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영화 ‘인터뷰’로, 북한 해킹설 연출한 미국 정부

[기자의 눈] 미국 정부는 북한 제물 삼고, 소니는 영화홍보로 돈 벌고

헐리우드 영화 ‘인터뷰’ 주연과 감독을 맡은 세스 로건은 지난 여름 2천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숨을 빼앗은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서명에 참가한 인물이다. 소니영화사 공동회장 에이미 파스칼도 자신의 이름을 올렸었다.

소니영화사 해킹에 대해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 소행설’이라는 소문을 퍼뜨릴 당시부터 사이버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공동으로 조사하자는 북한의 제안마저 거부하고 정확한 증거도 없이 북한을 배후로 지목하고 ‘비례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곧이어 북한의 인터넷은 실제로 전면 다운되는가 하면 조선중앙통신 등 국가 기간 통신도 다운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은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국가안보국(NSA)이 북한 네트워크에 침입시도를 착수했다는 보도를 냈다.

[출처: 콜롬비아영화사]

당초 ‘인터뷰’ 개봉을 취소했던 소니영화사는 우익 열풍 속에서 크리스마스에 때를 맞춰 개봉해 매진 행렬을 이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 레인스 프리버스는 개봉에 앞서 극장주들에게 “이 영화를 상영한다면, 나는 이 영화나 할리우드를 지지한다기 보다는 북한에게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포기하도록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화당 수백만의 지지자와 기부자들에게 이 영화표를 사라고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영화 상영을 취소한 결정에 대해 미국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타협이라면서 비난하는 공식 논평을 냈다.

그러나 25일(현지시각) 다시 <뉴욕타임스>, <데일리메일> 등 미국 언론들은 수많은 민간 안보 연구자들이 소니영화사 컴퓨터 시스템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데에 점점 더 많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 정부가 민감한 출처와 방법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장의 근거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주장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 당시 사용한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결국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면 북한을 놓고 증거도 없이 소니영화사 해킹을 이용한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미국 뉴스 웹사이트 <데일리 비스트>에 의하면, ‘인터뷰’ 제작 사전에 미 정부 당국자들이 간여했다. 헐리우드 역사상으로도 처음인 현직 지도자 암살 여부와 머리를 잘라 살해하는 암살 방법에 대해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

당초 소니영화사에 대한 해킹은 헐리우드 영화계의 추문 일부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일은 이제 씻은 듯 사라지고 북한 민중은 유래없는 외부의 공격 속에서 인터넷 장애를 겪고 있는 한편 사람들은 "자유가 승리했다"며 북한을 계속 악마화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부시가 했던 거짓말과 같이 미국 정부가 다시 연출한 이 한편의 극에 더욱 열광하는 것은 미국 보다는 한국 우익 언론들이다. 역사가 그렇게 또 반복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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