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살겠다, 갈아엎자’도 내란선동죄 여지 생겨”

이석기 대법 판결, 표현의 자유 심각한 침해 우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죄 대법 판결 이후 헌법재판소에 대한 후폭풍이 부는 가운데, 대법이 증거주의에 입각해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내란음모를 무죄로 내리고도, 내란선동을 유죄로 본 것은 정치적 판결이라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대법 판결 직후 호송차량에 타고 있는 이석기 전 의원

대법은 검찰이 RO 회합이라고 주장했던 2013년 5월 12일 마리스타 수도원 강연과 분반 토론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그 회합에서 내란 범죄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내란선동죄는 내란음모죄에서 요구되는 실질적 위험성이라는 요건은 필요 없다는 논리로 선동죄를 적용했다.

결국 하룻밤 강연과 토론한 내용만 가지고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선동죄로 징역 9년을 받았다. 또 함께 구속 기소된 이상호 수원사회적기업지원센터장 징역 4년,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징역 3년, 한동근 수원새날의료생협 이사장 징역 2년,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소장,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징역 3년이라는 결과가 확정됐다.

이에 대해 이호중 서강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내란음모죄와 선동죄를 분리시켜버린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호중 교수는 22일 저녁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음모는 두 사람 이상이 합의를 하는 것이고 선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범죄를 실행하도록 자극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가 된다”며 “이 두 개의 행위는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 실질적 위험성 요건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중 교수는 “실질적 위험성이 없어서 내란음모는 성립되지 않는데, 대법원에 의하면 선동죄는 ‘그 위험성 요건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 선동죄 요건을 완화시켜 음모죄는 무죄인데 선동죄는 유죄라는 논리를 끌어냈다”며 “형법 이론적으로 볼 때 음모죄건 선동죄건 실질적 위험성 요건이 엄격하게 요구되어야 된다는 점에서 보면 대단히 잘못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질적 위험성은, 내란 모의나 선동을 했을 때 거기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실제 내란 범죄를 실행할 위험성을 얘기하는 것이라 그 위험성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음모죄가 실질적 위험성이 없는데 선동죄는 성립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교수는 “이렇게 되면 내란선동죄라는 건 누군가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아, 이 정부 못 살겠다. 갈아엎어 보자’ 이런 식으로 얘기하게 되면 전부 다 내란선동에 해당될 여지가 생겨버린다”며 “이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가져오는 법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중 교수는 “대법원 표현에 따르면, 발언의 맥락이나 시기, 장소, 참석자들이 누구냐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선동죄에 해당되는지를 봤다는 건데 너무 막연하고 모호한 개념”이라며 “그렇게 되면 법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서 내란선동죄가 얼마든지 될 수 있는 그런 가능성도 있다”고 재차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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