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로 난장판 된 서울인권헌장 토론회

성소수자 반대 단체의 조직적 개입 의혹도 제기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을 위해 강북지역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자리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의 행동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에 성소수자 반대 단체에서 인권헌장 제정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분과토론 중 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토론 진행자(오른쪽)가 반인권적인 발언이라고 경고했으나, 성소수자 인권에 반대하는 한 시민(왼쪽)이 이에 항의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시민위원 150명, 인권전문가 30명 등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를 모집하면서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17일 강북지역 시민들로부터 의견을 듣고자 성북구청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이 성소수자 차별 금지 내용이 포함된 인권헌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들은 의견수렴을 위한 분과토론 자리에서 ‘동성애자 항문 성교로 에이즈가 속출한다.', '에이즈 치료비로 혈세가 낭비된다’, ‘성소수자에는 수간(짐승을 상대로 한 성행위), 시간(시체 간음), 소아성애자 등이 포함된다’, ‘성소수자 때문에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빠져든다’ 등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했다.

이어 이들은 ‘서울 시민 대다수가 동성애에 반대한다’라는 이유를 대며 서울시민인권헌장에서 성소수자 부분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으며, 인권헌장 제정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시민들과 격한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때아닌 성소수자 관련 논쟁으로 분과토론 자리에서 논의해야 할 다른 주제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분과토론에 참여한 시민 ㄱ 씨는 “오늘 토론하는데 한 분이 에이즈 감염인 인권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더니 누군가가 ‘에이즈나 걸려라’라고 했다. 자신들이 혐오 발언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며 “이 사람들이 혐오발언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 목적으로 여기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ㄱ 씨는 또 “토론회라면 서로 설득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분들은 자기 이야기만 했다”며 “오늘 토론회에는 성소수자들도 있었는데, 자신을 차별하는 발언을 직접 듣고 있어야만 했다. 이런 것이 과연 자유로운 토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 ㄴ 씨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일부 시민들의 행동 때문에) 동성애 혐오적 관점을 가진 이들의 의견이 마치 시민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보이게 되어 불편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성소수자 인권이 이에 포함되면서, 혐오세력들은 성소수자 인권이 불러오는 논쟁 자체를 두려워하게 됐다. 하지만 두려워하는 근거가 없다 보니, 그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강북지역 토론회에 앞서 지난 9월 30일 열린 강남 지역 토론회에서도 일부 시민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잇따라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성소수자 반대 단체에서 조직적으로 인권헌장 제정을 방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던 참가자들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니다. 일반 시민으로서 토론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소수자 반대 단체의 행동을 꾸준히 취재해 온 ㄷ 기자는 이들이 성소수자 반대 집회에 자주 참가했던 이들이라고 밝혔다.

ㄷ 씨는 “오늘 온 사람들은 신촌에서 열렸던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나,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집회에도 항상 보이던 사람들이다. 성북구 인권조례 만들 때는 성북구 주민인 척하며 참가하기도 했다”라고 폭로했다.

ㄷ 씨는 “오늘도 이 사람들이 따로 왔다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뭉쳐 다녔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도 뿌리고 다녔다. 이 유인물은 10월 2일에 열렸던 서울시민인권헌장 동성애 합법화 조항 반대 집회에서도 유포되던 것"이라며 "이들은 오늘 토론을 하러 온 게 아니라 토론회를 방해하러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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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ㄱㅎ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씁쓸하네요.

  • 오영석

    이분들 말이 맞는 것 같은데요.. 동성애를 허용하자니 말이됩니까??이 기사도 좀 너무 주관적인듯하네요. 인권헌장도 짜고치는 고스톱이라 하던데..

  • 기자야

    현장에 있었고 네가 자료 달라고 해서 보여 줬을 뿐인데.. 그걸 갖고서 웬 분탕질..
    또 그거 갖고서 고소까지 하고 ..
    아무리 진보적인 시각에서 썼다고 하지만 유도함정을 만들어놓고 기사 쓰면 안되지..
    너만 그 자리에 있었던 것 아니거든?

  • 기자님아

    그냥 지나가던 제 3자인데 인권헌장 진짜 작작해라... 인권내새우면서 나라를 ㅂㅅ 만들려고 작정한 서울시, 박원순, 국가인권위. 이런 헛짓하라고 세금내고 있는거 아니다. 작작해라.

  • 박재남

    갈홍식기자 표현은 반대의견의 사람들에대해 제맘대로 썼네
    그런데 에이즈는 Man Sex With Man 남자끼리 항문성교할 때 걸린다는 것을 미국보건기구가 밝혔다.
    우리나라는 에이즈환자 1명 당 매달 약값만 300만원 100% 국민혈세로 낸다.
    내돈이 들어가는 직접 원인이다. 나는 침묵할 수 없다

  • ㅉㅉㅉ

    이것도 기사인가?
    정당하게 따진 시민들을 편파보도하고
    일단 혐오라는 말을 쓰면 동성애자같다..
    가장하지 말고 사건 정황 정확하게 보도하라!
    인권운운하면 이렇게 편파보도 해도 되는건가?

  • 기자님 제발

    혐오란 말을 남발하지 마십쇼.
    국민 다수 의견은 무시한지 오래.
    서울 시민 인권 헌장 왜 만드려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음.

  • 블루씨티

    이 신문기사가 수상하다.. 동성애는 잘못된거지.. 아무리 잘못된다 한들 살인을 합법화할 수 없잖아?
    동성애가 잘못되었다라는 주장이 혐오라면
    담배피면 폐암걸릴 확률이 50배 높아진다라는 것도 흡연자들에 대한 혐오니 모든 담배에 적힌 경고문구 다 삭제라도 해야할듯!!
    이 사람들 혐오라는 단어뜻을 알고 쓰는거여?

  • 말막걸리

    말이가 막걸리가..조작이라니..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함께 발언을 한걸 조작이라고? 민주주의 기본개념이 안박혀있구만..

  • 망조

    시민 의견 묻는 자리라면서 뭐지??
    왜 이렇게 편파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거지?
    진짜 이상하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닌가부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