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촛불연행자 유·무죄 신데렐라 귀가시간 기준

야간집회 한정합헌 신데렐라법 되나...자정 전 연행 무죄, 넘으면 유죄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참가 시민에게 신데렐라 귀가 시간을 기준으로 기소여부와 선고를 판단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땡’ 하고 자정 시계가 울리기 전에 집으로 귀가하지 않으면 마법이 풀렸던 신데렐라처럼, 헌법이 보장한 시위의 권리도 시계가 자정을 알리면 해체된다는 것이다.


6년 전인 2008년 야간 촛불 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이제야 1심과 항소심을 진행하는 이유는 올 3월 27일에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10조 야간시위 한정위헌이 결정이 난 이후 중단됐던 촛불집회 재판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밤 12시 전까지 시위를 금지한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한정적으로 해석하면서도, 자정 이후 시위 금지 여부는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뒀다. 이는 밤 12시 이후 시위가 불법이라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회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둔 판결인데도 이 판결을 1심에서 기계적으로 적용해 실형과 벌금형을 대거 내려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법원이 900여 명에 달하는 촛불 참가자들을 9월부터 석 달 간 집중적으로 재판하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보다는 자정이후 연행을 유·무죄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변 변호사들이 직접 취합한 결과 촛불집회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은 약식기소 862명, 정식기소 83명으로 950여 명이다.

인권단체와 민변 등은 2일 오후 법원-검찰청 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시 이후 연행된 참가자들을 기계적으로 기소하는 검찰과, 기소대로 기계적 유죄판결을 내리는 법원을 규탄한다”며 무죄를 촉구했다.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헌재가 시간을 끊어 12시를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바람에 집회시위의 자유를 기계적으로만 보장되는 형태가 됐다”며 “그것을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 취지로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그 결과 6년 만에 재개되는 각종 야간 집회, 시위 사건에서 12시를 넘었느냐 안 넘었느냐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유죄와 무죄가 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하는 행위”라며 “그 행위가 11시 59분에 있었던 것과 12시 1분에 있었던 것이 과연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11시 59분까지 시위는 무죄인데 잠시 무슨 상황이 있어서 몇 분 더 있다는 이유로 유죄라는 것은 누구도 납득이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촛불집회 당시 많은 시민들이 피를 흘렸지만 공권력의 폭력성은 뒤로 다 사라지고 오히려 12시를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의 정의로운 행동이 유죄판결을 받고 있다”며 “재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법전에 있는 말들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행동의 이유와 배경, 여러 상호 작용, 인간에게 왜 그것이 중요한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랑희 활동가는 “촛불집회 참가자가 밤 12시가 땡 하면 싸우다가도 집에 가야하는 신데렐라냐”며 “연행시간도 경찰이 작성한 기준이라 불분명하고, 그것도 기록상으로만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9, 10, 11월에 법원은 거의 촛불집회 재판으로 꽉 찼다”며 “재판부도 애초 자기 사건이 아닌 몇 년 만에 자기에게 떨어진 사건이라 당시 정황을 따지는 절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졸속으로 선고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광우병 대책회의 상임운영위원을 맡았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변론 재개 신청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하고 바로 선고를 받았다. 박석운 대표는 지난 24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박석운 대표는 “보총 촛불집회가 6-7시에 시작해 24시 전에 끝나거나 24시 조금 넘어가거나 했는데 6-7시에 시작했으면 하나의 집회로 봐야 한다. 24시 전이 무죄면 그 이후도 무죄가 돼야 하는데 굉장히 자의적으로 끊어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후 법원-검찰 3거리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오는 10일에는 서초동 변호사문화회관에서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17일 오후 7시부터 홍대역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과 위로와 연대를 다짐하는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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