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타결 임박...“우리농업에 핵폭탄” 농민 반발

한중 FTA 중단 촉구 20일 전국농민대회 예고

한중 FTA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농민단체들이 일제히 성명을 내고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한중 양국 통상장관은 수석대표로 오는 6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FTA 14차 협상을 개최하고 상품분야 및 서비스 시장 개방 등 핵심쟁점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어 10일에는 베이징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중 FTA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14차 협상대표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회담장소를 당초 개최 예정지였던 한국에서 중국으로 바꿨다.

  지난 9월 2차 범국민대회 모습 [출처: 자료사진]

중국의 요구대로 고추, 양파, 마늘, 참깨 등 밭작물을 비롯한 주요 농산품의 관세 조기 철폐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농민들에게 미칠 타격은 한미, 한유럽연합(EU) FTA보다도 심각하다는 것이 농민들의 입장이다. 이미 제주지역에서는 한중 FTA 체결에 따른 지역경제 피해 규모를 10년간 최대 3조 10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5일 성명을 내고 “한중FTA는 농축수산업분야에서는 핵폭탄과 같다”고 정부의 방침에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미 “한칠레FTA를 시작으로 수십개의 FTA로 인해 한국농업은 끊임없이 추락했고, 올해만도 호주, 캐나다등과 FTA를 맺으면서 한국 농업은 희망의 불씨마저 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FTA는 한국농업에 대한 사형선고이며, 한국농업의 미래를 포기하는 행위”라는 것이 농민들의 입장이다.

전농은 “그런데도 정부는 협상과정에 농민들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해 왔다”며 “농민들의 생존과 운명이 걸린 문제를 협상대표 몇 사람이 좌지우지 한다는 것 자체가 독재이고 주권유린 행위”라고 규탄했다.

전농은 또 “이제는 한술 더 떠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정치적 흥정에 나섰다”며 “APEC에 한국농민의 피와 살을 갖다 바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모습”이라고 맹비난했다.

농민단체, 20일 전국농민대회로 한중 FTA에 저항 예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도 4일 성명을 내고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한중 FTA까지 타결된다면 한국 농업은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면서 “한중 FTA 협상 중단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농업을 보호하고 농민들의 생존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전여농은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농산물 시장 개방이 될 것이지만 지금까지 농업은 FTA 협상 때마다 제조업 등 산업 전반을 위한 희생양이 돼 왔으며 이번 협상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여농은 특히, “지금 현재, 한국은 농수산물 품목별로 최대 300% 이상의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중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설상가상으로 한중 FTA까지 타결되어 관세율이 낮아진다면 우리의 ‘밥상’은 중국산 농산물에 잠식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중국은 우리보다 넓은 땅에 낮은 생산비, 풍부한 노동력, 지리적 이점을 앞세워 우리나라의 농산물 시장을 70%나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중 FTA가 체결된다면 우리 농업뿐 아니라 먹거리에도 크나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게 농민들의 지론이다.

농민단체는 정부가 한중 FTA 협상 타결을 강행할 경우 오는 20일 전국농민대회를 통해 농민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한편, 범국민적 저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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