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인프라 투자에 대한 금융지리학적 관점1

[주례토론회] 한국 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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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1992년 영국의 존 메이저 정부에서 민간자본참여(PFI) 제도를 도입한 이래로 민관협력사업(public-private partnership)은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주된 방법으로 자리 잡아왔다.2 이후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등 많은 나라에서 PFI를 도입하였다. OECD는 많은 국가들이 저성장과 고령화로 인하여 복지지출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기반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참여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OECD, 2007). 특히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한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는 안정적으로 장기간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는 장점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산시장의 자본을 이용하는 민간투자사업은 자산시장의 투자를 위해서 증권화(securitization)의 한 유형인 프로젝트 파이낸스(Project finance) 조달방식을 사용한다(Brealey et al., 1996). 증권화의 기본 원리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화한 가치(present value)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원리는 주택 채권을 담보로 하는 주택저당채권담보부증권(Mortgage-backed security), 자동차, 학자금 대출, 휴대폰 등을 담보로 하는 자산담보부 증권(Asset-backed security)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가치평가(valuation)는 증권화의 전제조건이 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위한 재무모델을 설계할 때는 프로젝트 수익성과 관련한 모든 요소를 단순화하여 매년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요약하며, 이 값들을 통해 최종적으로 프로젝트의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와 사업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 등을 산출한다(Pretorius et al., 2008).

최근 금융지리학에 대한 지리학의 관심은 높아진 가운데 여전히 증권화 과정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비(Harvey, 1978; 1982)는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자본순환에서 과잉축적의 위기가 발생할 때 건조환경(built environment)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 그것을 극복한다는 공간적 조정 가설(spatial fix hypothesis)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공간적 조정을 위해서 의제자본(fictitious capital)의 생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Harvey, 1978). 또한, 마틴(Martin, 1999)은 1980년대 기반시설 민영화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춰 대중 자본주의(popular capitalism) 담론이 가진 한계를 지리적 시각으로 비판한다는 점에서 금융지리학 관점을 채택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홀(Hall, 2011; 2012; 2013) 의 저작은 금융지리분야의 연구성과와 관심사를 문화지리적 관점으로부터 금융화, 그리고 금융순환에 이르기까지 정리한 바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연구들은 기반시설과 금융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이지만, 증권화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구조를 분석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있다.3

금융공학이 발전할수록, 재무정보를 외면하면서 공간 문제를 다루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의 기반시설 민자사업의 운영과정에서는 수요의 과대추정, 보조금 지급, 비싼 통행료, SPC의 후순위 자본구조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양채열, 2007; 최병두, 2007; 최병두, 2012; 김태은, 2010), 이러한 문제들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적 정보들은 자본의 회로(circuit of capital)와 같은 형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주요 기업의 경영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 무료로 공개할 만큼 재무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 특히 민간투자사업의 자본조달장치(conduit)인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corporate: SPC)의 기업정보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매년 공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환경을 통해, 1980년대 하비의 《자본의 한계》에서 언급한 투자전환(capital switch) 이론을 구체화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의 목적은 금융지리의 관점에서 공간과 금융간의 구조적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다.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논문은 한국의 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을 분석하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반시설 설치하는 방법이 정부조달에서 민간투자사업으로 바뀌면서 공간상품을 생산하는 논리가 어떻게 전환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을 수행했다. 이 논문은 기반시설을 공간상품, 나아가서 건조환경(built environment)으로 보는 하비(Harvey)의 자본투자전환 이론을 금융화 연구의 이론틀로 제시한다(2장). 특히 기반시설 생산과 설치, 그리고 운영이 민간투자사업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생애주기(life cycle) 관점으로 분해하여 이와 같은 연구틀을 바탕으로 논문은 크게 세 가지 세부 주제를 설정하였다. 연구주제 1은 한국 민간투자사업의 역사와 지리, 그리고 사회경제적 문제를 밝히는 것이다(3장). 연구주제 2는 준비단계(planning phase)에서 수요추정의 오류의 발생원인과 국가의 보조금과의 관련성을 연구하였다(4장). 연구주제 3은 공사가 끝난 이후, 운영단계(operation phase)에서 자본재조달을 통해서 인프라펀드4가 민간투자사업의도관체(conduit)인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를 다뤘다(5장). 5장의 토론에서는 수요의 과대추정에서 비롯된 재정지출 문제와 자금재조달을 통한 수익창출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확인하였다.

