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소가 ‘검토반’ 운영해 비정규직 매년 해고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비정규직 차별과 부당해고 논란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이하 수리연)가 계약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의 일종인 ‘검토반’을 운영해 비정규직 연구원을 매년 해고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조차 비정규직 차별과 부당해고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리연은 비정규직 연구원 A씨에게 지난 달 이메일을 보냈다.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사직을 원할 경우 사직서를 제출하고, 재계약을 원한다면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니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수리연은 관련해 “재계약을 요청하면 재계약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재계약을 위한 서류를 받아 검토반을 구성(부장/선임연구부장/외부전분가 등 최소 3인 이상 구성)해 평가한다”고 밝혔다. 평가를 통해 80점 이하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있다.

수리연은 이 같이 계약기간 1년이 종료되는 연구원 12명에 대해 지난 달 검토반을 운영해 9명만 재계약하고 2명은 계약해지 했다. 검토반이 운영되자마자 1명은 자진 퇴사했다. 재계약된 9명 중 1명은 1년도 아닌 6개월짜리 일자리다.

수리연은 지난해에도 검토반을 운영해 공공연구노조 최연택 수리과학연구소지부장을 포함해 연구원 6명을 해고 한 바 있다. 2013년엔 23명의 비정규직에 대해 재계약을 해지했다. 오는 2월에도 계약기간 만료자를 대상으로 검토반을 운영해 해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채용에 적용되는 검토반, 왜 재계약 활용?
“단협 위반, 부당해고 판정 불이행 등 노조탄압 계속”


공공연구노조 수리과학연구소지부는 규정에도 없는 검토반 운영은 불합리한 조치로 노조탄압용이며, 해고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규칙상 검토반 운영은 신규채용에만 적용됨에도 수리연이 비정규직 재계약에 임의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연택 지부장은 “비정규직 재계약 관련 사항은 취업규칙 가운데 비정규직활용세칙이 있다. 검토반을 운영하는 것은 취업규칙의 잘못된 적용이다”면서 “평가 또한 주관적이고 외부 인사가 참여해 인위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등 신뢰성과 객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수리연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하지 않겠다고 단체협약을 체결해 놓고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비정규직의 임금 및 처우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같게 적용하는 한편, 노사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마련해 시행키로 노사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관련해 수리연 측에 지난 해 3월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권고한 데 이어, 8월 단체협약을 준수하라고 권고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도 계약만료 이유로 해고된 6명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부당해고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최 지부장은 “노동위원회는 단체협약에 대해 ‘징계해고 등 재계약을 거부할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부당하게 재계약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수리연은 단체협약은 물론 부당해고 판정, 정부의 차별 시정 권고 등을 무시하며 비정규직 해고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동수 소장이 2012년 말 연구소에 온 후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심해졌으며, 노조 간부와 조합원을 주로 계약해지 하는 등 보복성 해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연구노조 이성우 위원장은 “수리연이야말로 방만경영과 독선경영의 표본이다”면서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으로 방만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릴 게 아니라, 수리연의 김동수 소장을 내보내고 비정규직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상화다”라고 꼬집었다.

수리연, “인사권자가 검토반 활용할 수 있다”
소송 강행하며 비용 1억원...“일시 예치했다 생각한다”


한편, 수리연은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도 비정규직 복직 대신 행정소송을 강행하고 있다.

노무담당 관리자 이재균 씨는 “재계약 여부 결정을 위한 검토반 운영은 인사권자의 권한이며 일부 활용할 수 있다”며 “노동위원회가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 학자들에게 단순 반복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나 해당하는 ‘계약 갱신 기대권’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아 이행강제금과 행정소송 비용 등 정부 지원금으로 수십억 원의 비용이 지출돼 부담스럽겠다는 기자의 질문엔 “그렇다”면서도 “법원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예산 낭비가 아니라 일시 예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은 수리연이 부당해고 소송을 강행하면서 현재까지 변호사비용 5천300만원, 이행강제금 4천600만 원 등 1억원의 비용을 부담했다고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힌바 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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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합원

    관리직 중에 싸이코들이 많나보네.. 수학공식만 들여다봐서 그런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