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과토론 중 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토론 진행자(오른쪽)가 반인권적인 발언이라고 경고했으나, 성소수자 인권에 반대하는 한 시민(왼쪽)이 이에 항의하고 있는 모습. |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시민위원 150명, 인권전문가 30명 등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를 모집하면서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17일 강북지역 시민들로부터 의견을 듣고자 성북구청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이 성소수자 차별 금지 내용이 포함된 인권헌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들은 의견수렴을 위한 분과토론 자리에서 ‘동성애자 항문 성교로 에이즈가 속출한다.', '에이즈 치료비로 혈세가 낭비된다’, ‘성소수자에는 수간(짐승을 상대로 한 성행위), 시간(시체 간음), 소아성애자 등이 포함된다’, ‘성소수자 때문에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빠져든다’ 등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했다.
이어 이들은 ‘서울 시민 대다수가 동성애에 반대한다’라는 이유를 대며 서울시민인권헌장에서 성소수자 부분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으며, 인권헌장 제정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시민들과 격한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때아닌 성소수자 관련 논쟁으로 분과토론 자리에서 논의해야 할 다른 주제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분과토론에 참여한 시민 ㄱ 씨는 “오늘 토론하는데 한 분이 에이즈 감염인 인권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더니 누군가가 ‘에이즈나 걸려라’라고 했다. 자신들이 혐오 발언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며 “이 사람들이 혐오발언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 목적으로 여기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ㄱ 씨는 또 “토론회라면 서로 설득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분들은 자기 이야기만 했다”며 “오늘 토론회에는 성소수자들도 있었는데, 자신을 차별하는 발언을 직접 듣고 있어야만 했다. 이런 것이 과연 자유로운 토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단체 활동가 ㄴ 씨는 “오늘 이 자리에서 (일부 시민들의 행동 때문에) 동성애 혐오적 관점을 가진 이들의 의견이 마치 시민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보이게 되어 불편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성소수자 인권이 이에 포함되면서, 혐오세력들은 성소수자 인권이 불러오는 논쟁 자체를 두려워하게 됐다. 하지만 두려워하는 근거가 없다 보니, 그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강북지역 토론회에 앞서 지난 9월 30일 열린 강남 지역 토론회에서도 일부 시민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잇따라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성소수자 반대 단체에서 조직적으로 인권헌장 제정을 방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던 참가자들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니다. 일반 시민으로서 토론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소수자 반대 단체의 행동을 꾸준히 취재해 온 ㄷ 기자는 이들이 성소수자 반대 집회에 자주 참가했던 이들이라고 밝혔다.
ㄷ 씨는 “오늘 온 사람들은 신촌에서 열렸던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나,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집회에도 항상 보이던 사람들이다. 성북구 인권조례 만들 때는 성북구 주민인 척하며 참가하기도 했다”라고 폭로했다.
ㄷ 씨는 “오늘도 이 사람들이 따로 왔다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뭉쳐 다녔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도 뿌리고 다녔다. 이 유인물은 10월 2일에 열렸던 서울시민인권헌장 동성애 합법화 조항 반대 집회에서도 유포되던 것"이라며 "이들은 오늘 토론을 하러 온 게 아니라 토론회를 방해하러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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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