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직업병 피해자 37명, ‘반올림 요구안’ 지지 표명

“반올림 요구안 적극 지지...삼성, 대화의 본질에 충실해야”

삼성 직업병 피해자 37명이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이 지난해 삼성에 제시한 협상요구안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삼성-반올림-가족대책위가 참여하는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 교섭에서 삼성-가대위의 ‘조정위원회’ 합의로 반올림이 협상요구안이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반올림 교섭단에 참여하고 있는 직업병 피해자 가족 황상기, 김시녀 씨를 포함해 피해당사자 및 유족 등 37명은 19일, ‘우리는 삼성에 요구합니다’라는 요구안을 발표하고, 반올림 협상 요구안에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입장표명을 통해 삼성의 마음을 담은 사과와 폭넓은 보상,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던 화학물질 정보 공개 등 피해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피해자들은 “별 근거도 없으면서 함부로 피해자들을 보상에서 배제할까봐 걱정된다. 교섭장에 직접 나온 사람들부터 보상하겠다는 근거는 뭔가. 교섭장에 나가지 못할 만큼 힘겨운 처지인 사람들 보상은 나중에 정해도 된다는 근거는 있나”라며 “삼성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사람들, 특히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려 큰 고통을 겪어온 사람들 모두에게 폭넓게 보상하라”고 밝혔다.

이어서 “우리는 반올림이 내놓은 재발방지대책 요구안인 ‘삼성 공장의 안전보건상태를 종합진단 받아볼 것, 앞으로도 안전보건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외부감사제도를 마련하라’는 내용을 적극 지지한다”며 “이 경우 철저하게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람들로, 그리고 투명성이 보장되도록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은 어떻게 하는 것이 피해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라”며 “부디 아픔을 기억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대화의 본질’에 충실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의사표명에 참여한 이들 중 산재를 신청한 피해자는 27명이고, 나머지 10명은 오는 28일 추가로 산재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반올림은 지난해 12월 17일, ‘삼성 직업병 대책 마련을 위한 요구안’을 삼성 측에 제시한 바 있다. 요구안에는 △공개사과 △정보공개와 알권리 보장 △종합진단 실시 △화학물질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외부감사 실시 △안전보건에 대한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권 보장 △산재신청자 전원 피해보상 △퇴직자 암 지원제도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후 삼성은 반올림의 요구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내놓지 않다가, 8월 6차 교섭에서 6개 항으로 구성된 보상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 및 가족들이 반올림에서 이탈해 가대위를 구성했고, 지난 8일 삼성-가대위가 ‘조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하면서 반올림 요구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반올림은 조정위원회 구성에 반대하며 지난 8일 교섭에서 퇴장했다.

우리는 삼성에 요구합니다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한 뒤 병에 걸린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창 젊은 나이에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인생의 푸른 꿈을 접고 숨을 거둔 사람들.
목숨은 건졌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병마와의 싸움에 힘겨운 사람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삼성전자에게 약속받고 싶습니다.

하나. 마음을 담아 사과하세요.

노동자들이 병에 걸린 게 혹시 공장에서 사용한 화학물질과 방사선 때문은 아닌지, 회사도 걱정되지 않나요?
생산에 바쁘다는 이유로 안전보건교육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안전 수칙은 만들어 놓았지만 실제 그걸 지킬 수 없을 만큼 작업 속도를 다그친 것이 양심에 찔리지 않나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피해자들 입을 돈으로만 막으려 했던 게 부끄럽지 않나요?

마음을 담아서 사과하세요.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책임을 시인하는 것은 성숙함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둘. 보상을 할 때 피해자들을 함부로 가리지 마세요.

삼성이 이런 말을 했더군요.
“산재 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나 보상할 수는 없다.”
별 근거도 없이 보상할 수는 없지 않냐는 걱정으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 반대가 걱정됩니다.
별 근거도 없으면서 함부로 피해자들을 보상에서 배제할까봐 걱정됩니다.
교섭장에 직접 나온 사람들부터 보상하겠다는 근거는 뭔지요? 교섭장에 나가지 못할 만큼 힘겨운 처지인 사람들 보상은 나중에 정해도 된다는 근거는 있는지요?

우리는 삼성이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보상하기를 바랍니다.
산재 신청을 했다는 이유가 아니라, 삼성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것 때문에 보상하기를 바랍니다.
특정 질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함부로 배제하지 말고,
직영 직원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특정 업무를 한 게 아니라는 이유로, 특정 시기에 근무한 게 아니라는 이유로, 기타 등등의 이유로 함부로 보상에서 배제하지 말고.
삼성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사람들, 특히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려 큰 고통을 겪어온 사람들 모두에게 폭넓게 보상하길 바랍니다.