2. 이론적 논의

금융지리학은 금융화를 포함하여 최근 급변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공간문제를 금융과 관련하여 이해하려는 일련의 연구분야를 의미한다(Thrift, 1994; Sassen 2001; Pollard, 2003).화폐와 금융의 지리학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는 마틴(Martin, 1999)은 지리학에서 화폐와 금융의 공간성에 대한 연구를 네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의 연구성과를 비롯한 마르크스주의적 접근법이다(Harvey, 1978; Harvey, 1982).하비는 자본주의의 축적체계의 특성을 이론화하는 과정에서 공간상품의 금융화(financialization) 과정을 분석하는 데 기여하였다. 둘째, 금융산업의 재편, 금융기관과 서비스, 그리고 금융시장에 관한 연구가 있다(Lee and Schmidt-Marwede, 1993; Leyshon and Thrift, 1995). 셋째, 주로 도시지리의 관점에서 금융중심지의 특성과 동학을 다룬 연구들이 있다(Thrift, 1994; Sassen, 2001; Clark 2002).마지막으로 마틴은 지역에서의 금융의 흐름(regional finance flow)와 지역성장(regional industrial development)에 관한 연구들이 시작 단계에 있다고 보았지만, 2008년 이후 금융지리학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 장은 정치경제학과 경제지리학에서 자주 논의되고 있는 금융화 개념을 정리하고, 한국의 민간투자사업의 사례를 통해서 금융화의 함의를 살펴보았다.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은 비판적 정치경제학에서는 금융은 비생산부문으로 생산부문의 부를 잠식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해 왔다. 특히 이들은 금융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해왔는데, 조절이론과 비판회계학자들이 제기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어느 정도 현실로 드러났다. 이 논문은 기존의 금융화 관점이 금융시스템과 자본주의 체제를 연결시키지 못한다고 비판하였고, 그러한 비판의 대안으로 마르크스주의적 금융화 이론인 하비의 자본투자전환 이론을 분석을 위한 이론틀로 제시하였다.

부동산과 거대 하부구조 등의 공간상품이 투자대상으로 바뀔 수 있는 근거는 이른바 공간상품이 가진 본질적 성격이다(Harvey, 1978; 1982). 공간상품은 이윤의 회전주기가 길고, 외부성이 강하기 때문에 과소투자 경향이 발생하며, 이와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가의 지원과 금융 시스템이 동원된다. 예를 들어, 산업부문의 수익률이 하락하면, 자본은 부동산과 기반시설 등 이른바 건조환경(built environment)로 투자할 유인이 발생하게 되는데, 자본은 축적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 투자전환을 시도한다. 이 때 공간상품으로의 투자전환을 하비는 ‘공간적 조정(spatial fix)’이라고 표현한다(Harvey, 1982; 2001).

공간상품은 많은 자본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대신, 매출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발생한다는 모순적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Leitner et al., 2007). 따라서 부동산이 금융과 결합하게 되면, 자본주의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매력적인 투자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 점은 기반시설이나 상업용 부동산이 이른바 대체투자(alternative infrastructure)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원리에 따라서 산업자본에서 축적된 부의 일부는 건조환경으로, 건조환경을 조성하는 데 투입된 자금의 일부는 다시 증권화(securitization) 과정을 거쳐서 금융상품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게 된다. 하비는 직접적으로 증권화라는 개념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의제자본(fictitious capital)과 이자 낳는 자본(interest-bearing capital) 등 마르크스의 개념을 원용해서 공간적 조정(spatial fix) 가설을 설명한다. 하비는 자본시장의 존재라는 요소 이외에도 국가의 존재를 강조한다는 점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자본투자전환 이론은 마르크스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공간생산과 금융, 그리고 국가의 관계를 분해하는 데에 상당히 기여하였다. 그러나 이 장에서는 하비의 분석틀이 보다 많은 경험연구를 필요로 하며, 특히 기업 재무구조와 자본흐름에 천착한 경험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증권화 방식: 프로젝트 파이낸스 자금조달 구조

