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테러 뒤 유럽 정부들이 잇따라 반인권 조치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근본주의 세력 보다는 고조되는 유럽에서의 저항을 통제하려는 게 그 이유라는 지적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각) 테러 직후 공항, 대사관, 정부청사, 언론사, 에펠탑 등 공공기관에 무장경찰을 배치한 데 이어 12일에는 병력 1만 명을 추가 배치했다. 유대학교와 유대교 시설에 경찰 4,700명도 파견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외에도 정보 감시 효율화를 위해 예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독일 정부는 대테러 조치로 지난 2010년 한번 좌초된 적이 있는 ‘데이터 웨어하우징’ 제도를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도는 전화통신, 이메일과 인터넷 트래픽 데이터 등 기존의 다양한 데이터 기반을 토대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거나 이를 활용하는 절차 및 기술을 말한다.
데이터 웨어하우징 제도안은 지난 2010년 독일 대법원이 구체적 혐의 없이 여러 달 동안 모든 이용자에 대한 전화통신, 이메일과 인터넷 트래픽 데이터를 대량 저장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해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유럽사법재판소도 사적인 자료의 모니터와 수집은 불법이라고 판결했었다.
독일 정부는 이외에도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대한 감시 확대와 예산을 증대하는 한편, ‘잠재적 공격자’에 대한 신분증 회수 법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영국에서는 집권 보수당이 선거 공약으로 인터넷 감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통신데이터법안 재도입을 통해 암호화 프로그램과 보안이 강화된 왓츠앱 같은 서비스도 금지할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
통신데이터법안 역시 지난 2012년 영국 의회에서 무산된 바 있다. 이 법안은 통신회사들이 12개월 동안 통신트래픽 전체 내용을 보관하도록 한다. 또 암호화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암호화된 파일을 전송하는 자는 당국이 암호로 보호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 비밀번호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고 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영국 총리, “정부 모든 자료 볼 수 있어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2일 “우리가 읽을 수 없는 통신 수단은 없어야 한다”며 극단주의 세력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4일 방미를 앞두고 테러 수사를 위해 페이스북 등 인터넷기업들의 협조 지원을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부탁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최근 테러용의자에 대한 여권 압수, 인터넷 감시 및 웹사이트 폐쇄 권한 확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권한 증대 등을 규정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한편, 최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안보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유럽 전역의 데이터시스템 도입에 합의했다. 이 조치가 도입될 경우, 항공사는 5년 동안 승객 정보를 보관해야 한다. 이 회의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았던 마이클 헤이든도 참가했다.
세계사회주의웹사이트(WSWS)는 유럽 정부들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이의 목적은 ‘이슬람 위협’에 맞선 전투가 아니라 유럽연합과 정책에 맞서 성장하는 대중적인 저항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