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한솔섬유, 캄보디아 현지공장 노조탄압 논란

캄보디아 폭력진압 1년...노조 대표자 해고 잇따라

1년 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온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해 5명의 목숨이 희생된 캄보디아. 최저임금은 소폭 올랐으나 회사들은 그 사이 노조 대표자들을 집중적으로 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는 사측이 전략을 바꿔 노조원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보았다. 인간 중심의 경영혁신을 강조했던 전 창조한국당 문국현 씨가 사장으로 있는 한솔섬유의 현지 공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4일 <보이스오브아메리카>는 지난해 캄보디아 임금 인상 투쟁은 작은 승리를 거뒀지만 이 투쟁을 주도했던 노동조합원들은 해고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자들의 파업과 가두시위 후 최저임금은 월 100달러에서 128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공장들은 지난해 시위 직후 노조 간부들을 무더기로 해고한데 이어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노조 대표자들을 해고시켜 왔다.

  캄보 코탑 봉제 공장 노동자들이 지난달 29일 한국대사관에서 시위를 벌인 뒤 캄보디아 의회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출처: 캄보디아 데일리 화면캡처]

노조 대표자들이 해고된 규모는 정확하게 추산되지 않는다. 그러나 각 노조 간부들의 발언을 보면 지난해 노동조합원에 대한 해고가 유독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캄보디아노조연맹(CATU)의 사무총장 마이 소페악트라는 “2014년 우리 조합원의 250명 이상이 해고됐다”며 “2013년에는 (해고된 노조원이) 30~40명 정도 뿐이었다”고 말했다. 노동운동연합(CUMW)의 파오 시나 위원장은 “2013년에 노조 지도부 중 2명만 해고됐지만, 2014년에는 6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조합원에 대한 해고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주도한 5개 노동조합에 집중되고 있다. 조합원 심문과 구금도 계속됐고, 이는 다른 노동자들에게 노조 활동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켜 왔다. 결과적으로 캄보디아에서의 시위는 2013년 147회에서 2014년 108회로 감소됐다.

노동조합원 해고 문제는 한국 공장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달 30일 <캄보디아 데일리>에 의하면, 프놈펜 시에 위치한 한국계 ‘캄보 코탑(Cambo Kotop)’ 의류 공장이 CUMW 노동조합 대표자 5명을 해고하면서 한국계 기업도 노동조합원에 대한 칼바람에 합세했다. 이들이 해고된 이유는 공장에서 파업을 주도했다는 것 때문이다. ‘캄보 코탑’은 캄보디아에 위치한 (주)한솔섬유의 7개 자회사 중 하나다.

5명의 조합원이 해고되자 이 공장 노동자들은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약 반달 간의 파업에 나서며 사측에 항의했다. 약 600명의 노동자들은 프놈펜 한국대사관 앞에서 공장 경영진과의 분쟁에 조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솔섬유 캄보 코탑의 부당해고, 결사의 자유 존중한다는 방침에도 위배

한국계 봉제공장에서 노조 대표자들이 해고된 뒤 1달이 지났지만 회사는 여전히 부당한 해고를 철회하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한솔섬유 관계자는 16일 관련 입장을 묻는 <참세상>의 질문에 “누가 답변해야 할 문제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기다려 달라”고 밝힌 한편, 19일에도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한국 공장에 노동자 복직을 권고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데일리>에 의하면, 봉 소반 캄보디아 노동부 노동분쟁과 차장은 “당국은 이 공장에 노동조합 대표들의 복직을 요청했지만, 이들(공장)은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양측 모두 문제”라면서 “이 공장은 당국의 허가 없이 노동자들을 해고했으며, 노동자들은 사전 통지 없이 파업에 합류했다”고 적시했다.

현지 한국계 기업의 행태를 외면하기는 외교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9일 노동자들이 현지 한국대사관에 시위했을 때“어떠한 대사관 직원도 그들의 탄원서를 받기 위해 나타나지 않았다”고 <캄보디아 데일리>는 전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 공장과 현지인의 문제로서 외교부가 간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측의 외면 속에 캄보 코탑 노동자들은 현재 공장으로 복귀한 상태다. 그러나 ‘캄보 코탑’이 납품하는 월마트에 대해 ‘캄보 코탑’의 해고 방침에 개입하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해고자 복직을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차장은 “캄보디아 노동문제는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결사의 자유를 누리느냐가 핵심이라고 봤을 때 한솔섬유의 노동조합원 해고는 이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솔섬유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결사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조합원을 대상으로 표적 해고한 것은 회사의 방침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작년 캄보 핸섬에서 파업을 했을 때는 김한수 주 캄보디아 전 한국대사가 현지 노동부에 불법파업이니 신속하게 대응하라고 요청한 적이 있고 현지 언론에도 보도가 됐는데, 지금 외교부가 노동자들이 현지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권한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용자의 편에서만 개입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솔섬유는 인간 중심의 경영혁신 운동으로 자임하는 ‘뉴패러다임’의 주창자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가 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07년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서기 위해 유한킴벌리를 떠난 뒤 6년 만인 2013년 한솔섬유로 사장으로 취임했다.

한솔섬유는 캄보디아 현지 공장 외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20여 개의 해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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