3. 한국 민간투자사업의 지리적 유형화와 쟁점

3장은 한국 민간투자사업을 유형화하고 쟁점을 도출한다. 사용될 핵심 자료는 주로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과 국회예산정책처(NABO)에서 조사한 원자료 등이다. 또한, 국토연구원에서 발간한 《민간투자백서》(2006),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민간투자사업 편람》(2010), 그리고 2008-2012년까지 기획재정부에서 발행한 《재정운용계획》에서 나타난 민간투자사업의 실적 자료도 민간투자사업의 현황을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이 장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투자사업은 1994년 처음 도입된 이래로 인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대구부산고속도로 등 다양한 교통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데 기여해 왔다. 한국 민간투자사업에서 나타난 주요한 공간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은 다른 어떠한 방식보다 민간투자사업의 주요한 사업모델로 발전해 왔다. 그 중 중앙정부 주도형으로 수도권에 설치된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았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용유 지역은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이 집중된 대표적 지역이다. 둘째, 기반시설 수익률(IRR)은 2000년 이래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현상은 1997년 IMF 위기 이후 낮아지는 이자율과 관련이 있다. 또한, 수요예측의 논의가 암시하듯이,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의 생산성은 예상보다 높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셋째, 한국의 학자, 언론, 그리고 사회운동가들은 2000년대 이후부터 꾸준히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최병두 2007, 2012; 김태은, 2010; 양채열, 2008).

  수요예측 실패로 인한 MRG 지급현황(국가관리사업)

한국 민간투자사업의 구조적 문제점은 수요의 과다추정과 최소운영수입보장, 통행료, 그리고 SPC의 자본구조 문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수요의 과대추정문제는 재정사업에서도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이지만, 민간투자사업에서는 정부가 특수목적회사의 수입을 보장해주면서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한국의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은 모두 MRG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2012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주도한 민간투자사업에서 총 1.9조원의 비용이 MRG로 지출되었다(NABO 2010). 둘째, 정부재정사업에 비해서 1.5배 이상 비싼 민간투자사업 시설물의 통행료도 문제가 된다. 마지막으로,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을 운영하는 특수목적회사의 부실한 재무구조가 쟁점으로 떠올랐다(NABO, 2006). 이 중에서 이 논문의 연구주제 2는 가치평가와 관련하여 수요추정 오류와 MRG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연구주제 3은 기반시설 자금재조달과 관련하여 인프라펀드의 수익률을 계산하여 투자전략을 설명하였다.

4. 준비단계: 수요과다추정

교통 기반시설이 공간상품으로서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예산편성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수익률 평가는 전통적인 할인된 현금흐름 기법에 기반한 모형을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프로젝트의 투자수익률을 평가할 때는 회수기간법(period index)를 사용하였으나, 현금흐름 기법이 발달하면서 현재에는 순현재가치법(Net Present Value), 내부수익률법(Internal Rate of Return) 등 다양한 평가지표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평가지표들은 미래 수입의 현재가치(present value)라는 개념에 근거하여 향후 매기에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자본화(capitalization) 함으로써 투자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이용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기반시설 사업에서 프로젝트의 현재가치(net present value)는 다음과 같은 공식에 의하여 결정된다. 공사기간(t=0~n)에 이 사업에는 비용만 발생한다. 프로젝트는 오직 하나의 자본재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업에 소요되는 공사비를 할인율(discount rate)로 할인한 값이 프로젝트의 가치와 같아지게 된다. 마찬가지 원리로 운영기간(t=n+1~N)에는 해당 시설물을 운영하기 때문에 현금흐름(cash flow)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현금흐름은 현금유입에서 현금유출을 뺀 나머지이다. 현금유입은 대부분 운영수입(OR), 즉 통행료수입으로 구성되고, 현금유출은 운영기간에 소요되는 운영비용을 의미한다.


