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고문의 실상...1달 간 183번 물고문

직장 음식물 주입, 2년 반 이상 독방 감금, 드릴도 동원

“CIA의 강압적인 고문 기술은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보고서 작성을 주도해 온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 정보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러나 고문 희생자들에게 미친 신체적 정신적 영향은 실로 처참하다. CIA는 본부가 승인하지 않은 심문 기술을 사용하기도 했고, 때론 CIA 본부가 고문을 강화하라고 하달하기도 했다. 보고서와 외신 보도를 토대로 CIA가 세계 도처 비밀 감옥에서 용의자들을 어떻게 고문했는지에 관한 일부 내용을 전한다.

  CIA 고문 희생자들 [출처: 가디언 화면캡처]

굴 라만은 2002년 11월 20일 고문을 받던 중 사망했다. 그는 잠 안 재우기에 암실 감금, 냉수 퍼붓기와 소음, 구타 등의 고문을 받다가 결국 벽에 족쇄로 고정된 채 콘크리트 바닥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심문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하의는 입지 못하고 상의만 걸친 상태였다. 그러나 CIA는 이에 대해 “하의를 탈의하고 콘크리트 바닥에 앉도록 명령했었다”고만 보고했다. 굴 라만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무장세력으로 파키스탄에서 잡혔다. 그는 네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다리를 다친 용의자들을 따로 모아 서로 묶어 놓고 잠을 못 자게 하는 고문도 사용됐다. 2명은 다리가 부러져 있었고, 1명은 발목 인대를 다쳤으며, 다른 1명은 의족을 하고 있었다. 이 고문은 의료진이 더 이상 수감인들이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할 때까지 계속됐다. CIA는 이들을 ‘하반신 의료 합병증을 가진 수감인’이라고 불렀다.

CIA는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항문에 물과 음식물을 넣기도 했다. 최소 5명이 CIA가 ‘직장 수분 보충 및 공급’이라고 부른 이 고문에 희생됐다. 파스타, 견과류와 건포도로 구성된 점심 세트가 튜브를 타고 항문을 통해 직장으로 주입됐다. 이 고문 방법은 극심한 고통을 낳을 뿐 아니라 직장과 결장 손상, 소화기관 내부의 부패 등의 문제도 유발한다. 이 고문을 받은 수감자는 탈장, 항문 손상 등의 합병증을 갖게 됐다. CIA는 이에 대해 용의자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기술했다.

얼굴에 물을 붓는 ‘워터보딩’등의 물고문도 흔하게 이용된 방법이다. 9.11를 모의했다고 자인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는 2003년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후 CIA 구금 중 1달 간 183번의 물고문을 당했다. 그는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거쳐 현재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다. 9.11 테러 음모로 미군사재판소에 기소된 5명의 피의자 중 1명이기도 하다.

전기드릴과 권총도 심문을 이유로 동원됐다. 1998년 아프리카의 미대사관 폭격 사건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붙잡힌 사우디아라비아인 압드 알-라힘 알-나시리는 CIA 비밀기지에서 물고문을 비롯해 갖은 고문을 받았다. CIA는 그의 관자놀이에 대고 전기드릴을 돌렸고 머리 가까이에서 권총을 쏘았다. CIA는 그의 모친을 성폭력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2년 반이 넘는 독방 생활도 강요됐다. 2002년 9월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람치 빈 알-십은 그를 심문하는 CIA 요원에게 ‘sir(존칭)’라고 대답하지 않자 암흑방에 감금됐다. CIA는 그가 장기간에 걸친 사회적 고립과 다시 고문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신병을 갖게 됐다고 보고했다. 그는 환각, 망상, 불면증, 자해시도 등의 증상을 보였다. 2005년 CIA 심리학자는 람치 빈 알-십이 2년 반 정도의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었고, 이는 그의 심리적 기능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2001년 체포돼 모의 매장 고문을 당한 한 용의자는 9년 간의 수감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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