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6년, “살인진압·살인개발 책임자를 처벌하자”

죽음의 땅, 폐허의 땅 용산4구역에서 추모주간 선포

생존권을 위해 망루에 오른 철거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현장. 20일이면 6년이 되는 참사 현장에 유가족과 연대단체가 다시 모여 살인진압과 개발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용산참사 6주년을 맞아 각계 시민사회노동인권 단체들이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추모 주간을 선포했다. 유가족들과 지난 6년 간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 온 연대단체들이 참사 현장에 함께 섰다. 강제 진압 속 참사의 현장은 지금은 폐허로 변해 있다. 이틀 전 5년 형을 살고 만기 출소한 남경남 전 전국철거민연합 의장도 6년 만에 이 자리에 함께했다.


조희주 용산참사 6주기 추모위원장은 “주거 생존권을 외치며 망루에 올랐던 동지들과 참사 현장의 불길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면서 “그 상점 그 마을이 떠올라 더욱 안타깝다”며 “더 이상 이 자리에서 6년 전 그 참담한 기억을 회상하지 않도록 함께 추모하고 힘을 모으자”며 제안했다.

용산참사 6년을 맞아 유가족들의 애통한 발언도 이어졌다. 유가족 유영숙 씨는 “6년 전 남편은 죽으려고 망루에 올라간 게 아니라 이웃과 함께 연대해서 살려고 올라간 것인데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됐다”면서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이제는 지역 철거에 맞서 천막을 치고 투쟁하려 한다”며 “많은 분들이 같이 연대해 주시길 빈다”고 말했다.

전재숙 씨는 “저희 마음 속엔 6년이 멈춰져 있다”며 “이 자리에 올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여러분이 있기에 6년을 살았지만, 용산참사의 책임자 이명박과 김석기는 배불리고 살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저희에게 사과하는 그날까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김영덕 씨는 “남경남 의장님은 구속 6년 동안 고생하시고 이 자리에 오셨지만, 저희 남편들은 가족에게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갔다”면서 “1월만 되면 너무 고통스럽다. 그러나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 모두를 위해 꼭 진상규명을 하자, 같이 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남경남 의장은 “6년 전 그 땅인데 눈에 익은 건물들이 있다”면서 “급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강제진압해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바깥 세상은 강옥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면서 “진상 규명을 외면하고, 지금도 철거민들을 길거리로 내몰며, 해고노동자들이 싸우기 위해 높은 굴뚝에 올라야 하는 이 현실이 감옥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자본가 세상을 허물고 엎어야 용산참사 진상 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우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위원장은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으로 바뀌었지만 노점상들을 희망이 아닌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3개월 동안 강남대로에서 죽음을 불사한 투쟁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구속, 협박으로 탄압하고 있고 조직을 분열시키려 한다. 연대 투쟁으로 더럽고 추악한 박근혜 정부에 맞서자”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용길 노동당 대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장도 유가족을 위로하고 연대를 위한 의지를 밝혔다. 이외에도 강정마을회, 계급정당추진위, 광주인권영화제 등 다양한 단체들이 추모 행사를 같이 조직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철제 담벼락에 국화를 꽂고 희생자들을 기렸다.

용산참사 6주기 추모주간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와 현재에도 계속되는 국가폭력의 현재를 폭로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활동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16일 저녁 7시에는 추모문화제가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진행되며, 참사 당일 20일에는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에서 참배와 추모제가 열린다. 이외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집중 선전전(17일)을 비롯해 추모 기도회(15일), 추모미사(28일) 등의 행사가 이어진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은 현재진행형...자본가 세상 바꿔야”

5년 만기 출소한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 인터뷰

- 5년 만에 만기 출소했다. 소감을 부탁한다.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 좁은 감옥에서 좀 더 넓은 감옥으로 나온 기분이다.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투쟁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철거민들은 여전히 용상참사 상황과 다를 바 없는 상황 속에 있다. 해고노동자, 비정규노동자, 노점상들은 대개 개발지역에 사는데, 정부는 폭력적으로 생계 대책도 없이 허물어버리고 있다. 국민을 위한 세상이 아니다. 자본과 권력자들을 위한 세상이다. 진보정당도 해산했다. 함께 살자는 데 정권은 자기들만 살겠다고 한다. 체제를 갈아엎지 않고서는 용산참사도 세월호도 진상규명 어려울 것이다.

- 짧지 않은 시간 옥고를 치렀다. 어떻게 견디었는가?

감옥의 시간은 인내의 세월이었다. 엄밀히 얘기하면 나도 자본주의의 피해자인데 참고 견디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와서 좋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러나 감옥 밖에서도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그렇게 살게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 용산참사 마지막 구속자인데 해결됐다고 보는가?

용산참사는 해결된 것이 아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은 아직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것은 철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농민의 문제이자 생존권의 문제다. 건설자본이든 자본이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이 있고 이 때문에 용산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은 처벌해야 하고, 진상규명을 통해 명예회복해야 한다. 구속자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를 쟁취하려면 자본가 정권과 싸울 수밖에 없다. 농민, 빈민, 노동자가 하나 되어 이 감옥 같은 세상을 엎어야 한다. 함께 연대하고 투쟁해서 만들어낼 것이다.

- 앞으로의 활동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철거민들이 계속 쫓겨나고 있는데 편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 전국철거민연합과 상의해서 활동해 나가겠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