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음 밝히려 삼성SDI 앞에서 시위 9년

삼성SDI 울산공장 18명 암과 백혈병 피해자

삼성이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교섭을 시작했지만 삼성SDI 피해자들에는 아무 조치가 없다. 박형집 씨는 삼성 SDI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아들 박진혁의 직업병을 밝히려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울산지사는 올해 1월 1일 산재요양신청을 불승인했다.

  박형집 씨가 2012년 삼성SDI 울산공장 앞에서 열린 아들 7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7년의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로부터 또 2년이 지났다.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고 박진혁 씨(1978년생)는 삼성SDI(구 삼성전관) 울산공장에서 전자부품 세척하는 일을 하다가 2005년 11월에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사망(당시 28세)했다. 부산이 고향인 박진혁 씨는 2004년 삼성SDI 사내 KP&G 사내협력사에 입사해 10개월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고 박진혁 씨는 공장에서 브라운관 마스크 세척작업인 트리클린(트리클로로에틸렌) 자동화 작업을 했다. 그는 조장을 맡아 설비에 오류가 생기면 평소 닫혀 있는 설비 안으로 들어가 수작업으로 오류를 조치했다. 밖에서는 냄새가 안 나지만 자동화설비 안에 들어갈 때는 방독면을 쓰고 들어가 일해야 하는 유해작업장이었다. 박씨는 안전도구 없이 자동화설비를 수리하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1월 1일 박진혁씨에 대한 산재 요양을 불승인하면서 ‘근무했던 현장이 넓고 근무기간이 짧아 산재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진혁 씨는 박형집 씨의 외아들이다. 아들은 삼성에 들어간 일을 기뻐하며 “아버지, 우리 파트에서 내가 일을 제일 많이 했어요. 남들보다 부지런히 하면 발전이 있지 않겠어요”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아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어느날 몸이 아프다며 부산 집으로 와서 목에 혹이 하나 생겨 떼내야겠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동네 병원은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고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아들은 자꾸 억울하다고 했다. 당시 회사는 한번도 문병을 오지 않다가 아들이 죽기 보름 전에 2명이 와서 아버지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고는 사직서를 받아 갔다. 병원은 아들이 죽기 전에 2천만원짜리 주사약을 맞아보라고 했고 아버지는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한 달 만에 죽었다. 병원은 사망 원인에 ‘발병 미상’이라고 진단했다. 아들은 176cm 키에 몸무게 72kg으로 건강한 체격이었다. 박형집 씨는 아들 죽음이 이상했지만 밝히지 못하다가 2010년 삼성백혈병이라는 말과 반올림, 삼성일반노조를 알게 돼 아들의 직업병을 밝히는 중이다.

박형집 씨는 지금도 삼성SDI 울산공장 앞에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피켓시위를 한다. 아들이 “우리아버지가 왔구나”하면서 기다릴 것만 같아 아들 만난다 생각하고 간다. 지나가는 이들에게 조심하라는 경각심도 주고 싶다.

박형집 씨는 지난 10일 연극 <반도체소녀> 공연 되에 초대돼 관객에게 아들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씨는 삼성과 반올림이 교섭해 아들이 직업병으로 인정받길 원하지만 삼성측은 개인 피해자와 교섭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근로복지공단울산지사에 산재요양 재심을 신청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노동자 가운데 18명이 암과 백혈병 피해자로 확인됐다. 이 중 6명은 이미 사망했다.
덧붙이는 말

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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