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거구 획정 대안, 총의석수 상향 조정 불가피”

새정치, 정의당 토론회서 모두 “비례대표 확대. 의원 정수 늘리자” 거론

헌법재판소가 현재의 선거구 획정 인구편차 비율인 3:1이 헌법의 평등권에 불합치 한다는 판결을 내린 후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에선 각종 선거 제도 개혁과 정치혁신을 위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10일 오전 양당이 각각 주최한 관련 토론회와 세미나에선 모두 비례대표 확대와 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돼 주목된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오전 10시 30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정치똑바로특위(위원장 심상정) 외부 자문위원회 출범식 및 기념세미나에 참석해 “지금 한국의 정치개혁은 제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에 대한 투쟁”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받는 만큼 국민을 대변할 수 있도록 비례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선거구제 그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결정적인 단점을 해결하려면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며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를 반반으로 하는 것이 좋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국회의원 지원 총예산을 동결해서라도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도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2-3인의 중선거구제는 기득권을 강화할 뿐“이라며 ”두 당이 서로 기득권을 나누어 가질 수 없도록 대선거구제가 되어야 하며, 대권역이 되지 않으면 영호남에서 두 당이 서로 한 두석을 주고받는 기득권의 연장에 머물 것이며 석패율 제도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도 “단순다수대표제와 연계된 소선구제는 절반에 가까운 사표로 만드는 선거제도”라며 “50%를 득표한 당이 90% 이상의 의석을 석권하는 일도 발생하고, 10% 이상의 득표를 해도 5% 이하로 의석을 배정받는 일이 생겨, 헌재 판결에서 제시된 국민의 평등권 취지로 본다면, 선거구 인구 편차에 못지않게 국민 평등권을 위배한다”고 선거제도 문제를 지적했다.

이처럼 헌재 판결이후 중선거구제의 문제점과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 확대 등의 대안은 새정치연합 토론회에서도 주되게 거론됐다. 현실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이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와 민주정책연구원이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 세미나실에서 주최한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혁신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서경복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선거구획정의 기준이 되는 제도 마련과 정비’를 강조했다. 법과 제도를 통해 선거구획정 기준을 마련해 두면 국회가 선거 때마다 선거구 획정으로 홍역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 원칙과 기준 설정해 유권자 설득해야”

서경복 교수는 “총의석수, 지역구 의석과 비례의석의 비율, 지역구 의석할당 기준, 선거구 획정 기준을 아울러 제도정비를 해야 한다”며 “일단 기준이 확립되면 향후 선거구 변동과 의석수 산출을 둘러싼 정치논란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고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첫 번째 대안으로 지역구 의석과 비례의석 비율, 선거구 인구편차 기준, 선거구당 최소인구수 기준, 선거구경계획정 기준을 법에 명시하고, 총의석수를 규정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역구 의석과 비례의석 비율 명시, 선거구당 최대 인구수 편차 2:1 명시, 선거구당 최소 인구수를 명시해 두면 지역선거구 총의석수가 자동 산출되고 이에 비례해 비례선거구 의석수가 자동 산출돼 총의석수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또 선거구당 최소인구수 기준을 명시해 매 선거마다 농촌선거의 대표성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

두 번째 대안으로는 역시 같은 기준을 법에 명시하되 선거구당 최소인구수 기준이 아닌 중간규모 크기의 광역시.도를 기준으로 평균인구수 기준을 명시하는 방안이다.

서복경 교수는 “두 가지 대안 모두 일시적으로 의원정수의 상향조정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은 발생할 수 있지만, 원칙과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유권자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의원정수 상향조정 없이 현행 1인 2표제를 유지하면서 2:1의 인구편차 기준을 충족하고 광역시도 및 시군구 분할금지 원칙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는 어렵다”며 “현행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면서 2:1의 인구편차 기준을 충족하려 할 경우 농촌유권자들의 대표성 박탈로 인한 저항을 비껴가기 어려운데다, 선거구 변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수도권 유권자들의 대표성 확보 차원에서 접근하면 의원정수 확대를 설득해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제자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2004, 2008, 2012년 선거의 1인 2표제 효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종합해 △표의 등가성과 민주적 대표성 향상 △지역주의 정당체계의 완화 △갈등적인 정당체계 완화를 위해선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일본식 권역별 정당 명부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한 교수는 “이번에 국회의원 정수를 현실화시킨다는 차원에서 지역구 의원 적정 수준인 230-250여명 사이인 246명을 정해놓고, 비례대표 정수를 100여명 수준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며 “이 경우 국민적 합의를 얻기 위해 국회의원 세비총액을 고정시킨 상황에서 새로운 의원 정수로 나누어 갖는 방안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준한 교수는 “OECD 국가와 인구, GDP, 정부예산, 공무원수 등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한국 국회의원 정수는 약 330-360명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대한 국민적 반대 정서 때문에 그동안 정수 확대를 꺼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도 “헌재의 선거구획정 판정은 단순히 지역구의 통합 또는 분화의 의미를 넘어 평등한 정치적 대표성의 실현과 보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이 같은 의미 현실화를 위해선 통합과 분화에 따라 추가되는 지역구 의석수 12석을 마련하기 위해 비례의석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비례의석의 확대를 통해 비례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철 교수는 중선거구 비례대표제안은 선거구 크기만 규정하고 선거제도 개혁이 전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대선거구 순수비례대표제안이 제도개혁의 전제에 부합하지만 현역 지역구 의원의 찬성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비례성과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하는 독일과 뉴질랜드 등이 채택하고 있는 혼합명부비례대표제로의 개혁 모색필요성을 제시하고 의원정수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독일식 혼합형 비례대표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과 비례의석의 의석비율의 간극이 좁혀져야 한다”며 “하지만 총 의석수를 300석으로 유지한 채로는 지역구 의석 수를 줄여야 하는데 지역구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현실성이 매우 낮다”며 “표의 등가성을 고려한 지역구 확정과 더불어 비례의석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하며, 시민단체가 이에 대한 당위성을 적극 운동형식으로 홍보하고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의원세비 총액을 묶어놓고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방안도 고민해 봤지만 우리가 새로운 대한민국 체제를 만들자면서 국민에게 이런 꼼수 같은 방식으로 다가가선 안된다”며 "최근 시민사회단체들도 의원정수를 늘리는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어 정수를 늘리자는 결론에 도달하면 당당하게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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