셋. 우리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마세요.

공장에 보관하거나 사용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보여달랬더니 영업비밀이라 합니다. 정부기관이나 외부에서 공장을 조사한 내용도 영업비밀이라 보여줄 수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느 공정에 어떤 보호구를 지급했는지에 대한 자료도 영업비밀이라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예전 자료라도 보여달랬더니, 없다고만 합니다. 내가 왜 병에 들었는지, 내 사랑하는 가족이 왜 죽어갔는지, 앞으로 이런 고통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는 정말 알고 싶습니다.
우리 집 옆에 있는 삼성 공장에 어떤 종류의 폭발물이 얼마나 보관되어 있는지, 그런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우리는 삼성이 이런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훗날 이 정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숨김없이 제공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각 공장 인근의 지역주민들에게도 안전한 마을을 만들 권리를 적극 보장하길 바랍니다.

넷. 다시는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 철저히 마련하세요.

우리는 반올림이 내놓은 재발방지대책 요구안인 “삼성 공장의 안전보건상태를 종합진단 받아볼 것, 앞으로도 안전보건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외부감사제도를 마련하라”는 내용을 적극 지지 합니다. 이 경우 회사눈치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람들로, 그리고 투명성이 보장되도록 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삼성이 이해당사자의 참여, 제3자의 참여 등 글로벌 기업답게 기본에 조금만 더 충실하기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다섯, 삼성은 어떻게 하는 것이 피해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하십시오.

우리가 우리들의 아픈과거를 들추면서까지 진실을 규명하고자 나섰던 것은 삼성의 긴 침묵에서 받은 상처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사과도 받고 보상도 받은 것 아니냐는 사회의 차가운 무관심 때문이기도 합니다.

부디 아픔을 기억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대화의 본질”에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1. 황상기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백혈병 사망자 故황유미 아버지)
2. 김시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엄마)
3. 강봉신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백혈병 사망자 故김경미 남편)
4. 김기영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웨게너씨 육아종, 신장암 피해자)
5. 신○영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유방암 피해자 신○○ 언니)
6. 강덕원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유방암 사망자 故김도은 남편)
7. 이○○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뇌종양 피해자 오○○ 아내)
8. 이희진 (삼성전자 엘씨디 천안공장 다발성경화증 피해자)
9. ○○○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다발성경화증 피해자)
10. 김미선 (삼성전자 엘씨디 기흥공장 다발성경화증 피해자)
11. 이윤주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 난소암 사망자 故이은주 오빠)
12. 김지숙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 재생불량성빈혈 피해자)
13. 신부전 (삼성전자 엘씨디 천안공장 재생불량성빈혈 사망자 故윤슬기 엄마)
14. 박○○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악성림프종 사망자 故박효순 언니)
15. 이○○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화성 폐암 사망자 故이○○ 아내)
16. 김기철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내 협력업체 백혈병 피해자)
17. 손성배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내 협력업체 백혈병 사망자 故손경주 아들)
18. 이용주 (삼성전자 엘씨디 천안공장 폐암 피해자 이지혜 아버지)
19. 양○○ (삼성전자 반도체 부천기흥, 엘씨디 천안, 폐암사망자 故송○○ 아내)
20. 이현배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유방암, 자궁내막증 피해자 이현 오빠)
21. ○○○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2010년 백혈병 피해자)
22. 이○○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 뇌종양 피해자)
23. 이성옥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갑상선암 피해자)
24. 박민숙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유방암 피해자)
25. 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화성 융모암 피해자)
26. 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유방암 피해자)
27. 조○○ (삼성전자 엘씨디 천안공장 유방암 피해자)
28. 김선희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 백혈병 사망자 故이범우 아내)
29. 김윤정 (삼성전자 엘씨디 천안공장 만성골수성 백혈병 피해자)
30. ○ ○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내 협력업체 급성신부전증 피해자)
31. 안○○ (삼성전자 엘씨디 기흥공장 만성골수성백혈병 피해자)
32. 김○○ (삼성전자 엘씨디 천안공장 만성신부전증 피해자 님
33. 황○○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내 협력업체 피부암 피해자)
34. 박원희 (삼성전자 반도체 부천공장 루푸스 피해자)
35. 김은숙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온양 갑상선암, 뇌수막염 피해자)
36. 김미옥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 유방암 피해자)
37. 이혜정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전신성경화증 피해자)

이상 37명의 피해자 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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