225억 원을 지급하지 못했고 2009년 1월 가용현금이 74억 원 정도였으며 당장 약속어음 920억 원을 결제할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유동성 위기를 인정했다.

정리해고자들은 소명이 부족하다며 정리해고의 입증 책임을 회사가 아닌 노동자에게 돌린 판결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왜 해고됐는지 6년 동안 묻는 사람들에게 해고의 이유와 근거를 대고 입증하라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새날 법률사무소의 김상은 변호사도 “정리해고의 입증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는 것처럼 가처분 소송 또한 해고가 종료되었다는 것을 사업주가 입증해야 한다. 판결의 가장 기본 전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김 변호사는 또한 평택지원 판결에 대해 “고법 판결에 비해 새로운 내용이 없는데다가 고법에서 과거 배척했던 내용을 가져왔다”며 고법의 판결취지와 배치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대량 해고가 이뤄졌던 2009년 당시 정리해고의 긴박한 필요나 유동성 위기가 있었던 것은 인정되지만 구조적·계속적 위기였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분명하다”며 노동자쪽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관련해 쌍용차지부는 “평택지원 재판부는 2009년 당시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고 자금조달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했지만 쌍용차는 2008년 12월 기준 현금보유액 775억 원, 곧 회수 가능한 매출채권 1천142억 원 등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를 애써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판결의 핵심이었던 유형자산손상차손의 과다계상에 대해 평택지원이 “과다계상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서도 “서울고법이 2년 동안 적법한 증거 채택으로 인정한 사실도 무시한 채, 판단의 대상인 안진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 금융감독원, 검찰 등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불합리하기 이를 데 없다”고 밝혔다.

한편, 쌍용차 정리해고자 153명은 올해 5월 평택지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7월 심리 종결 이후에도 회사가 서면 자료를 계속 내는 것을 재판부가 다 받아주고 판결이 미뤄지자 이들은 9월 30일부터 쌍용차 공장에서 평택지원까지 매일 삼보일배를 했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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