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암살에 이른 러시아 정치탄압 속 탄생한 텔레그램

반 푸틴 시위 첨병 VK, 러 정부 탄압에 망명한 파벨 두로프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 발언 수위 넘어’ 한 마디에 한국 사회가 군대처럼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 사회가 전체주의적인 폐쇄 사회임을 웅변해주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가 개인의 생각을 감시 통제하고 있으니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카카오톡 검열로 시작된 사이버 망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텔레그램이 사이버 망명처로 급부상했다. 지난 대선 알바 부대와 국정원 개입 의혹부터 시작해 국가의 통제와 검열이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사이버 망명객 숫자가 200만 명을 넘어서고 계속 그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왜 하필 텔레그램일까? 러시아의 저커버그로 불리는 파벨 두로프가 만든 텔레그램의 비밀보안 장치에 매력을 느낀 탓일 테지만 파벨 두로프가 텔레그램을 만든 이유를 생각해 보면 독재자 푸틴이 장기 집권하는 러시아의 언론 환경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그녀는 기자 시절 체첸에서 러시아 군에 의한 주민 학살이나 폭력 등 체첸 주민들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기사를 자주 실었다. 이 때문에 그녀는 체첸에서 취재 도중 러시아 군인들에 의해 연행당해 고위 장교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그녀는 또한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푸틴을 비판하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로부터 정치적인 압력을 받았다. 2006년 10월 7일, 폴리트콥스카야는 집을 나서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러시아 사법 당국에서는 이 사건의 범인을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하였으나, 일부에서는 평소 그녀를 눈엣가시처럼 보고 있던 푸틴 정권에서 이를 제거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출처: http://persona.rin.ru/]

2006년 러시아의 체첸 공격을 보도하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 암살 이후 수십 명의 언론인이 푸틴 치하에서 죽어 나갔다. 러시아의 TV 채널 또한 국가 소유이거나 가스프롬 같은 국영기업 소유로서 정치와 언론의 유착 관계는 자카주카Закажука(일명 ‘검은 PR’)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부패의 극을 달리고 있다. 학교에까지 뇌물 수수가 일상화되어 있는 오늘날 러시아 사회에서 언론과 정치의 공공연한 뒷돈 거래를 가리키는 자카주카처럼 텔레그램이 탄생한 배경에는 러시아의 전체주의적인 폐쇄 사회가 한몫을 하고 있다.

얼마나 유사한가? 세월호 사건에서 우리는 국영방송을 자처하는 언론이 국가를 호위하는 모습을 똑똑히 봤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검찰이 나서서 개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봤으니 한국이나 러시아나 전체주의적인 폐쇄사회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다른 SNS도 아니고 비밀보장 해주는 텔레그램으로 득달같이 망명가는 것 아닐까? 텔레그램 프로그램을 만든 파벨 두로프 또한 전체주의적인 사회 러시아 국적을 버리고 카리브해 국가 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에 25만 달러를 기부하고 정식 망명했으니, 이 얼마나 한국 사회의 대중들과 파벨 두로프의 이심전심이란 말인가? 그것도 SNS를 통한 감정의 공유라니 SNS의 매력이 여기에 있는가 보다.

[출처: 텔레그램 홈페이지 갈무리]

파벨 두로프는 러시아의 최대 SNS인 VK의 창업자로 11살 때부터 프로그래밍에 남다른 관심과 재능을 가졌던 사람이다. 2006년에 만들어져 2008년부터 러시아에서 맹위를 떨친 VK('В контакте', 'In Contact') SNS는 하루에 1억 명 이상이 접속하던 디지털 매체였다.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VK는 러시아의 지난 대선에서 반 푸틴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VK는 그 특징이 가입자 프로필 난에 정치적 입장이 소개되는 등 요리점으로 전락한 페이스북과 전혀 그 질이 다르다. 지난 11월에 시작한 우크라이나 사태 때 파벨 두로프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반러시아 시위에 가담한 주동자들의 명단을 넘겨달라는 요구를 거부한 후 카리브해로 망명했다. 사이버 망명이 아니라 실제로 망명한 파벨 두로프가 조국 러시아의 정치적 탄압을 피하고자 작년에 만든 것이 모든 문자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텔레그램이다.

카카오톡이 법원 감청 불응으로 버티면서 올해 말까지 모든 메시지를 암호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모두 사이버 망명 행 비행기에 탑승했기 때문이다. 송창식의 노래가 떠오른다. “가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가자, 떠나자, 텔레그램으로”.
덧붙이는 말

이득재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