CC: Construction Cost
eCF: Cash flow=Cash Inflow(Operating revenue)- Cash Outflow(Operating cost)
r: discount rate

  프로젝트 파이낸스 현금흐름 스케줄

이 논문의 연구대상인 교통 기반시설의 경우 운영수입은 다시 매 기간에 발생하는 통행료(P)와 통행량(Q)으로 분해될 수 있다(decomposed). 따라서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활용한 기반시설 설치 사업에서는 통행료를 결정하는 요인은 앞으로 발생할 공사비용(CC), 적정한 할인율(discount rate), 운영비용(OC), 그리고 향후 발생시킬 교통수요(Q)에 의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미래에 설치될 교통시설의 수요예측은 통행료뿐만 아니라 사업 전체의 재무구조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운영수입보장(MRG)은 민간투자사업 재무모델 식에서 운영수입(OR)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체결되었다. 즉, 해당 연도의 운영수입이 예상 운영수입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 예상 수입의 보장 비율(γ)을 국가에서 재정으로 보조해주는 방식이다. 운영수입보장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예상운영수입(OR)은 예상되는 통행량(Pt)과 예상되는 통행료(Qt)의 함수이다. 그리고 예측달성율(ACH)는 실제수입(OR)을 예상되는 수입(eOR)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할 수 있다.4 이와 같이 정의를 하면 예측달성율(ACH)은 실제수입이 예상된 수입보다 클 경우에는 1보다 큰 수를 가지게 되고, 반대로 실제수입보다 예상되는 수입이 작을 때는 1보다 작은 수를 가지게 된다.


MRG의 지급여부는 보장비율(γ)과 달성율(ACH)에 의하여 결정된다. 통상적으로 보장비율은 60~90% 사이에서 결정된다. 만약 실제 수요가 기대보다 많이 발생하여 달성율이 큰 경우 정부는 민간사업자에게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대수요에 실제 수요가 못 미치게 되면 정부는 민간사업자에게 재정을 지원하며 t기의 MRG는 다음과 같은 값을 가지게 된다. 민간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보장율(γ)이 클수록, 보장기간이 길수록 유리하다.


이 장의 분석결과는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수요예측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수요추정은 교통영향평가서의 오류에 기인한다. 이 사실은 최초의 민간투자사업인, 인천공항 고속도로의 수요예측의 원인이 민간부문이 아닌 정부의 낙관적 예측에 기인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둘째, 실시협약의 현금흐름추정은 교통수요 예측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후 실시협약은 여러 차례 수정되면서 정부가 지급해야 할 보조금도 처음보다 줄어들었다. 특히 2010년 MRG 지급을 위해서 협상한 마지막 예측운영수입(FOR)은 교통영향평가에 근거한 운영수입(COR)이나 실시협약에 의한 예상운영수입(EOR) 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었다.

셋째,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운영수입만으로는 프로젝트의 수요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보조금은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을 보충해주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운영사인 신공항 하이웨이는 최근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800-1000억원의 사후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최소운영수입보장은 예측운영수입의 일정부분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달성률이 낮을수록 정부의 재정부담은 커지는 구조이다.

  보조금은 수요예측 실패의 결과(인천공항고속도로)

넷째, 인천공항지역이라는 공간적 수요에 대한 정보가 누적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고속도로 이후에 건설된 인천대교와 인천공항철도의 달성률은 인천공항고속도로보다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인천공항철도는 달성율이 6-10%에 불과하여 매년 1591억 원 정도의 재정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는 수요예측 오류 문제가 가장 심각했고, 결국 국영기업인 코레일은 코레일 공항철도라는 자회사를 설립해서 민간자본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였다.

마지막으로 기반시설의 수요예측의 오류가 크다 하더라도 MRG 체제 아래에서는 현금흐름이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실제 운영수입이 예측된 운영수입보다 작다 하더라도 정부는 MRG를 통해서 예측 운영수입의 일정비율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즉, 수요예측의 오류는 민간투자자가 아닌 정부의 지출을 가중시키는 문제이며, 민간투자자는 수요부족으로 인한 위험을 가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정부는 2009년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에서 MRG를 폐지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계약이 체결된 민간투자사업에 대해서 남은 기간 동안 사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주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정부는 자금 재조달이익 공유­—인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등—, 지분매입—서울시9호선, 인천공항철도 등— 등 여러 정책수단을 동원해서 기반시설에 지급되는 보조금 지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 운영단계: 자금재조달을 통한 수익창출 전략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활용하여 설치된 기반시설은 운영단계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민간투자사업의 준비나 공사 단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는 위험은 완공위험(construction risk)이다. 기반시설이 운영단계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현금흐름이 발생하게 되므로 공사비와 건설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예를 들어,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완공 이전에는 공사비와 이자 등의 비용만 발생하였다면, 완공 시점 이후에는 통행료라는 운영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초로 영업이익(sales income)이 발생한다. 이 기간에 발생하는 영업이익으로 SPC는 운영비용과 공사기간에 발생한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상환하고, 수익을 얻게 된다. 따라서 5 장에서는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각 민간투자사업의 SPC의 감사보고서 자료를 활용하여 인프라펀드의 수익구조를 분석하고자 한다.

