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아동학대, 결국 보육교사 인권침해로 비화

CCTV설치 의무화로 ‘인권침해’ 논란...“보육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근절 대책이 보육교사 인권침해 논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보육교사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없이 보육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감시,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27일,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근절 대책으로 △보육교사 국가고시 전환 △누리과정(3~5세) 반 3~4개 당 부담임 교사 도입 △CCTV 의무 설치를 전제로 한 어린이집 인허가 및 기존 어린이집 의무 설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및 시간제 보육 확대 등을 발표했다.

정부, 여당의 대책 발표 이후, 노동계와 보육교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어린이집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인 보육교사들의 노동조건 개선 없이 모든 책임을 교사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9일 논평을 통해 “담임교사 혼자서 15~30여 명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고, 휴게시간 교육활동 외에 온갖 행정 업무와 부과 업무까지 도맡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하는 현실이 오늘날의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비리나 학대를 고발한 교사들을 오히려 해고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생계를 끊어버린 상황을 정부가 방치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CCTV설치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 아니며, 또 다른 인권침해”라며 “모든 보육교사와 유치원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 선량한 대다수 교사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기를 저하시켜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역시 CCTV가 설치된 교실에서 발생한 바 있어, CCTV설치 대책이 사실상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높다.

정부가 발표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및 시간제 보육 확대’ 대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도 존재한다. 정부는 150개의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국공립어린이집은 5% 미만에 불과해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동계 등은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이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에서 발생하는 만큼 유아교육을 무상교육 시스템에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28일 성명을 통해 “시간제 어린이집을 97개에서 230개까지 늘려 전업주부의 아동은 가정양육을 유도하겠다는 당, 정의 대책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근절대책을 가장한 무상보육 철회일 뿐”이라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적 업무”라고 설명했다.

전교조 역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전면 무상 공교육 시스템에 편입할 것 △교사가 담당하는 유아의 수를 OECD 수준으로 대폭 낮출 것 △학급당 교사 1인 이상을 반드시 배치할 것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를 국공립 교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개선할 것 등을 요구했다.