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5천 명 서울 도심 집결, “비정규직 철폐”요구

민주노총 등 ‘2014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전국에서 상경한 5천 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고, 비정규직 철폐와 특수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박근혜 퇴진 등을 요구했다.

   ‘2014년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대회를 끝내고 상징의식으로 케이블방송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0일 가까이 노숙농성을 벌이는 씨앤앰 대주주 MBK가 입주한 건물을 향해 놀이용 폭죽을 날리고 있다.[사진/ 김용욱 기자]

  [사진/ 김용욱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조직위원회는 25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2014년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건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특수고용노동자, 아르바이트 청년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이 참석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 출범 20년 동안,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규모가 17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영원히 잊히지 않을 비정규직 열사들도 숱하게 나왔다”며 “이제 이 사회는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돌아갈 수 없다. 이제까지 분노와 원망, 설움으로 투쟁했지만 이 순간부터는 결코 외롭지 않은 투쟁이 될 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오늘을 기점으로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다양한 업종에 분포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노동자들을 나쁜 일자리로 내몰고 있는 정부를 규탄했다. 특히 정부가 현행 비정규직 고용 기간제한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진/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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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권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지부장은 “공공기관을 비롯해 모든 사용자들의 모범이 돼야 할 정부가 이윤에만 눈이 멀어 악독한 사용자가 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좋은 일자리는 고사하고 시간선택제, 무기계약직만 늘리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 받는 계약직 노동자들을 평생 무기징역에 처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순자 울산과학대지부 지부장은 “최저임금으로는 살아갈 수 없어 올해 임금 협상에서 시급 7,910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몽준 명예이사장이 뒤에서 학교를 조종을 하며, 10년 넘게 일해 온 우리 청소노동자들을 모르는 사람들이라 이야기하고 있다”며 “16명의 청소노동자가 로비에서 농성을 하는데, 집달관과 교직원, 경찰 등 500여 명이 우리를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우리는 투쟁을 하지 않으면 살아나갈 길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역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삭발 투쟁에 돌입했다.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학교비정규직들은 20년, 30년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임금은 정규직 절반 수준”이라며 “학교현장에서부터 정규직 쟁취를 열어내기 위해 투쟁을 시작한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11월 20일 1만 1천개의 학교를 세우겠다”고 경고했다.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SK, LG 등 거대 통신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집회가 열린 세종로 파이낸스빌딩 앞에는 케이블방송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0일 가까이 노숙농성을 벌이는 장소다. 이종탁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협력업체들은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노동자들의 일터를 빼앗고 있고, 이를 뒤에서 조종하는 씨앤앰 대주주인 투기자본 MBK는 먹튀를 계획하고 있다. 씨앤앰 뿐 아니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노동자들도 을지로와 여의도에서 한 달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며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 씨앤앰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쟁취하고 투기, 재벌 자본을 몰아낼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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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청년 노동자들은 정부가 질 나쁜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해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얼마 전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한 청년노동자가 온갖 모멸감을 겪다 정규직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정부는 청년고용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알바나 인턴 같은 질 나쁜 일자리뿐이다. 특히 인턴은 밥값과 차비만 주고 무료 노동을 강요하는 착취의 수단이다. 아르바이트 역시 근로계약서가 없어 최저임금조차 받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한 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며칠 전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가 일을 그만두고 한국을 떠나야만 퇴직금을 주는 엉뚱한 법을 발표했다. 심지어 한국정부는 결성한 지 10년이 된 이주노조를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노동자라는 것은 같다. 한국의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를 위해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집회 참가자들은 대회 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기만적인 비정규대책을 거부한다”며 정부에 △비정규직 철폐, 간접고용노동자 직접고용 및 정규직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산재보험 전면적용 △저임금 비정규정규직 시간제일자리 양산 중단, 박근혜 퇴진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정부 투쟁 선포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서울 도심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 대회’를 개최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사진/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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