  자금재조달 이후 SPC 자본구조

  자금재조달 사례: 인천공항고속도록(재무상태표 기반)


5장은 각 사업 SPC의 재무제표 각 요소를 추출해 ROI와 Blended ROE 등 수익률을 계산하였다. SPC의 자본과 수익구조가 가지는 특성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SPC의 자산총수익률(ROA), 인프라펀드의 자기자본수익률(ROE), 그리고 혼합수익률(Blended ROE)를 구하여 각 프로젝트의 수익률을 계산하였다.


인프라펀드는 SPC의 고비용 구조로부터 수익을 창출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고비용 구조를 야기하는 두 가지 중요한 비용요소는 이자비용과 관리운영권 상각 비용이다. 먼저 이자비용은 SPC 입장에서는 지불해야 할 비용이지만, 인프라펀드의 입장에서는 자본투자로 인한 배당 성격을 가진 소득(income)이다. 인프라펀드는 지분투자로 인한 배당소득을 거의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SPC로 하여금 인프라펀드에게 후순위채로 대출을 받게 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얻는다. 후순위채의 이자율은 9%부터 40%에 이르기까지 시장이자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은 후순위 구조의 결과로 SPC의 자산수익률(ROA)보다 인프라펀드의 혼합자본수익률(Blended ROE)가 훨씬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금재조달과정 이후 민간투자사업의 이자비용은 급격하게 늘어나며,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천안논산고속도로의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사업을 운영함에 따라서 부채를 상환하고 SPC의 ROA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비용구조: SPC와 인프라펀드 수익률 비교
-붉은색 인프라펀드 혼합수익률, 파란색 SPC 수익률

이자비용과 더불어 고비용 구조를 만드는 것은 관리운영권의 상각비용이다. 관리운영권의 상각비용은 공사기간 동안 발생한 부채를 30년 동안 상환하는 과정에서 SPC의 재무구조에 반영되는 독특한 성격의 금액이다. 관리운영권은 영업비용으로 계상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을 낮추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항목에서는 다시 관리운영권의 상각액이 더해지기 때문에 대부분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자금재조달 이후 SPC의 재무상태는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초기 민간투자사업들의 선례를 살펴보면 장기적으로는 부채를 상환하고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기 전까지는 SPC는 법인세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인프라펀드는 SPC로부터 안정적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고비용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후순위 구조로 인한 인프라펀드의 이익을 정부와 민간이 나누게 하는 자금재조달 이익공유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03년에 자금재조달이 이루어진 광주2순환도로1구간과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제외한 모든 민간투자사업은 정부가 마련한 자금재조달 지침에 따라서 자금재조달로 인해 발생한 WACC 효과, 조기현금배당효과, 법인세 절감효과에 대한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자금재조달 이익공유의 시발점이 된 사건은 2002년 광주2-1순환도로의 자금재조달이다. 광주시는 자금재조달 이익공유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후순위 구조를 시행한 광주순환도로투자와 법적으로 분쟁 중이며, 이후 정부는 자금재조달 이익공유제도를 정비하여 현재는 자금재조달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정부와 민간이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KDI, 2012). 그러나 민간부문 사업자들은 자금재조달 이익공유는 정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민간투자사업 제도는 민관의 합의하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고비용구조: 누적적자 상황에서 후순위이자의 지급
(붉은색: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노란색: 순이익)

이 장은 SPC의 재무구조를 분석하고, 수익률을 계산함으로써 SPC의 고비용 구조가 상당부분 인프라펀드의 전략에 기인한 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인프라펀드는 후순위채 이자수입을 올리는 대신 자기자본의 손실을 감수한다. 반면 정부는 민간투자사업에 막대한 사전 건설보조금과 사후 MRG를 지급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수익을 얻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도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자금재조달 이익공유제도를 시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미 실시협약을 모두 맺은 상태에서 MRG로 지급될 비용을 줄인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민간투자사업을 매입하려는 대안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6. 결론

