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듣지 못했어도 땅과 하늘은 들었을 것”

2차 오체투지, 더 거대한 3차 오체투지 예고하며 마무리

“밤새 바닥에 엎드려 있으며 옆에 엎드린 동지들의 심장소리를 들었고, ‘우리는 사람이다’라는 소리 없는 외침을 들었습니다. 그 외침을 자본가와 박근혜 대통령은 듣지 못했어도 땅과 하늘은 들었을 것입니다” -김수로 청년좌파 회원



한겨울 냉기로 몸서리치며 견딘 오체투지 행진단과 경찰이 대치하던 긴 밤이 끝났다. 밤을 지새우던 찬 바닥에서 일어선 노동자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각계각층이 모인 더 거대한 3차 오체투지를 예고했다. 2차 오체투지는 1차 오체투지 마지막 지점에서 청와대까지 약 500여 미터 더 전진했다.

12일 오전 11시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단’은 오체투지의 마지막 밤을 샌 세종로 정부청사 앞 인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비정규법제도 전면 폐기를 촉구했다.

오체투지 행진에 직접 참가한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제 민주노총 새 집행부 임기가 일주일 됐는데, 이 자리에서 많이 울었다”며 “민주노총은 비정규, 정리해고 노동자의 투쟁을 안고 싸우겠다고 했다. 오는 15일 민주노총 주관으로 첫 집회가 있다. 두려움과 주저하는 마음은 민주노총이 안고 가겠다. 총파업은 시작됐다. 박근혜 정권의 질주를 저희가 막겠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은 “밤새 다들 얼굴이 많이 부었고, 생수병도 꽁꽁 얼어 물을 마실 수 없는 지경에 놓여 있다”며 “더 이상 길바닥에서 추위에 떨면서 호소하고 절규하는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더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로 억울하게 쫓겨나선 안 된다”고 했다.

서영섭 신부는 “노동은 존귀하고 존엄하다. 존엄은 생명이고 살아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수많은 노동자의 삶은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고통스런 현실이다. 어떤 생명도 잃을 수 없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절망과 고통의 자리에서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매년 해고 당하고 쫓겨나다 보면 자기 권리를 얘기하지 못한다. 온전한 국민으로 바로 서지 못한다”며 “정리해고-비정규직 제도가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은 “우리 오체투지는 행정부에 읍소하거나 호소가 아닌 정리해고 문제에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라며 “이 싸움에서 포기란 없기 때문에 패배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11일 오후부터 오체투지에 결합해 함께 엎드려 밤을 샜다. 김재연 의원은 오체투지 소회를 묻자 "저희가 국회 안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던 것에 대해 늘 죄스런 마음이다. 지난 시간 역할을 잘못해 죄스런 마음 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행진단은 기자회견문에서 “5일간 우리가 걸어온 길은 어디 하나 만만치 않았다. 도로의 요철은 무릎과 팔꿈치로 파고들고, 하수구 냄새와 오래된 담배꽁초, 얼어붙은 침과 가래는 우리를 모욕했다. 빵빵거리는 경적소리와 우리를 막아서는 형광색 옷을 입은 공권력이 우리를 비웃었다”며 “비단 5일만 그랬을까. 우리의 6년 싸움이, 10년 싸움이, 굴뚝에서의 230일이 그랬다”고 행진 소회를 전했다. 이어 “오체투지는 마음은 하늘을 품되, 몸은 가장 낮게,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절박한 기도”라며 “한자리에 머물러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길이 되어 물꼬를 트자는 간절함의 실천이다.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약속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배밀이로 길을 열겠다는 평화롭지만 가장 역동적이고, 처절한 외침이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우리의 마지막 도착지가 청와대인 까닭은 우리의 호소가 권력과 자본에게 마지막 통첩장이 될 것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며 “우리는 오늘 정권과 자본의 테러에 맞서 더 큰 행진과 더 장엄한 항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행진단은 13일 오전 9시 반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쌍용차 신차 발표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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