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후 6년, 세입자는 여전히 ‘강제퇴거’

“한국의 강제퇴거, 국제사회에서도 우려하는 수준”
세입자 보호 담긴 강제퇴거금지법, 3년째 국회에서 표류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로 철거민 중 5명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숨진 후 사회적으로 재개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울시와 여야는 ‘세입자 대책 강화’라는 이름으로 일부 법과 제도 손질에 나섰다. 그러나 그 후에도 여전히 상가, 주택 세입자들이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상황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용산참사 6주년을 맞아 강제퇴거의 현실을 톺아보고 임차상인 보호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용산참사 6주기를 맞아 강제퇴거의 현실을 돌아보고 임차상인 보호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용산참사 6주기 추모위원회 이원호 국장은 “유엔 사회권위원회에선 1995년부터 이어진 세 차례(1995년, 2001년, 2009년)의 사회권 심사에서 매번 한국정부의 강제퇴거에 대해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라며 “한국의 강제퇴거 심각성은 국제사회에서도 우려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모든 폭력이 ‘현행법’을 준수하며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이 국장은 “법 집행이라는 이유로 대책 없이 남발되는 강제퇴거가 ‘불법’이고, 이를 밀어붙이는 것이 거주민들에 대한 ‘테러’임을 밝혀야 한다”라며 “이러한 내용이 담긴 ‘강제퇴거금지법’이 제정되고 유엔사회권위원회의 관련 권고 이행을 실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변선보 변호사는 '바닥 권리금'에 대한 착취를 문제로 지적했다. 바닥 권리금은 '상가 위치에 대한 프리미엄' 명목으로 임대인이 최초의 임차인으로부터 받는 돈이다.

변 변호사는 “최근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자영업을 많이 하면서 바닥 권리금은 폭등한 반면, 늘어난 자영업자로 임차인의 영업 이익은 줄어들었다”라면서 “그럼에도 높아진 바닥 권리금을 노리고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을 내쫓는 일이 많아졌다”라고 지적했다.

변 변호사는 “바닥 권리금에 대한 탈세 관행으로 상가 소유자는 월세보다 권리금을 비정상적으로 높게 받고, 대신 월세를 깎아주는 방식을 택한다. 이러한 선호도 바닥 권리금 폭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철저한 과세로 권리금 선호 현상에 제동을 걸 것을 주장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실제로 강남역 서울빌딩의 ‘라떼킹’ 임차인 ㄱ 씨는 1년 6개월 전 권리금 1억 6천만 원을 포함해 총 2억 8천만 원을 들여 현재의 건물에 입주했다. 그런데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건물주가 재건축을 이유로 퇴거통보를 해왔다.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임차인 ㄱ 씨를 보호할 수 없다. 이 법에서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기 전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했으나, 재건축은 예외로 두고 있다. 또한 권리금 등은 법적 보호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아, 퇴거 시 ㄱ 씨가 받을 수 있는 돈은 보증금 480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ㄱ 씨는 이에 항의하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권구백 대표는 “상가세입자 입장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상가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 건물주의 재산권만 보호하고 상가세입자의 재산은 보호하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는 강제퇴거 금지 원칙을 명시하고 주거권과 재정착의 권리를 선언하는 등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제퇴거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8대 국회에서 ‘강제퇴거 금지에 관한 법률’이 발의되고,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이강훈 운영위원장은 “강제퇴거금지법은 기존 소유자 중심에서 거주자 중심의 주거 안정을 요구하는 법이기에 구체적인 대안과 개발하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라며 “당장 필요한 것부터 하나씩 방향을 세워서 이에 대해 공론화하는 장이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말

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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