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좌파 치프라스 총리 선서...“함께 살자”

삭감된 최저임금·단체협상안 복귀와 부채 조사 등 박차...그리스독립당과 연정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당수가 새 총리로 선서했다.

치프라스 당수는 26일 오후(현지시각)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을 방문해 총리 임명장을 받고 “항상 그리스 민중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새 총리로서 서약했다. 그는 평소처럼 넥타이를 매지 않았으며 그리스 정부 역사상 처음으로 그리스정교회식 대신 세속주의 방식으로 선서하는 파격을 보였다.

[출처: 카티메리니 화면캡처]

치프라스 당수는 선서를 마친 직후 첫 번째 공식 활동으로 아테네 교외 카이사리아니에 있는 국립저항기념비로 향해 나치 점령 기간 이에 맞서 싸웠던 공산주의 저항군 묘비에 헌화했다. 새 총리가 장미로 엮은 작은 꽃다발을 헌화한 이곳에는 나치가 1944년 5월 1일 처형한 공산주의 저항군 200명이 잠들어 있다.

현장에선 수많은 군중의 지지자들이 새 총리가 도착하자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그린레프트위클리>는 27일 “이 상징적 행위는 많은 그리스인들의 감정에 호소했을 뿐 아니라 독일에 강한 메시지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치프라스 새 총리는 파노스 캄멘노스 우파 그리스독립당 당수와 26일 오전 정부연정 구성에 합의했다. 중도좌파 토포타미와의 연정 협상도 예정돼 있다. 치프라스는 연정 제안을 위해 그리스공산당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새 내각 요직에 누가 임명될 것인가에 대한 정보도 나오고 있다. 재무장관에는 이번 총선에서 시리자 의원으로 선출된, 국제적으로 알려진 경제학자 야니스 바로우파키스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정적인 물고문이 우리를 부채식민지가 되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스독립당은 장관직 1개와 4개의 부장관직을 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캄멘노스는 시리자의 국가 개혁안인 테살로니키 프로그램 실행에 필요한 입법을 위해 가능한 빨리 국회를 소집하겠다는 청신호를 주었다고 그리스 영자신문 <카티메리니>가 26일 보도했다.

<융에벨트>에 의하면 시리자와 그리스독립당 양측은 구제금융 양해각서 폐지, 인도적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긴급 조치 시행, 모든 그리스인에 대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에 합의하고 있다.

삭감된 최저임금, 단체협상안 복귀와 부채 조사 등 박차

시리자 정부가 실시할 첫 번째 개혁안은 최저임금 751유로(약 914,140원)로의 복귀와 단체협상권 관계 규정을 재도입하는 것이다.

두 번째 법안은 지불기한이 넘은 세금과 사회보장비를 유예하는 법안이 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납세자의 연간 소득의 20-30% 사이를 넘지 않도록 부채 상환 액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새 정부는 또 종전 보수연정이 단행한 공무원 정리해고자의 복직을 위해 공공부문에 대한 평가 등의 조치를 중단하는 개혁안도 계획하고 있다.

내주에는 빈곤선 아래의 30만 가구에게 무상전력을 지원하는 법안을 포함해 추가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다. 시리자는 또 2013년 폐쇄된 공영방송사 ERT 재개관을 약속하고 있다.

이외에도 시리자와 그리스독립당은 경제위기 전 그리스 부채가 어떻게 늘어났는지를 포함해 국제채권단 트로이카의 첫 번째 구제금융에 어떻게 그리스가 서명하도록 강제됐는지에 대한 과정을 조사하기로 합의했다.

시리자 정치국 비서 드미트리스 비차스는 “사람들은 정부가 긴축의 재앙적인 효과와 싸우기 위해 빨리 움직이길 바라고 있다”며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인도적 위기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치프라스 새 총리는 지난 25일 선거 뒤 “유럽에서 우리 공동의 미래는 긴축과 내핍이 아니라 민주주의, 연대와 협동의 미래”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축하...독일, 강요할 수 없지만 의무는 여전

각국의 축하 서한도 전해지고 있다. 양국 협력 강화를 제안하면서 축하 메시지를 25일 보낸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포함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각국 수반들이 시리자의 승리를 환영했다. 푸틴의 메시지는 치프라스 새 총리가 외국사절과의 첫 번째 회의 장소에서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전해 받았다고 <카티메리니>는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의 동맹 키프로스의 니토스 안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협력과 방문도 약속했다.

한편,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기민당)은 “아무도 그리스에 대해서 무언가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의무는 유효하다”며 부채탕강과 구제금융 양허안 재협상을 위한 시리자의 요구에 싸늘한 반응을 보냈다고 독일 일간 <슈피겔>은 보도했다. 토마스 오퍼만 사민당 원내대표도 “새 정부도 유럽 내 주요 채권기관과 맺은 협약에 구속된다”는 논평을 내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르몽드>에 “그러한 국가를 위해 특별한 범주를 만들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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