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답을 줘야 오체투지 멈춘다”

추운 겨울 10일이나 기어 다녔지만 관심 없는 정부와 정치권


11일 정리해고-비정규직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 마지막 날도 청와대 문턱도 못가 막혔다. 청와대 근처는 인도로도 갈 수 없었다. 몇 걸음 걷다 엎드려 사지를 바닥에 뻗고 다시 몇 걸음 걸으며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에 도착하면, 잠깐 기자회견을 하고 끝낼 짧은 일정이었다. 경찰은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부터 인도를 모두 봉쇄했다. 50여명의 오체투지 행진단은 밤새 정부청사 앞 차가운 인도 바닥에 두 팔을 뻗고 엎드려 있기로 했다.

정부청사 앞까지 오는 길도 쉽지 않았다. 오체투지 4일차인 10일엔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책임을 묻기 위해 주한 인도대사관을 거쳐 대한문에서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을지로2가 로터리 횡단보도에서 모두 끌려 나가 행진이 중단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3인의 노동자가 병원에 후송됐다. 이날 오체투지도 오후 6시에 끝낼 예정이었지만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밤 10시 반에야 끝이 났다.

  경찰이 횡당보도 앞에서 과잉 봉쇄를 하자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참가자

  오체투지 행진은 인도에서 평화롭게 이뤄졌다.

11일 행진은 대한문에서 10시 45분에 출발해 광화문 사거리->광화문광장->청운동사무소까지 오후 2시에 행진을 마무리 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11시 40분께 행진단이 광화문 사거리 파란불 신호에 행단보도를 건너려 하자 또 봉쇄하고, 행진단을 들어내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까지 끌어냈다.

행진단은 오후 2시 반 부터 다시 행진을 시작했지만, 경찰은 오후 3시 50분께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다시 전면 봉쇄했다. 오체투지 행진단은 경찰 방패 앞까지 기어가 엎드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한 시간 넘게 경찰에 막혀 엎드려 있자, 몇몇 시민들이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창고에 있는 깔개와 담요 등을 가져왔지만 경찰이 물품 반입을 막았다.

경찰은 “장시간 농성용품은 반입이 안 된다”고 했다. 이를 지켜본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경찰은 국민의 신체와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이 추운 겨울 신체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경찰이 나서서 체온을 유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오히려 막고 있다. 설사 행진에 문제가 있더라도 경찰이 방한 용품 반입조차 막는 것은 국민보호 의무를 포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결국 함께한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와 기민한 대응으로 방한용품 반입은 이뤄졌다.

이렇게 경찰에 막혀 맨 바닥에 엎드린 지 두 시간여가 지난 후 오체투지 행진 맨 앞을 지키던 김득중 쌍용자동차 노조 지부장은 “답을 들을 때까지 며칠이든 이 자리에서 오체투지로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행진단이 철야 오체투지를 결정하고 계속 버티자 밤 10시 30분께 경찰은 참가자 전원을 검거하겠다며 병력을 추가배치 하고 행진단을 둘러쌌다. 경찰은 45분 동안 검거 위협을 하다 행진단의 방송용 앰프를 빼앗고 추가병력을 뺐다.



제1야당이 논평 하나 내는 판에 정부와 여당은 더 무관심

지난 7일부터 5일간 진행된 2차 오체투지 행진은 전경련회관, 국회, 새정치연합 당사, 새누리당 당사, 대법원 등을 지나왔지만, 정치권은 이들의 행진에 관심다운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1차 행진 때도 5일간 서울시내 바닥을 기어 다니다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 원내를 찾아가 항의서한을 보냈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나마 11일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이 “쌍용차 문제, 이참에 꼭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 겨울 냉기로 차갑기만 한 길바닥에 몸을 던지는 해고노동자들의 호소에 제1야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사측이 복직 문제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을 거듭 호소한다”는 짧은 논평을 낸 게 전부였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 편에 서겠다던 제1야당이 이런 정도니 새누리당과 정부는 더 관심을 보이지 않고 경찰만 보냈다.

행진단에 함께하고 있는 송경동 시인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결의는 어찌됐던 정부나 국회, 청와대가 정리해고에 대한 답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평택으로 내려 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평화로운 행진을 왜 막는지 모르겠다. 오늘 밤 이대로 날을 샐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한용품 반입을 막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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