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칭송’ 특급호텔 공짜 교원연수 논란

교원 360명, 암 걸린 주민 외면한 호화판 핵발전소 연수

  올해 1월에 서울 초중등원자력교육연구회 등이 연 연수 모습 [출처: 원자력문화재단]

초중등 교원들의 모임인 원자력교육연구회가 원자력 홍보기관의 지원을 받아 ‘특1급 호텔’에서 호화판 공짜 연수를 벌일 예정이어서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연수는 ‘핵발전소 영향으로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판결을 받은 주민들이 있는 지역의 핵발전소를 직접 방문하면서도 ‘원자력 찬양’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호화판 교원연수, 돈 누가 대나 봤더니...

22일 서울·인천·전남·경북 초중등원자력교육연구회와 원자력문화재단에 따르면 4개 지역 원자력교육연구회는 내년 1월, 1박3일(집합연수 1일+이동연수 1박2일) 일정의 원자력연수를 벌인다. 참가 예정인원은 서울 120명과 나머지 3곳 각각 80명씩 모두 360명이다.

관련 예산은 모두 5000여 만 원(360명×15만 원)으로 추산되는데, 전액 이 재단이 부담해 이 연구회와 교원들은 한 푼의 돈도 내지 않는다. 또한 참석 교원들은 특1급 호텔 등지에서 숙식하며 연수시간 15시간과 함께 원자력문화재단에서 준비한 소정의 선물도 받는다.

교원 상대 일반 직무연수의 경우는 대부분 참가자들이 실비를 부담하는데 원자력문화재단이 ‘스폰서’ 노릇을 하다 보니 이번 연수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 홍보 등을 위해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정부 산하기관이다.

  내년 1월 예정된 전남 초중등원자력교육연구회 연수 일정표 [출처: 제보자]

전남 초중등원자력연구회 일정표를 보면 참가자 80명은 오는 1월 19일 첫째 날에는 여수 특1급 호텔인 히든베이호텔에서 ‘방사선의 올바른 이해’ 등의 강연을 듣는다.

이어 20일부터 1박2일로 벌이는 이동연수에서는 월성과 고리 핵발전소를 견학한다. 하지만 ‘갑상선암’에 시달리는 이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계획도 없을뿐더러, “갑상선암과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한 연수 내용도 잡아놓지 않았다”고 원자력문화재단 쪽은 밝혔다. 숙식은 특1급 호텔인 코모도호텔에서 해결한다. 연수 주제와 강연자 등은 이 연구회가 아닌 원자력문화재단이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는 1월 7일부터 월성, 울진 핵발전소 등지를 도는 연수를 벌일 예정인 서울 초중등원자력연구회 프로그램은 한 술 더 뜬다. 암에 걸린 주민을 생각하기는커녕 ‘방사선 의학과 현대인의 건강한 삶’이라는 연수프로그램을 잡아 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연수에 대해 전남 초중등원자력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 아무개 교장은 ‘일종의 접대성 연수 아니냐’는 물음에 “그런 면도 있지만 원자력문화재단에서 최소한의 예우를 하는 것으로 본다”면서 “이 연수는 10여 년째 벌였는데, 올해는 연수 지원자가 200명이나 몰려서 80명으로 끊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환경교사모임 “혈세 낭비”, 원자력문화재단 “접대성 아니다”

신경준 한국환경교사모임 공동대표는 “이렇게 원자력 홍보기관에서 마련해준 편향적인 핵발전소 홍보 연수를 들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도 편향적으로 교육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핵발전소 때문에 고통 받는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교원들 대상 호화판 연수는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문화재단 관계자는 “주제가 무겁기 때문에 겉모습만이라도 화려하게 진행하려고 하는 것일 뿐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는다”면서 “선생님들도 다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홍보보다는 소통을 중심으로 연수를 진행하므로 접대성 연수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태그

원전 , 원자력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근혁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