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로 얼어붙은 새벽 강남대로, 강남구청 용역반 기습 ‘노점철거’

강남구청 용역반 및 경찰 100여명 들이닥쳐...규격마차 훼손, 압수

전국 곳곳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2일 오전 7시 경, 강남구청에서 동원한 용역반과 구청 직원, 경찰병력이 강남대로 노점상에 강제 철거를 실시했다.


구청 용역반 40~50여 명과 경찰 병력 등 10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 경 강남대로에 도착해 노점상들이 들여 놓은 규격마차 4대를 기습 철거했다. 컨테이너 농성장 옆에 마련된 천막도 철거됐다. 농성 중이던 노점상들이 긴급하게 저지에 나섰지만 규격마차 대부분이 부서지고 쓰러지거나 압수됐다.

지난달 27일, 인천 동암동과 로데오거리에 대규모 행정대집행이 실시된 터라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과 대부분의 노점상들이 인천 지역에 집중해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오전, 강남대로에 차려진 컨테이너 농성장에는 10여 명의 노점상들만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구청 용역반은 노점상이 마련해 놓은 규격 마차 4대를 모두 쓰러뜨리고 훼손했으며, 이 과정에서 노점상들은 소화기를 뿌리는 등 저지에 나섰다. 이날 행정대집행에는 경찰병력과 소방차 1대도 동원됐다. 강남구청의 행정대집행은 오전 7시부터 약 2시간 가량 이어졌고, 노점상들과의 충돌도 발생했다.



강남대로 노점상들은 지난달 9일 밤, 대로변에 규격마차 4대를 들여놨다. 전국 곳곳에서 규격마차를 통한 노점상 양성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불법 노점이 아닌 합법적으로 노점을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규격마차 4대는 모두 훼손됐고, 강남구청은 지게차를 동원해 2대의 규격마차를 압수해 갔다. 컨테이너 농성장 옆에 마련된 식당 천막도 모두 부서지고 철거됐다.

구청은 강남대로에 설치된 컨테이너 농성장 등을 불법시설물이라 주장하며 향후에도 노점 철거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충돌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강남대로에는 약 20여 개의 노점상들이 일을 하고 있으며, 이들은 강남구청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구청 측은 노점상들이 요구하는 대화 테이블 구성이나 합법적인 규격노점 도입은 불가하다는 방침이다.


강남구청은 ‘빈곤철폐의 날’이었던 지난 10월 17일, 용역반 100여 명을 동원해 강남대로 노점 행정대집행을 실시했으며, 이후에도 지난달까지 약 한 달 동안 8~9차례에 달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노점상들은 강남구청이 폭력적인 강제철거를 단행해고 있다며 60일 넘게 강남대로 컨테이너 농성장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30여 개 시민사회 및 정당 등이 ‘강남대로 노점탄압 반대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강남구청은 올해 노점단속을 위해 7억 2천 6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해 ‘노점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강남구는 올해 총 1,524건의 노점 단속을 실시하며 25개 자치구별 단속 건수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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