이 연구는 기반시설을 건조환경을 이루는 공간상품이라는 관점에서, 공간상품 이면의 자본의 회로(circuit)를 분석하는데 주력하였다. 이론적 차원에서 공간상품의 생산은 투자전환이론의 핵심적 요소이다. <자본의 한계>에서 하비는 공간상품이 일반적 상품과 구분되는 특수한 성격—대규모 투자가 필요, 장기간 회임구조, 공간적 고정성(fixity)—때문에 투자전환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Harvey 1982). 결과적으로 민간투자사업은 MRG을 통해서 수요예측으로 인한 손실을 정부로부터 보장받고, 재무적 투자자들은 SPC를 고비용 구조로 만듦으로써 수익을 얻어왔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2003년 이후부터 정부는 자금재조달 이익공유, MRG 축소, 시설매입(공항철도, 서울시 9호선 사례) 등의 출구전략을 시도함으로써 민간투자사업의 수익률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반시설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됨에 따라서 인프라펀드는 조만간 지리적 확장, 즉 해외진출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출구전략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실천적 차원에서 한국의 민간투자사업 경험은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통해 기반시설 투자자와 피투자자 모두에게 중요한 정보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의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기반시설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는 수요예측과 보조금지급, 비싼 통행료, 그리고 후순위 구조에만 집중되어 있다(최병두, 2012; 김태은, 2010; 양채열, 2009).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사실상 2003년에 감사원에서 지적했던 문제제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KDI는 2007년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을 설립하여 기반시설 투자와 공급에 대한 연구를 축적하고 있으며(KDI 2007; 2009),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기반시설 투자로 인한 예산지출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NABO 2006; 2012). 장기적으로 1992년 이후 민간투자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기반시설을 공급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그 이면에는 공간상품 자금조달의 증권화 기법이 있다.

증권화 기법은 자본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기반시설을 제공하면서도 마땅히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본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연결고리이다. 종속이론가(dependency theorist)가 우려하는 것과 같이 기반시설에 대한 해외 투자가 주변부에 대한 일방적인 착취로 작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피투자자 모두가 기반시설 증권화 경험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필요하다(김용창, 2012). 이 연구에서 분석한 계획단계에서 프로젝트의 가치추정 문제, 그리고 운영단계에서 인프라펀드의 수익구조는 향후 민간자본을 유치하려고 하는 개발도상국, 그리고 기반시설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재무적 투자자 모두에게 기반시설 투자의 전체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각주

1) 이 글은 필자의 2014 년 7 월 14 일자 논문 [Public-Private Production of Space: The Financial Geography of Infrastructure Provision in South Korea]에 근거하고 있다.

2) PPP 사업은 민간투자사업(Private Financed project), 민관협력사업(Public-private partnership), 민간 금융주도(Private finance initiative) 등 다양하게 표현된다. 이 논문에서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이 주도하는 금융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민간투자사업을 총칭하는 용어인 “PPP”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3) 딕슨(Dixon, 2011)의 저작은 최근 경제지리에서의 금융에 대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 그는 누더기 자본주의론(variegated capitalism) 논의를 바탕으로 금융지리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지적하는 재무정보에 대한 언급은 제한적이다.

4) 이 논문에서 인프라펀드의 정의는 기반시설에 대한 재무적 투자자로서 주식(stock)과 후순위채권(bond)에 동시에 투자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MKIF, 국민연금 등 대부분 기반시설에 대한 재무적 투자자는 인프라펀드의 형태로 투자하고 있고, 일부 시설에서는 주식과 선순위채권, 후순위채권에 모두 투자한 경우도 있는데(광주 2-1 순환도로에서 MKIF 의 경우), 이 경우도 인프라펀드에 해당한다고 간주하였다.

5) SPC 의 수익률을 ROA 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이유는 대부분 기반시설 SPC 가 자본금 잠식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에 사실상 수익률을 계산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SPC 의 총 자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수익률은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률은 총자산수익률로 계산하였다. 인프라펀드의 Blended ROE 는 WACC 의 원리를 활용하여 지분 가중치(We)에 ROE 를 곱하고, 거기에 후순위채의 가중치(Wjd)와 후순위채 이자율(Kjd)을 곱해서 계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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